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 분석] mRNA 빅딜의 시작, 사노피 3조7000억 원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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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NA 백신 분야에서 조 단위 인수합병(M&A)이 발표됐다. mRNA 백신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단기간 내에 상업화에 성공했고, 신종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백신 기술로 떠올랐다. 이번 M&A는 mRNA 백신 분야 ‘빅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란 평가가 나온다.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는 mRNA 기반 신약 개발사인 트랜스레이트바이오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8월 3일(현지시간) 밝혔다. 사노피는 현금으로 주당 38달러에 트랜스레이트바이오의 모든 주식을 인수할 예정이다. 이는 최근 60일간 평균 주가에 56%의 웃돈(프리미엄)을 붙인 가격으로, 총 32억 달러(약 3조6500억 원) 규모다. 올 3분기 내에 인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사노피는 글로벌 백신 시장의 전통 강자다. 그러나 아직까지 내놓은 코로나19 백신은 없다. 그사이 모더나와 바이오엔텍 등 신생 바이오 기업은 mRNA를 이용해 신속하게 코로나19 백신을 내놓았다. 이를 감안하면 사노피의 mRNA 선택은 당연했다는 해석이다.
사노피는 트랜스레이트와 2018년 처음 협력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mRNA 백신 개발을 위한 협력 및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2개의 mRNA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mRNA 백신 임상 1·2상은 올 3분기에 결과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계절성 인플루엔자 mRNA 백신 1상은 4분기에 종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랜스레이트는 mRNA 플랫폼 기술인 ‘MRT(mRNA therapeutic platform)’를 보유 중이다. MRT는 기능성 단백질을 생산하는 mRNA를 합성하는 기술이다. 사노피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mRNA 기술을 활용한 의약품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지난 4월에는 mRNA 기술을 가진 또 다른 기업인 타이달테라퓨틱스를 인수했다.
폴 허드슨 사노피 대표는 “진행 중인 연구에 mRNA 플랫폼 기술을 추가해 동급 최고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게 됐다”며 “백신 외에도 면역학, 종양학, 희귀질환 등의 영역에서 mRNA의 잠재력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바이오엔텍, 수시간 만에 코로나 백신 설계
mRNA 백신 이전에는 약독화 생백신(live attenuated vaccine), 불활성화 백신(inactivated vaccine), 단백질 재조합 백신(subunit vaccine) 등이 감염병을 예방하는 데 공헌해왔다.
약독화 생백신은 병원성을 약화시킨, 살아 있는 병원체를 인체에 투여한다. 자연 감염과 유사한 반응을 유도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강하고 지속적인 면역반응을 보인다. 병원체가 살아 있다는 점에서 실제 감염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불활성화 백신은 열·화학 처리 또는 방사선 조사 등으로 병원체의 유전물질을 파괴해 증식이 불가능하도록 제조한 백신이다. 백신으로 인한 감염병 위험은 낮지만, 낮은 면역반응을 유도하고 지속시간이 짧다.
이후 생명공학 기술의 발달로 등장한 것이 단백질 재조합 백신이다. 병원체에서 항원으로 작용하는 단백질만 정제해 인체에 투여한다. 병원체 전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발병 문제에서 자유롭고,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대량생산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단점은 특정 단백질만 이용해 변이가 일어날 경우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데옥시리보핵산(DNA) 및 mRNA 백신 등 핵산 백신은 새로운 개념으로 탄생했다. 이들은 외부에서 항원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정보를 가지는 핵산을 투여해 인체 세포에서 항원 단백질이 직접 만들어지도록 했다. 인체 내 단백질 생합성 시스템을 이용하기 때문에 소량의 투여로도 면역반응 유도에 충분한 항원을 생성할 수 있다. 항원 단백질의 염기서열만 알고 있으면 개발 및 제조가 가능하다.
