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해부] 전승호 대웅제약 사장 “‘보톡스 전쟁’이 뿌린 안개는 걷혔다. 이제 ‘블록버스터 신약’이란 햇빛이 내리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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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소송’, ‘전쟁’ 등 험한 단어로 얼룩졌던 대웅제약 관련 뉴스가 올 들어 한결 부드러워졌다. 5년을 끈 메디톡스와의 보톡스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된 데 이어 자체 개발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프라잔의 기술수출에 성공하는 등 ‘호재’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당뇨병 치료제 등 다른 파이프라인 개발도 순항 중이다. 대웅제약은 신약을 앞세워 오는 2027년까지 연매출 규모를 작년보다 5배 많은 5조 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5년간 대웅제약 앞에 드리웠던 안개는 짙고 깊었다. 2016년 시작된 메디톡스와의 ‘보톡스 전쟁’이 갈수록 꼬이면서 대웅제약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대웅의 미래가 불확실해졌다”며 주식을 내던지는 투자자들이 잇따랐고, “돈줄이 막히면 연구개발(R&D) 계획도 틀어질 것”이란 우려마저 제약업계 일각에서 나왔다.
하지만 안개가 걷힌 뒤 드러난 대웅제약의 모습은 이런 예상과는 사뭇 달랐다. 메디톡스와 ‘힘 겨루기’를 하면서도 R&D 투자를 늦추지 않았다. 덕분에 해외 판매를 가로막았던 모든 장벽이 사라지는 순간 ‘나보타’(대웅의 보툴리눔톡신 제품)는 ‘계륵’에서 ‘효자’로 변신했다. 매달 수출 신기록을 다시 쓸 정도로 잘 나간다.
자체 개발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프라잔’은 이변이 없는 한 올가을 ‘34호 국산신약’으로 등재된다. 여기에 당뇨약 등 30개가 넘는 신약 파이프라인이 대기중이다.
전승호 사장(46)은 이런 대웅제약의 현재와 미래를 그리는 ‘젊은 지휘자’다. 2018년 마흔셋 나이에 취임한 뒤 4년째 대웅제약을 이끌고 있다. 오너 일가가 아닌 평사원으로 입사한 일반직원이 40대에 ‘빅5 제약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된 것이나 성과를 인정받아 연임한 것 모두 처음 있는 일이다.
서울 삼성동 집무실에서 만난 전 사장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악재가 사라진 만큼 이제 좋아질 일만 남았다”며 “나보타, 펙수프라잔, 당뇨약 등 ‘신약 3총사’를 앞세워 2027년 매출 5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메디톡스와 ‘보톡스 전쟁’ 사실상 마무리
Q. ‘보톡스’ 분쟁은 끝난 건가.
클리어됐다. 올초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나보타에 대한 수입금지 결정을 무효화하면서 사실상 끝났다. (ITC는 지난해 12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 제조공정 영업비밀을 침해한 걸로 보고 21개월간 나보타 미국 수입·판매를 금지했다.
그러나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인 에볼루스(미용)와 이온바이오파마(치료)가 메디톡스와 메디톡스의 미국 파트너인 앨러간에 로열티를 주는 조건으로 나보타 판매를 재개하기로 합의하면서 ITC 결정은 무효화됐다.)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도 ITC 최종 결정에 대한 항소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제 나보타를 해외에 파는 데 어떠한 걸림돌도 없다.
Q. 나보타 판매는 잘되고 있나.
올초 미국에서 판매를 재개한 뒤 매달 매출 신기록을 내고 있다. 캐나다에서도 올해 최대 실적이 나올 것 같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장 많이 쓰이는 앨러간 제품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데 가격은 20~30% 싸기 때문이다. 앨러간 제품과 분자량(900KDa)이 똑같기 때문에 진입장벽도 없다. 대부분 병원들은 과거부터 써온 앨러간 제품에 맞게 각종 장비는 물론 투여방법, 희석비율을 세팅해놓는다. 그래서 앨러간과 분자량이 다른 독일, 프랑스 제품은 각 병원을 뚫는 게 쉽지 않다.
