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이끄는 디지털 치료제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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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자유 카페<13>진성민 KT경제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
치료 보조 수준 넘어선 의료 AI의 진화
AR VR 등과 결합해 우울증 등 치료
SW활용해 부작용 적고 임상기간 짧아
의료기술 패러다임 바꿀 게임 체인저로 주목
치료 보조 수준 넘어선 의료 AI의 진화
AR VR 등과 결합해 우울증 등 치료
SW활용해 부작용 적고 임상기간 짧아
의료기술 패러다임 바꿀 게임 체인저로 주목
대한민국의 평범한 20대 청년 ‘박구’, 어느 날 단기간에 큰 돈을 벌 수 있는 제약회사 임상실험 아르바이트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심각한 약물 부작용으로 물고기로 변하고 만다. 가까스로 탈출하여 제약회사의 만행을 세상에 폭로하지만 오히려 반격을 받고, 주변인들도 도와주는 척 하지만 사실은 물고기 인간을 이용해 한 몫 챙기는데 혈안이 돼 있다. 긴 투쟁 끝에 지친 그는 결국 부작용 치료를 포기하고 태평양을 누비며 자유로운 물고기로 살아간다. 영화 ‘돌연변이’의 내용이다.
우리가 약을 먹고 물고기로 변할 일은 없겠지만 체내에 섭취하는 약은 불가피하게 일정 수준의 부작용을 수반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부작용 걱정을 조금은 덜어도 되겠다.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을 필요가 없는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DTx)’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AI가 진료나 치료를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그 자체로 치료제가 되는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가령, 미국의 바이오 테크기업 메드리듬(MedRhythms)은 AI와 음악을 이용한 뇌신경 치료를 통해 뇌졸중 환자들의 보행을 개선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환자들이 음악을 들으며 보행치료를 시작하면 AI가 신발에 부착된 센서로 걸음걸이를 분석하여 리듬을 조절한다. 음악을 통한 자극으로 보행속도와 타이밍의 개선을 유도하는 것이다. 의학발전으로 뇌졸중 생존율은 높아졌으나 생존자 중 절반 이상이 겪는 후유증인 보행장애는 마땅한 치료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메드리듬의 AI 솔루션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여 FDA로부터 혁신 의료기기(Breakthrough Device)로 지정되어 승인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탠포드 대학교 연구진은 AI 의료기업 코그노아(Cognoa)와 협력하여 AI와 AR기술을 활용한 자폐증 행동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수퍼파워 글래스(Superpower Glass)라고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자폐 아동이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면 AI가 상대방의 얼굴을 감지해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통해 상대방과 눈을 맞출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 후 상대방의 표정을 분석하여 행복, 분노, 놀람, 슬픔, 두려움, 혐오, 경멸의 7가지 감정을 이모티콘을 통해 아이에게 알려준다. 일주일에 몇 차례 진행되는 치료를 통해 자폐 아동은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아이슬란드 스타트업 사이드킥 헬스(Sidekick Health)는 귀여운 캐릭터, 레벨, 미션 등의 게임요소를 활용하여 사람들의 생활습관 변화를 유도함으로써 당뇨, 궤양성 대장염 등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플랫폼에 적용된 AI는 데이터를 분석하여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개인 맞춤형 액션 플랜을 수립하고, 동기부여 메시지를 보내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생활습관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생활습관은 현대인의 건강관리 비용과 사망률을 높이는 주된 원인이기 때문에 AI를 활용한 일상생활 속 개입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앞으로 이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의 많은 활약이 기대된다. 특히 디지털 치료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대규모 R&D 자금, 긴 임상기간, 부작용 리스크 등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새로운 혁신기업이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영역이다. 반면 기존 기업은 구 패러다임 하에 보유하고 있는 시장의 우월적 지위 때문에 혁신 기술 도입을 주저할 수 있다(Incumbent Trap). 따라서 혁신기업은 보다 적극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채택하여 기존 기업과는 다른 경로를 통해 빠른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회를 잘 살려 디지털 역량에 강점을 보유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시장을 주도하길 기원해본다.
