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덕분에 보완된 ‘바이러스 감시 시스템’, 지난 경험에서 얻은 많은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잘 활용한다면 다가올 또다른 감염병 대유행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덕분에 보완된 ‘바이러스 감시 시스템’, 지난 경험에서 얻은 많은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잘 활용한다면 다가올 또다른 감염병 대유행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세상에서 생성되는 데이터 양이 너무 커서 이 데이터를 흡수하고 해석하고 복잡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인간의 능력을 훨씬 뛰어 넘는다. 그러기에 인간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인공지능(AI)은 머신러닝의 논리적 발전, 그리고 딥러닝은 예측 분석과 규범적 분석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최근 AI는 많은 기술 발전과 도약이 있었다. 이 때문에 신약개발 분야에서도 AI가 모든 것을 해결해 금방 새로운 약을 만들 것이라는 오해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변이를 예측한 것은 AI가 아니라 인류가 그간 쌓은 연구 데이터들이었다.

이미 예측됐던 바이러스 변이의 가능성들
지난해 1월 20일부터 대한민국은 코로나19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생존 전략은 ‘적당한 변이’다. 지난해 5월 말 이태원발 G614D 변이를 시작으로 현재 우려 변이에 포함된 것은 알파(영국발), 베타(남아공발), 델타(인도발), 감마(브라질발), 람다(페루발) 등이다.

변이 바이러스로 대한민국 확진자 수가 네 자릿수로 늘자 수도권에 새로운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해 시행하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의 영향은 구체적으로 얼마나 될까. 질병관리청은 지난 7월 19일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1주 국내 감염 사례 중 주요 변이바이러스 검출률은 47.1%로 1001건 확인됐다”며 “전주 36.9%(395건)보다 10.2%p 증가했다”고 밝혔다. 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국내 감염 사례의 23.3%가량을 추출해 유전자 검사로 주요 변이바이러스 발생 여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방대본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국내 감염 사례 중 인도발 델타형 검출률은 33.9%(719건)로 전주 23.3%(250건) 대비 10.6%p 증가했다(7월 29일 기준). 영국발 알파형은 13.3%(282건)로 확인됐다. 확진자의 바이러스 유전자를 검사한 결과, 100명 중 무려 47명이 델타와 알파 변이에 감염됐다. 전파 속도가 빠른 변이가 확진자의 절반이나 되니 확진자가 계속 더 나올 것은 뻔하다.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자 미국의 바이오 전문 매체인 <바이오센추리>에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자들은 어떻게 바이러스 변이를 앞서갈 수 있을까?(How COVID-19 drug developers can stay ahead of viral variants?)’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 질문에 대한 부분적인 답은 이미 존재한다. 미국 미네소타대 수의학과 팡리(Fang Li)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1월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에 존재하는 수용체 결합 부위(RBM)가 그들이 연구해온 사스 바이러스(SARS-CoV-1)와 염기서열상 76% 비슷하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ACE2를 기능적인 수용체 단백질로 사용한다고 결론지었다.

지난 10년간의 바이러스 구조 연구를 통해 사스의 RBM 가운데 일부 아미노산(442·472·479, 480·487)이 ‘hotspot-31’을 구성해 ACE2를 결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필자의 관심을 끈 논문 속 자료는 SARS-CoV-1, Civet-SARS, Bat- SARS와 SARS-CoV-2의 RBD 아미노산 서열을 비교한 자료다. 그중 분홍색 부위가 RBM에 해당하는 서열이다. 아미노산 밑의 별(*) 표시가 된 부분은 ‘보존전략(conservation strategy)’으로 하나의 아미노산으로 유지됐다.

쌍점(:) 표시가 된 부분은 비슷한 구조로 유지된 부분이며, 온점(.)은 약하게 구조가 유지된 부분이다. 아무 표시가 없는 아미노산은 구조 유지가 어려운 부분이다.
SARS-CoV-1, Civet-SARS, Bat-SARS와 SARS-CoV-2의 RBD 아미노산 서열을 비교한 논문 속 자료.
SARS-CoV-1, Civet-SARS, Bat-SARS와 SARS-CoV-2의 RBD 아미노산 서열을 비교한 논문 속 자료.
베타 변이(남아공)는 스파이크 단백질 첫 주요 변이인 N501Y를 포함해 수용체 결합 영역에 K417N, E484K 변이가 존재한다. N501Y는 자료 속 온점(.)에 해당하는 부분이기에 구조 유지가 아주 약한 부분이고, K417N과 E484K 변이는 아무것도 표시가 되지 않은 아미노산이기 때문에 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약물 재창출의 가능성을 보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다음 대유행병의 출현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5년 안에 또 올 것이라고 예견한다. 어떻게 다음 팬데믹을 준비할 것인가.

이미 ‘바이러스 감시 시스템’은 코로나19 덕분에 많이 보완된 것 같다. 비어 바이오테크놀로지의 CEO 조지 스캥고스 박사는 현재 ‘pan-corona vaccine’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비어가 감염병 치료를 목적으로 구성한 4가지 플랫폼은 구체적이다.

항체, T세포, 선천면역과 siRNA 플랫폼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플랫폼은 바이러스 감염에서 회복된 사람들 혈장에 존재하는 중화 항체를 식별하는 고유의 기술이다.

물론 코로나19 백신이 중요한 대항 무기이지만 코로나19 치료제는 ‘Day 1’부터 계속 필요했다. 렘데시비르는 4개 핵산 중 하나인 아데노신과 유사한 화학구조를 지닌 핵산작용제 약물로 바이러스 RNA에 결합해 바이러스의 복제를 막는 기전을 지닌다.

길리어드가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하던 임상연구에서 감염 치료효과를 입증하는 데 실패했지만 ‘약물재창출’의 가능성을 보고 코로나 치료제 임상을 진행한 것이다.