나보타는 그럴 필요가 없다. 나보타는 현재 55개국에서 허가됐고 80여 개국과 판매 계약을 맺었다. 목표는 2024년까지 미국 미용시장의 30%를 차지하는 것이다.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시장인 중국에선 임상 3상을 완료했다. 내년 허가승인을 받는 게 목표다. 내년 초부터 유럽 25개국에서도 판매에 들어간다.
Q. 보툴리눔톡신으로 치료용 시장에도 뛰어드나.
물론이다. 대웅제약은 이온바이오파마와 함께 편두통을 적응증으로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편두통 환자는 미국에서만 4000만 명에 달할 정도 흔한 질환이다. 전 세계 환자 수는 10억 명에 이른다. 엄청난 시장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2025년 나보타 글로벌 매출 1조 원 달성’은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이렇게 되면 5000억 원가량은 대웅제약의 매출로 잡히게 된다. 나보타 영업이익률은 50%가 넘는다. 나보타 판매가 늘어나면 대웅제약의 수익성은 가파르게 개선된다.
펙수프라잔, 2027년 1조 블록버스터 될 것
Q. 펙수프라잔에 대한 기대도 크다.
올가을께 품목허가가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34호 국산신약’이 된다. 내년 초중반 보험약가가 나오면 병원에서 처방되기 시작할 것이다. 펙수프라잔은 조(兆) 단위 블록버스터가 되기에 충분한 약이다. 일단 약효가 좋다.
펙수프라잔은 위벽에서 위산을 분비하는 양성자펌프를 차단하는 기전의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제제다. 기존 PPI(프로톤 펌프 억제제)제제에 비해 약효가 빨리 나타나고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게 강점이다. 그런 만큼 P-CAB이 35조 원에 달하는 PPI제제 시장을 잠식해나갈 텐데, 현재 P-CAB 약은 3개(펙수프라잔, 일본 다케다제약의 보노프라잔, HK이노엔의 케이캡)뿐이다. 뻗어나갈 시장이 무궁무진하다.
Q. 기술수출도 많이 했다.
6월 초 미국 뉴로가스트릭스와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 지분 13.5%와 현금 최대 4800억 원을 받는 조건이다. 매출 규모에 따라 최대 10% 이상을 받는 판매 로열티는 별도다. 지난 3월에는 중국 상하이하이니와 380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작년에는 멕시코(목샤8·560억 원), 브라질(EMS·860억 원) 업체와 손을 잡았다. 펙수프라잔의 ‘영토’는 전 세계 40%(시장규모 기준)로 확대됐고, 누적 기술수출 금액은 1조 원을 넘었다. 미국에서는 2023년, 중국에서는 2024년께 발매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2028년 쯤에는 연매출 1조 원짜리 의약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당뇨병 신약(이나보글리플로진) 임상 2상 결과도 좋게 나왔다.
임상 2상에서 기존 치료제보다 혈당을 안정적으로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약은 신장에서 포도당을 재흡수하는 수송체인 SGLT-2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포도당을 소변으로 배출시켜 혈당을 조절하는 기전이다. 2상 결과 이 약을 먹고 당뇨병 조절 목표인 ‘당화혈색소 7.0% 이하’로 도달한 환자 비율이 최대 61%에 달했다. 현재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2023년 발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계열 내 최고(best-in-class) 신약이 될 걸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 기업과 기술수출도 협의 중이다.
Q.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도 개발 중인데.