진성민 KT경제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
우리가 약을 먹고 물고기로 변할 일은 없겠지만 체내에 섭취하는 약은 불가피하게 일정 수준의 부작용을 수반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부작용 걱정을 조금은 덜어도 되겠다.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을 필요가 없는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DTx)’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AI가 진료나 치료를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그 자체로 치료제가 되는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 시대 개막
‘디지털 치료제’는 AI, VR/AR, 웨어러블, 게임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질병을 직접적으로 예방·관리·치료하는 소프트웨어를 의미한다. AI가 골라주는 음악을 들으며 걷고, AR 글래스를 쓰고 증강현실을 즐기고, 게임을 하듯 스마트폰으로 미션을 수행하다 보면 어느새 치료가 된다. 2017년 약물중독 치료용 모바일 앱인 리셋(reSET)이 온라인 인지행동치료의 효과를 입증하여 최초로 FDA 허가를 받은 후 디지털 치료제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조현병, 우울증, 불면증 등 다양한 질환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되고 효과 검증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부작용 없는 맞춤형 치료 가능
디지털 기술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통해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어 디지털 치료제는 3세대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다. 천문학적인 개발비용을 조달할 수 있는 대형 제약사들만이 대량생산을 통해 공급할 수 있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AI와 데이터 분석을 활용하면 개인별 최적의 맞춤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치료제는 알약이나 주사를 통해 인체에 투입하기 때문에 치료제 성분이 체내 어딘가에서 부작용을 수반할 수 있다. 반면 디지털 치료제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시각적인 자극이나 행동의 변화를 활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적다. 때문에 임상시험 기준도 일반 의약품에 비해 덜 까다로운 편이어서 기존 치료제에 비해 상당히 빠르고 저렴하게 개발할 수 있다.AI로 난치병 극복 기대
그 중에서도 AI는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사람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여 치료하는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디지털 치료제는 그간 제약회사에서 신약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경정신질환, 중추신경계, 만성질환 등 다양한 질병·장애에 대한 치료법을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가령, 미국의 바이오 테크기업 메드리듬(MedRhythms)은 AI와 음악을 이용한 뇌신경 치료를 통해 뇌졸중 환자들의 보행을 개선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환자들이 음악을 들으며 보행치료를 시작하면 AI가 신발에 부착된 센서로 걸음걸이를 분석하여 리듬을 조절한다. 음악을 통한 자극으로 보행속도와 타이밍의 개선을 유도하는 것이다. 의학발전으로 뇌졸중 생존율은 높아졌으나 생존자 중 절반 이상이 겪는 후유증인 보행장애는 마땅한 치료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메드리듬의 AI 솔루션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여 FDA로부터 혁신 의료기기(Breakthrough Device)로 지정되어 승인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의료 수급 불균형 해소 역할도
AI가 본격적으로 치료 기능을 수행하면 의료 수급 불균형 해소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자폐증 환자 수가 증가하는데 비해 의료진이 부족한 문제로 인하여, 4~5세 무렵 자폐증 진단을 받더라도 치료를 시작하기까지 18개월 이상 대기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의 발달장애는 조기 발견과 치료가 매우 중요함에도 의료진이 부족하여 치료가 지연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탠포드 대학교 연구진은 AI 의료기업 코그노아(Cognoa)와 협력하여 AI와 AR기술을 활용한 자폐증 행동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수퍼파워 글래스(Superpower Glass)라고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자폐 아동이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면 AI가 상대방의 얼굴을 감지해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통해 상대방과 눈을 맞출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 후 상대방의 표정을 분석하여 행복, 분노, 놀람, 슬픔, 두려움, 혐오, 경멸의 7가지 감정을 이모티콘을 통해 아이에게 알려준다. 일주일에 몇 차례 진행되는 치료를 통해 자폐 아동은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치료의 패러다임 전환
AI는 만성질환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수 많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지속적인 개입을 할 수 있어 생활습관 개선을 유도하는데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의료시스템은 급성 질환을 치료하는데 매우 적합하지만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몇 주 내지는 몇 달에 한 번 병원에 찾아가 진료를 받는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빈번한 진료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앞으로 다가올 고령화 시대에는 노화에 따른 각종 만성질환들이 더욱 증가할 것이며 이를 치료하기 위한 의료비 상승과 의료진 부족이 더욱 심화될 수 있어 AI의 활약이 중요하다.아이슬란드 스타트업 사이드킥 헬스(Sidekick Health)는 귀여운 캐릭터, 레벨, 미션 등의 게임요소를 활용하여 사람들의 생활습관 변화를 유도함으로써 당뇨, 궤양성 대장염 등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플랫폼에 적용된 AI는 데이터를 분석하여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개인 맞춤형 액션 플랜을 수립하고, 동기부여 메시지를 보내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생활습관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생활습관은 현대인의 건강관리 비용과 사망률을 높이는 주된 원인이기 때문에 AI를 활용한 일상생활 속 개입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다가오는 시장 선점의 기회
AI는 치료 중심의 기존 의료체계에서 기존에는 활용되지 못했던 일상 속 수많은 데이터들을 활용하여 병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새로운 치료의 패러다임을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기술의 개입이 커지기 때문에 기존 제약회사보다 ICT 기업들의 역할이 확대될 여지가 크다. 이미 해외에서는 디지털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제약회사와 게임 개발사, 테크기업의 협력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FDA 승인을 받은 디지털 치료제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앞으로 이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의 많은 활약이 기대된다. 특히 디지털 치료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대규모 R&D 자금, 긴 임상기간, 부작용 리스크 등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새로운 혁신기업이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영역이다. 반면 기존 기업은 구 패러다임 하에 보유하고 있는 시장의 우월적 지위 때문에 혁신 기술 도입을 주저할 수 있다(Incumbent Trap). 따라서 혁신기업은 보다 적극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채택하여 기존 기업과는 다른 경로를 통해 빠른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회를 잘 살려 디지털 역량에 강점을 보유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시장을 주도하길 기원해본다.
진성민 KT경제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