중국의 대표 로봇기업 '팡더로봇'이 자동차 제조공정에 투입한 로봇. KOTRA 제공
중국의 대표 로봇기업 '팡더로봇'이 자동차 제조공정에 투입한 로봇. KOTRA 제공

공장 자동화·전력 비용 절감으로 ‘AI 퍼스트’

중국 기업들은 최근 급격한 노동시장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자국 내 근로자들의 인건비가 주변국인 인도와 베트남 대비 2배 이상 비싸진 것입니다. 중국이 AI 기반 공정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이유입니다. 중국의 대표 벤처캐피탈(VC) 시노베이션벤처스를 이끄는 리카이푸 회장은 “미국은 1세기 전 제조와 운송, 에너지와 의료 등 4대 분야를 주도해 글로벌 패권국이 됐다”며 “이젠 AI가 중국에 5가지 변화를 일으키며 새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리 회장은 “산업에서 사용되는 컴퓨터 비전 기술의 AI는 이미 인간의 눈을 뛰어넘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그가 투자한 바이오 기업 메가랩은 AI를 샘플링 실험 과정에 적용하고, 핵산 공정 과정을 자동화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휴대폰이나 자동차뿐만 아니라 쌀을 생산해내는 것까지, 생산 품질을 올리고 운영비를 절감하는 시도는 중국 각지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산업용 로봇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들의 지능이 오르는 만큼 비즈니스 시나리오가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의 하락은 중국 ‘AI 굴기’의 두 번째 요소라고 지목했습니다. 최근 태양광 발전 비용과 리튬 배터리 비용은 20년 전 대비 각각 5%와 2%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이 그의 지적입니다. 이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갖춘 중국 제조업이 전력 문제에서 해방된 상태로 AI 기술을 적용해볼 수 있고, 이 결과물을 바탕으로 “중국의 공급망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중국 저장성 후저우의 의료진들이 원격 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다. VCG 제공
중국 저장성 후저우의 의료진들이 원격 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다. VCG 제공

자율주행·비즈니스·의료 AI 혁신, 정부도 앞장

스마트 시티와 자율주행 시스템의 구축은 중국의 세 번째 변화를 만들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은 도로와 도시를 그대로 두고, 그 위에 AI 기술을 구축하려 고민한다”며 “하지만 중국은 개방성이 강해 전향적인 실험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중국의 프로젝트 규모는 남다릅니다. 지난해부터 징둥그룹과 장쑤성 창르어시가 도시 전체를 ‘무인 택배 도시’로 만들고 있는 작업이 대표적입니다.

중국은 비즈니스 전략에서도 AI의 역할을 중요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틱톡’으로 잘 알려진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 ‘두인’이 주요 사례입니다. 이들은 AI가 끌어모은 이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초개인화’ 전략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은 중국의 의료 AI 산업이 주목하는 형태기도 합니다. 리 회장은 “중국의 의료 AI 기술은 약품 개발 비용을 10% 수준으로 줄일 것”이라며 “개인 맞춤형 치료제가 중국 의료 산업의 향후 대세”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런 다섯 가지 변화는 모두 자국의 거대한 시장에서 추출되는 데이터가 기반입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함께하는 점도 특징입니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 ‘13.5 규획’ 등을 통해 AI 기반 핵심 성장 분야와 연도별 계획을 국가가 지정한 상태입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약 1500억위안(26조6000억원)에 달한 중국의 AI 산업 규모는 오는 2025년까지 약 4500억위안(79조71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이시은 IT과학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