두 가지를 개발 중이다. 먼저 이중작용 기전의 중증 자가면역 치료제 ‘DWP213388’은 하반기 미국에서 임상 1상을 개시할 예정이다. 과도한 면역작용으로 자신의 세포와 조직을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에 관련한 B세포와 T세포를 동시에 억제하는 약물이다. 이중항체와 비슷한 기전이다. 동물실험에서 루푸스, 류머티즘 관절염, 아토피 피부염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수출을 협의하고 있다. 또 다른 후보물질인 ‘DWP212525’는 내년 초 임상 1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항암제 등 30여 개 파이프라인 가동 중
Q. 추가로 갖고 있는 파이프라인은.
‘미래 먹거리’ 후보군을 30여 개 갖고 있다. 리스트에는 항암제, 비만 치료제, 안구건조증 치료제 등이 올라 있다. 폐섬유증 치료제는 연내 한국과 미국에서 글로벌 임상 2상을 신청할 계획이다. 비만 치료제도 내년 임상 2상에 도전할 방침이다. 항암제는 3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로 동물실험에서 효능을 확인했다. 계열사인 한올바이오파마와 공동개발하고 있는 안구건조증 치료제는 두 번째 미국 임상 3상 계획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했다. 내년 상반기에 톱라인 결과를 발표하는 게 목표다.
Q. 어떻게 신약 창고를 불렸나.
2018년 처음 사장을 맡을 때와 비교하면 파이프라인이 2배로 불었다. 그렇다고 R&D 투자비를 2배 늘린 건 아니다. 현재 R&D 투자비는 연 1500억 원 정도로 국내 제약업계 최상위권이긴 하다. 파이프라인을 단시일 내에 늘릴 수 있었던 건 오픈 이노베이션 덕분이다. 국내외 바이오벤처와 공동연구하는 식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대거 확보했다.
자체 개발한 기술 중 일부를 분사해 시장에서 냉혹하게 평가받도록 했다. 외부 투자를 못 받는 기술이라면 자체적으로 개발해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외부 투자를 받은 기술은 그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방증이다. 시장을 통해 성공 가능성을 점검하는 식으로 신약 후보군의 질도 높였다.
Q. 어떤 기업들과 공동 R&D를 계획하고 있나.
현재 50여 개 국내외 바이오벤처를 대상으로 지분 투자 및 공동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항암제와 자가면역질환,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업체를 주로 들여다보고 있다. RNA치료제와 세포유전자 치료제, 프로탁, 인공지능(AI) 신약개발, 디지털치료제 분야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R&D 파트너로서 대웅제약의 강점은 연구영역이 넓고 투자결정이 빠르다는 점이다.
대웅제약은 실력 있는 바이오벤처가 R&D 파트너로 삼는 데 최적이라고 생각한다. 합성신약, 바이오신약, 줄기세포치료제 등 연구 스펙트럼이 넒은 만큼 각 바이오벤처가 진행해온 연구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잘하는 분야는 키워줄 수 있다고 자신한다.
Q. M&A 계획도 있나.
과거 글로벌본부장을 맡았을 때는 해외 기업 인수를 적극 추진했었다. 최종 2순위에 들어갔다가 놓친 적도 있다. 하지만 요즘 들여다보는 기업은 없다. 인위적으로 덩치를 키울 생각은 없다. 국내 기업의 경우 생산시설이나 R&D 등이 중복되기 때문에 시너지가 별로 없다. 해외 기업의 경우 코로나19 때문에 실사 등을 통해 실체를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다. 당분간 R&D 협력으로 회사를 키우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넷플릭스, 구글의 도전정신 벤치마킹
Q. 대웅제약의 중장기 목표는.
2030년까지 ‘10-10-10’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매출 10조 원, 기업가치 10조 원, 보유 신약 개수 10개를 뜻한다. 중기적으로는 2027년까지 매출 5조 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작년 매출이 1조 원 안팎이었던 만큼 덩치를 5배나 키워야 한다. 그때쯤 되면 나보타와 펙수프라잔, 이나보글리플로진의 국내외 판매가 궤도에 오를 것이다. 앞서 2025년부터는 해외매출이 국내를 넘어설 것이다. 올해 매출(연결 기준)은 작년보다 15% 이상 늘어난 1조2000억 원으로 잡았다.
Q. 벤치마킹하는 기업이 있다면.
요즘 넷플릭스, 구글 같은 테크기업을 공부하고 있다. 제약산업은 IT산업과 업(業)의 형태는 다르지만,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다. ‘실패해도 좋으니 도전한다’는 기업문화가 대표적인 예다.
