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바이오 기업 ① 일라이릴리] 치매 치료부터 당뇨 신약까지, 만성질환 최강자 일라이릴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글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일라이릴리는 1876년 설립돼 화학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을 개발, 판매하는 글로벌 빅파마다. 세계 최초로 페니실린과 인슐린을 상용화했다.
일라이릴리는 지난해 처방 의약품 매출 기준으로 전 세계 14위(227억 달러·25조9506억 원)를 기록했다. 제약·바이오 회사 중에선 시가총액 기준 4위(2350억 달러·268조6520억 원) 업체다. 판매 중인 의약품의 매출 비중을 질환별로 구분하면 당뇨(48%)가 가장 많고, 그다음이 항암제(22%), 자가면역질환(10%), 중추신경계질환(8%) 순이다.
알츠하이머 신약에 건 기대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의 주요 화두는 바이오젠이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이다. 약 20년 만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한 약품으로 알츠하이머의 원인으로 예상되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타깃하는 항체의약품이다.
하지만 아두카누맙 허가를 둘러싼 논쟁은 지속되고 있다. 아두카누맙 임상 3상에서 주요 평가지표인 치매임상평가척도 박스총점(CDR-SB)이 위약 대비 개선되지 못했고, FDA 자문위원회 11명 중 10명은 약품 허가를 반대했다. 그럼에도 FDA는 가속 승인 프로그램을 통해 약품을 허가했다.
아두카누맙은 아밀로이드베타 플라크(적재물)를 용량과 시간에 따라 감소시킨다. 이는 환자의 인지 저하 속도를 개선한다는 결론이다. 즉 FDA는 임상적 이점을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대리평가지표 ‘아밀로이드 플라크 감소’ 수준으로 약품을 허가해준 것이다. 바이오젠은 임상 4상을 통해 임상적인 이점을 입증해야 한다. 입증하지 못하면 가속 승인은 철회된다.
일라이릴리의 도나네맙 역시 아밀로이드베타 항체다. 다만 아두카누맙보다 선택성이 뛰어나다고 알려졌다. 아밀로이드베타 항체 계열에서는 아두카누맙에 이어 글로벌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도나네맙이 기대되는 이유는 임상 데이터다. 올해 초 발표된 임상 2상 데이터에 따르면 주요 평가지표(iADRS)에서 위약 대비 인지 저하를 32% 개선시켰다. 아밀로이드베타 플라크 감소도 상당히 높았다.
일라이릴리의 도나네맙은 2023년 이후 FDA 허가가 목표였으나, 이번 아두헴 허가로 그 속도가 상당히 단축됐다. 최근 FDA로부터 도나네맙이 혁신치료제로 지정(BTD)받은 것도 호재다. 회사 측은 올해 안에 FDA 허가 신청을 할 예정이다. 스케줄이 2년 정도 단축된 것이다. 올해 안에 도나네맙 허가 신청을 완료하면 검토 기간은 약 6개월로 내년 중순에 허가결정(PDUFA)이 예상된다. 내년에 릴리의 알츠하이머 블록버스터 신제품 출시 가능성이 높다.
당뇨 치료제의 혁신은 끝나지 않았다
릴리는 현재 경구용·주사제형을 모두 아우르는 당뇨 약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경구제형으로는 SGLT-2 억제제 ‘자디앙’, DPP4 억제제 ‘트라젠타’ 등이 있다. 주사제로는 인슐린 휴마로그, 휴물린, 베이사글라, GLP-1 트룰리시티 등이 있다.
당뇨 치료제는 혈당강하 효과가 더 뛰어나고 부작용을 더 줄인 약품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 경쟁은 사실상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의 양강 체제다.
