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포커스가 올 하반기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임상을 신청한다. 20여 년간 쌓아온 효소 생산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미생물을 활용한 신약개발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다. 하반기부터는 회사의 현금창출원(캐시카우)인 산업용 특수효소 생산 매출도 2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김의중 제노포커스 대표 / 사진=김기남 기자
김의중 제노포커스 대표 / 사진=김기남 기자
제노포커스는 맞춤형 효소 전문기업이다. 단백질 개량 기술과 곰팡이 및 박테리아 분비발현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산업용 특수 효소들을 개발 생산한다.

효소는 화학·생화학 반응이 잘 일어나도록 돕는 단백질 촉매다. 제약·식품·연구용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된다. 제노포커스는 2000년부터 효소를 개량해 고객에 맞는 맞춤 효소를 개발하고 있다.

김의중 대표는 “핵심 기술인 미생물 디스플레이 기술과 고분비 발현 기술을 기반으로, 맞춤 효소 개발 생산에 필요한 전(全) 주기적 플랫폼 기술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생물 디스플레이는 미생물 안에 있는 유전자 정보대로 미생물 표면에 효소를 발현시키는 기술이다. 대량의 돌연변이 라이브러리로부터 개량된 효소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다. 고순도 분비 발현 기술로는 생산하고자 하는 효소를 숙주 미생물 세포 밖으로 분비해 효소의 고순도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개량한 효소를 고순도로 대량생산(스케일업) 하는 것이다.

현재 산업용 효소의 80% 이상을 바실러스 및 곰팡이 분비 발현을 통해 생산한다. 김 대표는 “상업화 수준의 완성도 높은 바실러스 및 곰팡이 분비발현 상용 기술을 모두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산화 효소 기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하반기 임상 신청
제노포커스가 개발 중인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도 효소 생산기술에서 비롯됐다. 오랫동안 축적해온 미생물 기술을 신약에 접목한 것이다. 김 대표는 “장 염증 치료에 쓰이는 미생물을 연구하면서, 효소와 효소들의 반응산물인 대사물질이 병증 치료에 좋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미생물이 내뿜는 유효성분을 증폭시켜 질병을 치료하는 신약을 만들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제노포커스는 장 염증 치료제로 사용되는 약용 미생물로부터 ‘슈퍼옥사이드 디스무타아제(SOD)’ 효소를 개발했다. SOD는 제노포커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마이크로바이옴 유래의 항산화 물질이다. 우리 몸의 대사과정 중에 생기는 활성산소(ROS)를 제거한다. ROS는 체내에 적정량 이상이 쌓이면 인체 세포를 공격해 여러 질병과 노화의 원인이 된다. 이 회사는 작년 8월 식품으로서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안전원료 인증(GRAS)을 받았다.

대표 파이프라인 ‘GF-103’은 SOD 기반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이다. 습성 황반변성(Wet-AMD) 및 염증성 장질환(IBD)을 적응증으로 한다.

제노포커스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에 ‘스포어 바이오로직스(spore biologics)’ 기술을 활용한다. 바실러스 포자(spore)에 SOD를 붙여 이를 먹으면, 장내에서 포자의 발아를 통해 치료용 단백질을 분비하도록 했다. GF-103은 기존 약물보다 긴 시간 동안 체내에서 지속적으로 항산화 작용을 도울 것으로 기대된다. 효소와 효소의 대사물질을 조절함으로써 장내 환경을 개선해 치료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회사는 마우스 모델에서 GF-103의 Wet-AMD의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기존 안구주사 치료제 아일리아(Eylea)와 동등 이상의 효능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안구가 외부 자극, 노화 등에 의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과도한 ROS가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생성되는 신생혈관이 시신경을 누르면서 황반변성이 일어난다”며 “GF-103은 ROS 제거를 통해 신생혈관 생성을 막는 근본적 치료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GF-103은 세계 최초 먹는 황반변성(AMD)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그는 “미생물인 바실러스 균주를 활용해 만든 치료 물질로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다”며 “현재 미국 임상을 위해 시료를 생산 중으로, 하반기 중 FDA에 임상 1상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IBD 역시 실험견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에서 기존 약물 대비 우수한 치료효과를 보였다.

제노포커스는 SOD 효소의 응용기술 및 적응증도 확대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적어도 다섯 가지 적응증에 대해 약물로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외부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검증했다”며 “하반기 중 효소 응용기술에 대한 특허도 출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회사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바이오의약품의 상업 생산을 위한 미국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cGMP)급 시설을 올해 말 완공하고, 2023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산업용 특수효소 및 바이오헬스케어 소재 매출 본격화
하반기부터는 산업용 특수효소 사업 부문에서도 매출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제노포커스는 9월 중 글로벌 1위 유제품 기업과 갈락토올리고당(GOS)을 만드는 효소인 락타아제(lactase) 공급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본격적인 공급을 시작해 4분기부터는 매출이 2~3배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OS는 모유에 포함된 올리고당과 분자 구조가 유사하다.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뛰어나다. 락타아제는 유당으로부터 GOS를 높은 수율로 바꿔준다. 제노포커스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락타아제 개발에 성공했다. 김 대표는 “다국적 유제품 회사들과 공급 계약을 앞두고 있다”며 “프리미엄 조제분유는 물론 일반 식음료, 기능성 유산균 시장에서의 GOS 수요 확대에 따라 락타아제 매출도 동반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산화수소를 분해하는 친환경 효소 카탈라아제(Catalase)도 환경오염에 대한 이슈에 따라 수요가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카탈라아제는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쓰이고 남은 과산화수소를 물과 산소로 분해해 제거한다, 기존 화학공정에 비해 제조비용이 낮고 친환경적이다.
진단용 효소인 ‘프로테아제 K(Protease K)’ 매출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 효소는 유전자증폭(PCR) 기반 코로나19 진단 시 고효율 추출 키트에 쓰이는 핵심 원료다. 제노포커스가 작년 8월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전까지는 국내 진단키트 제조업체들이 전량 수입해왔다.

김 대표는 “작년 11월 출시 이후 연초까지 장기보존 안정성을 검증하기 위해 가속시험을 진행했다”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유명 진단키트 회사들에게 공급을 시작해, 본격적인 매출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지난 6월 써모피셔의 한국 법인인 한국피셔과학과 3년간 이 효소를 독점공급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바이오헬스케어 소재로도 사업 영역을 넓혔다. 자회사 GF퍼멘텍은 효소와 미생물을 활용해 바이오헬스케어 소재를 생산한다. 화장품 보습제로 활용되는 세라마이드의 원천 원료인 파이토스핑고신(Phytosphingosine)을 생산 중이다. 작년 매출 70억 원에 이어 올해는 1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생물 발효를 통해 ‘비타민 K2’도 생산한다. 김 대표는 “경쟁사와 달리 효소를 한 번 더 감싸는 인캡슐레이션 기술로 안정성을 높였다”며 “중국 최대 건강기능식품 기업으로부터 우수성을 인정받아 독점 공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부터 관련 시장이 본격 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 하반기부터 빠른 시장 점유를 통해 매출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GF퍼멘텍은 내년 코스닥시장 상장을 목표하고 있다.

김 대표는 “효소는 바이오산업의 부품소재에 해당한다”며 “세계 12조 원 규모의 효소 시장에서 산업용 효소는 5조 원가량이지만, 제노포커스가 효소를 활용해 만들어갈 바이오 소재까지 합치면 그 규모는 무려 1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유망기업] 제노포커스, 효소 기반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 추진

김예나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2021년 8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