Q. 대웅제약은 업무가 고된 회사로 알려져 있다.
팀원이 팀장급 업무를 하고, 팀장은 임원 업무를 하는 곳이 대웅제약이다. 그만큼 직원은 빠르게 성장한다. 업무에 대한 압박이 크다는 건 그만큼 일할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는 의미다. 대웅제약 직원은 스카우트 제의도 많이 들어온다. CEO 입장에선 원치 않는 현상이지만, 한편으론 자랑스럽기도 하다. 대웅 출신으로 창업한 사람도 많다. 일부는 대웅제약이 지분투자해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Q. 가상신약개발연구(VRDO)는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외부 파트너와 업무를 나누는 개념이다. 대웅제약은 ‘브레인’만 쓰고 ‘손’과 ‘발’로 협력업체를 쓰는 방식이다. 예컨대 신약 후보물질은 외부 AI시스템을 통해 추천받고,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을 통해 독성실험과 세포실험을 하는 식이다. R&D 전략과 구조만 잘 짜면 신약개발 속도를 높이고 비용은 줄일 수 있다.
Q.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분야도 강화하나.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대웅제약 일반의약품 사업부는 연평균 15%씩 성장했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정체됐다. 우루사와 임팩타민 등이 선전하고 있지만 더 키워야 한다. 건기식도 올해 100억 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프로바이오틱스, 밀크시슬, 오메가3 제품 등을 내놓을 방침이다.
반려동물사업 진출… “3년 내 주가 2.5배 올릴 것”
Q. 코로나19 치료제는 임상 3상에 도전할 계획인가.
최근 공개한 ‘코비블록’ 임상 2b상 결과는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주평가 변수(임상적 증상이 개선되기까지 걸린 시간)는 충족하지 못했지만, 중증 진행 가능성이 높은 50대 이상 환자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코비블록을 복용한 환자가 증상이 개선되는 데 걸린 시간은 7일로 위약군 8일과 통계적 차이는 없었다. 반면 50대 이상 환자에서 호흡기 증상 개선에 걸리는 시간은 4일로 위약군 9일보다 2배 이상 빨랐다.) 임상 3상 실시 여부는 정부와 협의해서 결정할 계획이다.
Q. 준비 중인 신사업이 있다면.
반려동물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수의정보라는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반려동물의약품과 사료, 용품 등을 다루는 회사다.
Q. 대웅제약 주가는 적정하다고 보나.
저평가됐다. 보톡스 분쟁 등의 여파로 주가가 실제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시가총액이 2조 원 안팎인데 임기(2024년 3월)까지 5조 원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거느리고 있는 제품들을 보면 충분히 가능한 수치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8월호에 실렸습니다.
하지만 안개가 걷힌 뒤 드러난 대웅제약의 모습은 이런 예상과는 사뭇 달랐다. 메디톡스와 ‘힘 겨루기’를 하면서도 R&D 투자를 늦추지 않았다. 덕분에 해외 판매를 가로막았던 모든 장벽이 사라지는 순간 ‘나보타’(대웅의 보툴리눔톡신 제품)는 ‘계륵’에서 ‘효자’로 변신했다. 매달 수출 신기록을 다시 쓸 정도로 잘 나간다.
자체 개발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프라잔’은 이변이 없는 한 올가을 ‘34호 국산신약’으로 등재된다. 여기에 당뇨약 등 30개가 넘는 신약 파이프라인이 대기중이다.
전승호 사장(46)은 이런 대웅제약의 현재와 미래를 그리는 ‘젊은 지휘자’다. 2018년 마흔셋 나이에 취임한 뒤 4년째 대웅제약을 이끌고 있다. 오너 일가가 아닌 평사원으로 입사한 일반직원이 40대에 ‘빅5 제약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된 것이나 성과를 인정받아 연임한 것 모두 처음 있는 일이다.