노보노디스크가 2010년 1일 제형 GLP-1 빅토자를 출시했고, 이에 맞서 2014년 릴리는 1주일 제형 GLP-1 트룰리시티를 출시했다. 트룰리시티가 빠르게 성장하여 빅토자를 따라잡는 가운데 노보노디스크는 2017년에 트룰리시티와 대조임상을 통해 효과가 뛰어난 1주 제형 GLP-1 오젬픽을 출시했다. 이듬해 오젬픽의 경구제형(리벨서스)도 출시됐다. 현재 오젬픽의 성장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이에 맞서 릴리는 1주 제형 GLP-1/GIP 이중 작용제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임상 3상 중이며 현재 공개되는 중간 데이터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의 오젬픽과 직접 비교한 임상시험에서 우월한 당화혈색소 및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라이릴리는 올해 말에 미국·유럽·일본에 허가신청을 예정하고 있다. 검토기간은 약 9개월로 내년 하반기엔 허가 결정이 예상된다. 일라이릴리의 차세대 블록버스터 티제파티드가 내년에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빅파마 중 드물게 두 자릿수 성장률 기록 중
대다수의 빅파마는 특허만료된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제품을 출시하며 부담을 상쇄해 성장하고 있다. 대부분 한 자리수 성장이다. 그러나 일라이릴리는 빅파마들 중 신제품 비율이 가장 높다. 이 때문에 매출과 이익 성장이 두 자릿수대로 예상되고 있다. 주식 측면에서 밸류에이션이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성장세는 상업화에 임박한 도나네맙 등을 일라이릴리의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들의 임상 개발을 통해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코로나19 치료제의 매출 부진은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백신이 보급되면서 치료제 수요가 떨어진 데다 이 치료제가 변이에는 큰 효과를 내지 못해 사용이 제한되면서다. 실제 일라이릴리의 코로나19 치료제인 밤라니비맙의 2분기 매출은 1억4890만 달러(1710억 원)에 불과했다. 1분기 8억1010만 달러(9304억 원)보다 급감했다. 일라이릴리는 이 치료제의 연간 매출 전망치도 11억 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이전 전망치는 10억~15억 달러였다.
올해 6월 말 미국 보건당국은 릴리의 밤라니비맙과 에테세비맙을 결합한 항체치료제 사용을 중단하도록 조치했다. 감마(브라질)와 베타(남아프리카) 변이에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다. 정맥주사제인 이들 치료제를 의료기관에서 사용하기 어려워지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백신이 보급되면서 항체치료제 수요는 줄어드는 추세다. 밤라니비맙 단독 치료도 제약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치료제가 듣지 않는 변이가 늘어나면서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8월호에 실렸습니다.
일라이릴리는 지난해 처방 의약품 매출 기준으로 전 세계 14위(227억 달러·25조9506억 원)를 기록했다. 제약·바이오 회사 중에선 시가총액 기준 4위(2350억 달러·268조6520억 원) 업체다. 판매 중인 의약품의 매출 비중을 질환별로 구분하면 당뇨(48%)가 가장 많고, 그다음이 항암제(22%), 자가면역질환(10%), 중추신경계질환(8%) 순이다.
알츠하이머 신약에 건 기대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의 주요 화두는 바이오젠이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이다. 약 20년 만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한 약품으로 알츠하이머의 원인으로 예상되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타깃하는 항체의약품이다.
하지만 아두카누맙 허가를 둘러싼 논쟁은 지속되고 있다. 아두카누맙 임상 3상에서 주요 평가지표인 치매임상평가척도 박스총점(CDR-SB)이 위약 대비 개선되지 못했고, FDA 자문위원회 11명 중 10명은 약품 허가를 반대했다. 그럼에도 FDA는 가속 승인 프로그램을 통해 약품을 허가했다.
아두카누맙은 아밀로이드베타 플라크(적재물)를 용량과 시간에 따라 감소시킨다. 이는 환자의 인지 저하 속도를 개선한다는 결론이다. 즉 FDA는 임상적 이점을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대리평가지표 ‘아밀로이드 플라크 감소’ 수준으로 약품을 허가해준 것이다. 바이오젠은 임상 4상을 통해 임상적인 이점을 입증해야 한다. 입증하지 못하면 가속 승인은 철회된다.
일라이릴리의 도나네맙 역시 아밀로이드베타 항체다. 다만 아두카누맙보다 선택성이 뛰어나다고 알려졌다. 아밀로이드베타 항체 계열에서는 아두카누맙에 이어 글로벌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도나네맙이 기대되는 이유는 임상 데이터다. 올해 초 발표된 임상 2상 데이터에 따르면 주요 평가지표(iADRS)에서 위약 대비 인지 저하를 32% 개선시켰다. 아밀로이드베타 플라크 감소도 상당히 높았다.