2020년 1월 중국의 과학자들은 우한에서 시작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공개했다. 이후 바이오엔텍은 몇 시간 만에, 모더나는 이틀만에 코로나19 mRNA 백신을 설계했다. mRNA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에 존재하는 돌기(스파이크) 단백질을 인체 내에서 만들어 면역을 획득하게 했다.
mRNA 백신 시장, 145조 원 전망
빠른 개발과 제조라는 mRNA 백신의 장점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빛을 발했다. 모더나와 바이오엔텍·화이자의 코로나19 mRNA 백신은 1년도 안 되는 개발 기간, 예방 효과 90% 이상이라는 놀라운 결과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 기업의 성공은 mRNA 백신 시장의 전망을 바꿔놓았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시장조사기관 비전게인은 세계 mRNA 백신 및 치료제 시장이 2019년 37억 달러에서 2029년 89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점쳤다. 지난 5월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GIA)는 mRNA 백신 시장만 올해 649억 달러(약 7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모더나와 화이자는 올 상반기에 각각 59억 달러와 113억 달러의 코로나19 mRNA 백신 매출을 올렸다. GIA는 세계 mRNA 백신 시장이 연평균 11.9%씩 성장해 2027년에는 1273억 달러(약 145조 원)가 될 것으로 봤다.
코로나19가 계절성 감염병이 될 것이란 전망과 신종 감염병의 지속적인 출현 우려에 국내 기업들의 mRNA 백신 분야 진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셀트리온은 최근 미국 트라이링크바이오테크놀로지와 차세대 mRNA 백신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트라이링크는 mRNA 기반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다. mRNA 백신 개발에 필수적인 고유의 전달체(벡터)와 보호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트라이링크는 임상 1·2상을 진행할 수 있는 물질을 생산해 셀트리온에 공급할 예정이다. mRNA 생산기술 등도 제공한다.
mRNA 백신은 DNA 백신이 세포의 핵 안으로 들어가 항원 단백질의 설계도인 mRNA를 전사하는 과정을 생략한다. 핵 안까지 들어갈 필요가 없어 DNA 백신에 비해 효과적으로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다만 단일 염기서열 가닥인 mRNA는 이중가닥인 DNA에 비해 구조적으로 불안정하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지질나노입자(LNP) 등 효과적인 전달체 기술이 필수적이다.
에스티팜, GC녹십자, 한미약품 등은 ‘K-mRNA 컨소시엄’에 참여해 내년까지 1억 도스 분량의 코로나19 mRNA 백신을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종적으로는 mRNA 플랫폼 기술의 자립화를 이룰 계획이다. 글 한민수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8월호에 실렸습니다.
사노피는 글로벌 백신 시장의 전통 강자다. 그러나 아직까지 내놓은 코로나19 백신은 없다. 그사이 모더나와 바이오엔텍 등 신생 바이오 기업은 mRNA를 이용해 신속하게 코로나19 백신을 내놓았다. 이를 감안하면 사노피의 mRNA 선택은 당연했다는 해석이다.
사노피는 트랜스레이트와 2018년 처음 협력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mRNA 백신 개발을 위한 협력 및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2개의 mRNA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mRNA 백신 임상 1·2상은 올 3분기에 결과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계절성 인플루엔자 mRNA 백신 1상은 4분기에 종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랜스레이트는 mRNA 플랫폼 기술인 ‘MRT(mRNA therapeutic platform)’를 보유 중이다. MRT는 기능성 단백질을 생산하는 mRNA를 합성하는 기술이다. 사노피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mRNA 기술을 활용한 의약품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지난 4월에는 mRNA 기술을 가진 또 다른 기업인 타이달테라퓨틱스를 인수했다.
폴 허드슨 사노피 대표는 “진행 중인 연구에 mRNA 플랫폼 기술을 추가해 동급 최고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게 됐다”며 “백신 외에도 면역학, 종양학, 희귀질환 등의 영역에서 mRNA의 잠재력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바이오엔텍, 수시간 만에 코로나 백신 설계
mRNA 백신 이전에는 약독화 생백신(live attenuated vaccine), 불활성화 백신(inactivated vaccine), 단백질 재조합 백신(subunit vaccine) 등이 감염병을 예방하는 데 공헌해왔다.