서울 삼성동 집무실에서 만난 전 사장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악재가 사라진 만큼 이제 좋아질 일만 남았다”며 “나보타, 펙수프라잔, 당뇨약 등 ‘신약 3총사’를 앞세워 2027년 매출 5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메디톡스와 ‘보톡스 전쟁’ 사실상 마무리
Q. ‘보톡스’ 분쟁은 끝난 건가.
클리어됐다. 올초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나보타에 대한 수입금지 결정을 무효화하면서 사실상 끝났다. (ITC는 지난해 12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 제조공정 영업비밀을 침해한 걸로 보고 21개월간 나보타 미국 수입·판매를 금지했다.
그러나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인 에볼루스(미용)와 이온바이오파마(치료)가 메디톡스와 메디톡스의 미국 파트너인 앨러간에 로열티를 주는 조건으로 나보타 판매를 재개하기로 합의하면서 ITC 결정은 무효화됐다.)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도 ITC 최종 결정에 대한 항소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제 나보타를 해외에 파는 데 어떠한 걸림돌도 없다.
Q. 나보타 판매는 잘되고 있나.
올초 미국에서 판매를 재개한 뒤 매달 매출 신기록을 내고 있다. 캐나다에서도 올해 최대 실적이 나올 것 같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장 많이 쓰이는 앨러간 제품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데 가격은 20~30% 싸기 때문이다. 앨러간 제품과 분자량(900KDa)이 똑같기 때문에 진입장벽도 없다. 대부분 병원들은 과거부터 써온 앨러간 제품에 맞게 각종 장비는 물론 투여방법, 희석비율을 세팅해놓는다. 그래서 앨러간과 분자량이 다른 독일, 프랑스 제품은 각 병원을 뚫는 게 쉽지 않다.
나보타는 그럴 필요가 없다. 나보타는 현재 55개국에서 허가됐고 80여 개국과 판매 계약을 맺었다. 목표는 2024년까지 미국 미용시장의 30%를 차지하는 것이다.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시장인 중국에선 임상 3상을 완료했다. 내년 허가승인을 받는 게 목표다. 내년 초부터 유럽 25개국에서도 판매에 들어간다.
Q. 보툴리눔톡신으로 치료용 시장에도 뛰어드나.
물론이다. 대웅제약은 이온바이오파마와 함께 편두통을 적응증으로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편두통 환자는 미국에서만 4000만 명에 달할 정도 흔한 질환이다. 전 세계 환자 수는 10억 명에 이른다. 엄청난 시장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2025년 나보타 글로벌 매출 1조 원 달성’은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이렇게 되면 5000억 원가량은 대웅제약의 매출로 잡히게 된다. 나보타 영업이익률은 50%가 넘는다. 나보타 판매가 늘어나면 대웅제약의 수익성은 가파르게 개선된다.
펙수프라잔, 2027년 1조 블록버스터 될 것
Q. 펙수프라잔에 대한 기대도 크다.
올가을께 품목허가가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34호 국산신약’이 된다. 내년 초중반 보험약가가 나오면 병원에서 처방되기 시작할 것이다. 펙수프라잔은 조(兆) 단위 블록버스터가 되기에 충분한 약이다. 일단 약효가 좋다.
펙수프라잔은 위벽에서 위산을 분비하는 양성자펌프를 차단하는 기전의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제제다. 기존 PPI(프로톤 펌프 억제제)제제에 비해 약효가 빨리 나타나고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게 강점이다. 그런 만큼 P-CAB이 35조 원에 달하는 PPI제제 시장을 잠식해나갈 텐데, 현재 P-CAB 약은 3개(펙수프라잔, 일본 다케다제약의 보노프라잔, HK이노엔의 케이캡)뿐이다. 뻗어나갈 시장이 무궁무진하다.
Q. 기술수출도 많이 했다.
6월 초 미국 뉴로가스트릭스와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 지분 13.5%와 현금 최대 4800억 원을 받는 조건이다. 매출 규모에 따라 최대 10% 이상을 받는 판매 로열티는 별도다. 지난 3월에는 중국 상하이하이니와 380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작년에는 멕시코(목샤8·560억 원), 브라질(EMS·860억 원) 업체와 손을 잡았다. 펙수프라잔의 ‘영토’는 전 세계 40%(시장규모 기준)로 확대됐고, 누적 기술수출 금액은 1조 원을 넘었다. 미국에서는 2023년, 중국에서는 2024년께 발매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2028년 쯤에는 연매출 1조 원짜리 의약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당뇨병 신약(이나보글리플로진) 임상 2상 결과도 좋게 나왔다.