일라이릴리의 도나네맙은 2023년 이후 FDA 허가가 목표였으나, 이번 아두헴 허가로 그 속도가 상당히 단축됐다. 최근 FDA로부터 도나네맙이 혁신치료제로 지정(BTD)받은 것도 호재다. 회사 측은 올해 안에 FDA 허가 신청을 할 예정이다. 스케줄이 2년 정도 단축된 것이다. 올해 안에 도나네맙 허가 신청을 완료하면 검토 기간은 약 6개월로 내년 중순에 허가결정(PDUFA)이 예상된다. 내년에 릴리의 알츠하이머 블록버스터 신제품 출시 가능성이 높다.
당뇨 치료제의 혁신은 끝나지 않았다
릴리는 현재 경구용·주사제형을 모두 아우르는 당뇨 약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경구제형으로는 SGLT-2 억제제 ‘자디앙’, DPP4 억제제 ‘트라젠타’ 등이 있다. 주사제로는 인슐린 휴마로그, 휴물린, 베이사글라, GLP-1 트룰리시티 등이 있다.
당뇨 치료제는 혈당강하 효과가 더 뛰어나고 부작용을 더 줄인 약품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 경쟁은 사실상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의 양강 체제다.
노보노디스크가 2010년 1일 제형 GLP-1 빅토자를 출시했고, 이에 맞서 2014년 릴리는 1주일 제형 GLP-1 트룰리시티를 출시했다. 트룰리시티가 빠르게 성장하여 빅토자를 따라잡는 가운데 노보노디스크는 2017년에 트룰리시티와 대조임상을 통해 효과가 뛰어난 1주 제형 GLP-1 오젬픽을 출시했다. 이듬해 오젬픽의 경구제형(리벨서스)도 출시됐다. 현재 오젬픽의 성장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이에 맞서 릴리는 1주 제형 GLP-1/GIP 이중 작용제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임상 3상 중이며 현재 공개되는 중간 데이터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의 오젬픽과 직접 비교한 임상시험에서 우월한 당화혈색소 및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라이릴리는 올해 말에 미국·유럽·일본에 허가신청을 예정하고 있다. 검토기간은 약 9개월로 내년 하반기엔 허가 결정이 예상된다. 일라이릴리의 차세대 블록버스터 티제파티드가 내년에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빅파마 중 드물게 두 자릿수 성장률 기록 중
대다수의 빅파마는 특허만료된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제품을 출시하며 부담을 상쇄해 성장하고 있다. 대부분 한 자리수 성장이다. 그러나 일라이릴리는 빅파마들 중 신제품 비율이 가장 높다. 이 때문에 매출과 이익 성장이 두 자릿수대로 예상되고 있다. 주식 측면에서 밸류에이션이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성장세는 상업화에 임박한 도나네맙 등을 일라이릴리의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들의 임상 개발을 통해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코로나19 치료제의 매출 부진은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백신이 보급되면서 치료제 수요가 떨어진 데다 이 치료제가 변이에는 큰 효과를 내지 못해 사용이 제한되면서다. 실제 일라이릴리의 코로나19 치료제인 밤라니비맙의 2분기 매출은 1억4890만 달러(1710억 원)에 불과했다. 1분기 8억1010만 달러(9304억 원)보다 급감했다. 일라이릴리는 이 치료제의 연간 매출 전망치도 11억 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이전 전망치는 10억~15억 달러였다.
올해 6월 말 미국 보건당국은 릴리의 밤라니비맙과 에테세비맙을 결합한 항체치료제 사용을 중단하도록 조치했다. 감마(브라질)와 베타(남아프리카) 변이에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다. 정맥주사제인 이들 치료제를 의료기관에서 사용하기 어려워지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백신이 보급되면서 항체치료제 수요는 줄어드는 추세다. 밤라니비맙 단독 치료도 제약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치료제가 듣지 않는 변이가 늘어나면서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8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