약독화 생백신은 병원성을 약화시킨, 살아 있는 병원체를 인체에 투여한다. 자연 감염과 유사한 반응을 유도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강하고 지속적인 면역반응을 보인다. 병원체가 살아 있다는 점에서 실제 감염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불활성화 백신은 열·화학 처리 또는 방사선 조사 등으로 병원체의 유전물질을 파괴해 증식이 불가능하도록 제조한 백신이다. 백신으로 인한 감염병 위험은 낮지만, 낮은 면역반응을 유도하고 지속시간이 짧다.
이후 생명공학 기술의 발달로 등장한 것이 단백질 재조합 백신이다. 병원체에서 항원으로 작용하는 단백질만 정제해 인체에 투여한다. 병원체 전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발병 문제에서 자유롭고,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대량생산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단점은 특정 단백질만 이용해 변이가 일어날 경우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데옥시리보핵산(DNA) 및 mRNA 백신 등 핵산 백신은 새로운 개념으로 탄생했다. 이들은 외부에서 항원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정보를 가지는 핵산을 투여해 인체 세포에서 항원 단백질이 직접 만들어지도록 했다. 인체 내 단백질 생합성 시스템을 이용하기 때문에 소량의 투여로도 면역반응 유도에 충분한 항원을 생성할 수 있다. 항원 단백질의 염기서열만 알고 있으면 개발 및 제조가 가능하다.
2020년 1월 중국의 과학자들은 우한에서 시작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공개했다. 이후 바이오엔텍은 몇 시간 만에, 모더나는 이틀만에 코로나19 mRNA 백신을 설계했다. mRNA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에 존재하는 돌기(스파이크) 단백질을 인체 내에서 만들어 면역을 획득하게 했다.
mRNA 백신 시장, 145조 원 전망
빠른 개발과 제조라는 mRNA 백신의 장점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빛을 발했다. 모더나와 바이오엔텍·화이자의 코로나19 mRNA 백신은 1년도 안 되는 개발 기간, 예방 효과 90% 이상이라는 놀라운 결과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 기업의 성공은 mRNA 백신 시장의 전망을 바꿔놓았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시장조사기관 비전게인은 세계 mRNA 백신 및 치료제 시장이 2019년 37억 달러에서 2029년 89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점쳤다. 지난 5월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GIA)는 mRNA 백신 시장만 올해 649억 달러(약 7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모더나와 화이자는 올 상반기에 각각 59억 달러와 113억 달러의 코로나19 mRNA 백신 매출을 올렸다. GIA는 세계 mRNA 백신 시장이 연평균 11.9%씩 성장해 2027년에는 1273억 달러(약 145조 원)가 될 것으로 봤다.
코로나19가 계절성 감염병이 될 것이란 전망과 신종 감염병의 지속적인 출현 우려에 국내 기업들의 mRNA 백신 분야 진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셀트리온은 최근 미국 트라이링크바이오테크놀로지와 차세대 mRNA 백신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트라이링크는 mRNA 기반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다. mRNA 백신 개발에 필수적인 고유의 전달체(벡터)와 보호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트라이링크는 임상 1·2상을 진행할 수 있는 물질을 생산해 셀트리온에 공급할 예정이다. mRNA 생산기술 등도 제공한다.
mRNA 백신은 DNA 백신이 세포의 핵 안으로 들어가 항원 단백질의 설계도인 mRNA를 전사하는 과정을 생략한다. 핵 안까지 들어갈 필요가 없어 DNA 백신에 비해 효과적으로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다만 단일 염기서열 가닥인 mRNA는 이중가닥인 DNA에 비해 구조적으로 불안정하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지질나노입자(LNP) 등 효과적인 전달체 기술이 필수적이다.
에스티팜, GC녹십자, 한미약품 등은 ‘K-mRNA 컨소시엄’에 참여해 내년까지 1억 도스 분량의 코로나19 mRNA 백신을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종적으로는 mRNA 플랫폼 기술의 자립화를 이룰 계획이다. 글 한민수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8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