임상 2상에서 기존 치료제보다 혈당을 안정적으로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약은 신장에서 포도당을 재흡수하는 수송체인 SGLT-2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포도당을 소변으로 배출시켜 혈당을 조절하는 기전이다. 2상 결과 이 약을 먹고 당뇨병 조절 목표인 ‘당화혈색소 7.0% 이하’로 도달한 환자 비율이 최대 61%에 달했다. 현재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2023년 발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계열 내 최고(best-in-class) 신약이 될 걸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 기업과 기술수출도 협의 중이다.
Q.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도 개발 중인데.
두 가지를 개발 중이다. 먼저 이중작용 기전의 중증 자가면역 치료제 ‘DWP213388’은 하반기 미국에서 임상 1상을 개시할 예정이다. 과도한 면역작용으로 자신의 세포와 조직을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에 관련한 B세포와 T세포를 동시에 억제하는 약물이다. 이중항체와 비슷한 기전이다. 동물실험에서 루푸스, 류머티즘 관절염, 아토피 피부염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수출을 협의하고 있다. 또 다른 후보물질인 ‘DWP212525’는 내년 초 임상 1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항암제 등 30여 개 파이프라인 가동 중
Q. 추가로 갖고 있는 파이프라인은.
‘미래 먹거리’ 후보군을 30여 개 갖고 있다. 리스트에는 항암제, 비만 치료제, 안구건조증 치료제 등이 올라 있다. 폐섬유증 치료제는 연내 한국과 미국에서 글로벌 임상 2상을 신청할 계획이다. 비만 치료제도 내년 임상 2상에 도전할 방침이다. 항암제는 3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로 동물실험에서 효능을 확인했다. 계열사인 한올바이오파마와 공동개발하고 있는 안구건조증 치료제는 두 번째 미국 임상 3상 계획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했다. 내년 상반기에 톱라인 결과를 발표하는 게 목표다.
Q. 어떻게 신약 창고를 불렸나.
2018년 처음 사장을 맡을 때와 비교하면 파이프라인이 2배로 불었다. 그렇다고 R&D 투자비를 2배 늘린 건 아니다. 현재 R&D 투자비는 연 1500억 원 정도로 국내 제약업계 최상위권이긴 하다. 파이프라인을 단시일 내에 늘릴 수 있었던 건 오픈 이노베이션 덕분이다. 국내외 바이오벤처와 공동연구하는 식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대거 확보했다.
자체 개발한 기술 중 일부를 분사해 시장에서 냉혹하게 평가받도록 했다. 외부 투자를 못 받는 기술이라면 자체적으로 개발해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외부 투자를 받은 기술은 그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방증이다. 시장을 통해 성공 가능성을 점검하는 식으로 신약 후보군의 질도 높였다.
Q. 어떤 기업들과 공동 R&D를 계획하고 있나.
현재 50여 개 국내외 바이오벤처를 대상으로 지분 투자 및 공동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항암제와 자가면역질환,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업체를 주로 들여다보고 있다. RNA치료제와 세포유전자 치료제, 프로탁, 인공지능(AI) 신약개발, 디지털치료제 분야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R&D 파트너로서 대웅제약의 강점은 연구영역이 넓고 투자결정이 빠르다는 점이다.
대웅제약은 실력 있는 바이오벤처가 R&D 파트너로 삼는 데 최적이라고 생각한다. 합성신약, 바이오신약, 줄기세포치료제 등 연구 스펙트럼이 넒은 만큼 각 바이오벤처가 진행해온 연구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잘하는 분야는 키워줄 수 있다고 자신한다.