지난 5월 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한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의 긴급 사용허가를 내렸다. 하지만 다른 치료제 임상은 거의 다 실패했다.

유일하게 몇 개가 남아 있지만 가장 높은 가능성은 MSD와 릿지백 바이오테라퓨틱스의 경구용 코로나19 항바이러스제 ‘몰누피라비르(MK-4482(EIDD-2801))’다. MSD가 독감치료제로 개발 중 이던 EIDD-2801의 방향을 틀어 코로나19 치료제로서 현재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MSD가 독감 치료제에서 방향을 틀어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경구용 코로나
19 항바이러스제 ‘몰누피라비르(MK-4482(EIDD-2801))ʼ가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다은 코로나19 치료제다.
MSD가 독감 치료제에서 방향을 틀어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경구용 코로나 19 항바이러스제 ‘몰누피라비르(MK-4482(EIDD-2801))ʼ가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다은 코로나19 치료제다.
바이러스는 통상 숙주 몸 안에 들어가 복제를 하면서 감염을 일으키는데 몰누피라비르는 코로나19의 RNA에 삽입돼 바이러스 복제 과정에 오류를 일으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여 죽게 하는 기전으로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다.

전임상 연구를 진행한 미국 연구팀은 “페럿 실험으로 얻은 데이터로 예측해보면 코로나19 환자에게 투약 후 24~36시간 내 감염력을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루이틀 치료만으로 환자가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지 못해 격리 해제될 수 있을 정도로 바이러스 양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MSD는 미국 정부와 12억 달러에 몰누피라비르의 조달 합의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6월 9일 공표했다. 미국 정부가 발 빠르게 계약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렘데시비르 사례를 통해 경험한 것 같이 또 다른 ‘광범위 항바이러스제’가 필요한 것이다.

MSD는 광범위한 접근성 약속을 이행하고자 세계 각국에서 몰누피라비르가 사용될 수 있게 생산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MSD는 올해 말까지 1000만 도스를 준비하겠다고 한다.

왜 EIDD-2801이 MK-4482인가. 미국 애틀랜타에 있는 에모리대 연구자들이 발견했기 때문에 ‘EIDD-2801’의 고유 이름이 먼저 붙었다. 에모리대 지분의 100%를 보유한 비영리 생명공학기업 드라이브(DRIVE·Drug Innovations at Emory)가 이 약물의 개발권을 릿지백 바이오테라퓨틱스에 넘겼다.

MSD는 지난해 5월 릿지백과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릿지백은 계약성사금과 함께 추후 각종 성과금, 그리고 발매에 따른 수익금을 나눠 갖고 MSD는 임상개발, 허가취득 및 제조 부분을 맡기로 했다. 계약에 따라 발매 독점권을 확보한 MSD는 ‘MK-4482’라는 고유 번호를 붙인 것이다.

릿지백의 웬디 홀먼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래 우리는 ‘EIDD-2801’이 임상 단계에 돌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리가 보유한 네트워크를 통해 여러 제휴선과 긴밀한 협력을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다시 고쳐 쓰면 릿지백은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이기에 네트워크를 통해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을 통해 진정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표현이다.

작지만 큰 기업이 되는 것이다. 필자는 궁금하여 NRDO인 릿지백의 웹사이트를 방문했다. “릿지백 바이오테라퓨틱스는 에볼라와 코로나19처럼 한계가 있거나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감염성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잠재적인 치료제를 개발합니다.” 릿지백의 모토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소와 콩고의 국립생의학 연구소가 함께 발굴해냈고 릿지백이 라이선스해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에볼라 치료제 ‘에방가’를 미국 FDA는 2020년 12월 23일 승인했다.

에방가는 1995년 콩고의 에볼라 생존자로부터 감염 11년 뒤에 추출한 단클론항체 중에 선택됐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2018년 콩고에서 발병했으며 가장 최근 발병은 2020년 6월에 시작돼 55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보고됐다. 이렇게 릿지백은 에볼라와 코로나에 집중하는 NRDO다.

작은 결정이 큰 영향 미쳐
지난 1년 7개월간의 팬데믹 상황에서 인간은 무엇을 배웠는가. 우리가 배운 것은 바로 작은 결정이 중요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국가는 어떤 결정을 해야 하고, 보건당국의 역할이 무엇이며 급속히 변화하는 상황에 개인들은 어떤 결정을 내리고 행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야 한다. 아주 간단한 결정, ‘마스크를 써야 하는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모임이나 식사 장소에 가야 하는가? 집합 금지 명령을 어기고 쪼개어 모이기를 강행하는가?’ 하는 작은 개인적인 결정이 우리 서로에게, 즉 공동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던 ‘일’을 다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줬다. ‘디지털’이라는 방법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일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경험한 것이다. 제약사도 연구와 생산을 분리하지 않고 같이 진행하는 방법을 배웠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인류가 괴로움에 빠졌지만, 이를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빠른 변이와 다음 팬데믹에 대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우리가 얻은 여러 데이터를 이용해 AI의 성능을 높일 수 있다면 다가오는 팬데믹은 덜 고통스럽게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저자 소개>

[배진건의 바이오 산책] 빠르게 변이하는 코로나19와 미래에 닥칠 코로나 팬데믹,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배진건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2008년 JW중외제약에서 연구총괄 전무를 지냈고 C&C신약연구소 대표를 역임했다. 한국아브노바 연구소장과 한독 상임고문을 거쳐 현재 이노큐어테라퓨틱스 부사장(Science intelligence advisor)이자 우정바이오 신약 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을 맡고 있다. 국내외 신약 개발 분야의 석학으로, 저서로는 <사람을 살리는 신약개발(Back to BASIC)>이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8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