Q. M&A 계획도 있나.
과거 글로벌본부장을 맡았을 때는 해외 기업 인수를 적극 추진했었다. 최종 2순위에 들어갔다가 놓친 적도 있다. 하지만 요즘 들여다보는 기업은 없다. 인위적으로 덩치를 키울 생각은 없다. 국내 기업의 경우 생산시설이나 R&D 등이 중복되기 때문에 시너지가 별로 없다. 해외 기업의 경우 코로나19 때문에 실사 등을 통해 실체를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다. 당분간 R&D 협력으로 회사를 키우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넷플릭스, 구글의 도전정신 벤치마킹
Q. 대웅제약의 중장기 목표는.
2030년까지 ‘10-10-10’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매출 10조 원, 기업가치 10조 원, 보유 신약 개수 10개를 뜻한다. 중기적으로는 2027년까지 매출 5조 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작년 매출이 1조 원 안팎이었던 만큼 덩치를 5배나 키워야 한다. 그때쯤 되면 나보타와 펙수프라잔, 이나보글리플로진의 국내외 판매가 궤도에 오를 것이다. 앞서 2025년부터는 해외매출이 국내를 넘어설 것이다. 올해 매출(연결 기준)은 작년보다 15% 이상 늘어난 1조2000억 원으로 잡았다.
Q. 벤치마킹하는 기업이 있다면.
요즘 넷플릭스, 구글 같은 테크기업을 공부하고 있다. 제약산업은 IT산업과 업(業)의 형태는 다르지만,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다. ‘실패해도 좋으니 도전한다’는 기업문화가 대표적인 예다.
Q. 대웅제약은 업무가 고된 회사로 알려져 있다.
팀원이 팀장급 업무를 하고, 팀장은 임원 업무를 하는 곳이 대웅제약이다. 그만큼 직원은 빠르게 성장한다. 업무에 대한 압박이 크다는 건 그만큼 일할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는 의미다. 대웅제약 직원은 스카우트 제의도 많이 들어온다. CEO 입장에선 원치 않는 현상이지만, 한편으론 자랑스럽기도 하다. 대웅 출신으로 창업한 사람도 많다. 일부는 대웅제약이 지분투자해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Q. 가상신약개발연구(VRDO)는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외부 파트너와 업무를 나누는 개념이다. 대웅제약은 ‘브레인’만 쓰고 ‘손’과 ‘발’로 협력업체를 쓰는 방식이다. 예컨대 신약 후보물질은 외부 AI시스템을 통해 추천받고,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을 통해 독성실험과 세포실험을 하는 식이다. R&D 전략과 구조만 잘 짜면 신약개발 속도를 높이고 비용은 줄일 수 있다.
Q.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분야도 강화하나.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대웅제약 일반의약품 사업부는 연평균 15%씩 성장했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정체됐다. 우루사와 임팩타민 등이 선전하고 있지만 더 키워야 한다. 건기식도 올해 100억 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프로바이오틱스, 밀크시슬, 오메가3 제품 등을 내놓을 방침이다.
반려동물사업 진출… “3년 내 주가 2.5배 올릴 것”
Q. 코로나19 치료제는 임상 3상에 도전할 계획인가.
최근 공개한 ‘코비블록’ 임상 2b상 결과는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주평가 변수(임상적 증상이 개선되기까지 걸린 시간)는 충족하지 못했지만, 중증 진행 가능성이 높은 50대 이상 환자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코비블록을 복용한 환자가 증상이 개선되는 데 걸린 시간은 7일로 위약군 8일과 통계적 차이는 없었다. 반면 50대 이상 환자에서 호흡기 증상 개선에 걸리는 시간은 4일로 위약군 9일보다 2배 이상 빨랐다.) 임상 3상 실시 여부는 정부와 협의해서 결정할 계획이다.
Q. 준비 중인 신사업이 있다면.
반려동물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수의정보라는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반려동물의약품과 사료, 용품 등을 다루는 회사다.
Q. 대웅제약 주가는 적정하다고 보나.
저평가됐다. 보톡스 분쟁 등의 여파로 주가가 실제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시가총액이 2조 원 안팎인데 임기(2024년 3월)까지 5조 원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거느리고 있는 제품들을 보면 충분히 가능한 수치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8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