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행보' SK바사, 석달새 직원 40% 늘렸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달 성장지원실이라는 조직을 꾸렸다. 인수합병(M&A) 전문가인 안재훈 전 모건스탠리 서울지점 전무를 영입해 실장에 앉혔다.

M&A 등 전략적 투자를 추진할 성장지원실은 기존에 없던 조직이라 앞으로 사람을 채워 넣어야 한다. 불과 석 달 전 9개 임원급 실(室) 조직을 만들었는데 새 조직을 또 구성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는 이 회사는 조직과 인력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등 성장 페달을 힘껏 밟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속도전의 성패가 당장 내년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바보다 임원 더 많은 SK바사

16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직원 수는 1027명(기간제 포함)이다. 석 달 만에 41.1% 늘었다. 작년 6월(482명)에 비해선 두 배가 됐다. 스타트업이 아닌 대기업 중에서는 전례 없는 인력 확충이다. 대부분이 생산과 연구개발(R&D) 분야다.

‘별’도 늘었다. 임원 수는 8명(2019년 말)→12명(2020년 말)→27명(2021년 6월)으로 1년6개월 만에 세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매출이 더 큰 삼성바이오로직스보다 임원이 더 많아졌다. 3월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원 수는 24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작년 매출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약 5배, 영업이익은 8배 가까이 많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작년 매출은 1조1648억원, 영업이익은 2928억원이다. 세계 최대 위탁생산(CMO)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작년 매출이 2256억원, 영업이익은 377억원 수준이었다.

팬데믹 이전까지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 백신업계 2인자였다. 독감·대상포진·수두 백신이 주력이었지만 GC녹십자에 밀렸다. 팬데믹이 모든 걸 바꿔놨다. 코로나19 백신을 즉각 대량 위탁생산할 수 있는 세계 몇 안 되는 공장으로 주목받았다.

성장 불씨 된 팬데믹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작년 7월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원액(DS) 생산과 이를 주사병에 담는 완제(DP) 공정을 수주했다. 노바백스와도 백신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을 맺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유망 CMO’로 각인되는 계기가 됐다.

변화는 당장 실적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매출이 2573억원, 영업이익은 1199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은 46%에 달했다. 작년 상반기엔 매출 599억원과 97억원의 적자에 그쳤던 회사가 탈바꿈한 것이다. 지난 2월 출하를 시작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일등공신이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내친김에 2024년까지 1500억원 넘게 투자해 기존 설비 증설과 함께 차세대 백신으로 떠오른 메신저 리보핵산(mRNA) 등 신규 백신 플랫폼 시설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6월 경상북도·안동시와 부지 매입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9만9130㎡의 부지를 추가 매입해 공장 규모를 16만1000㎡로 늘린다.

자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GBP510)의 임상 3상도 시작한다. 아직 코로나19 백신으로는 허가받은 사례가 없는 단백질 재조합 방식이다. 개발에 성공하면 국제민간기구인 감염병대응혁신연합(CEPI)에 대량 납품한다. 회사 관계자는 “R&D, 공정 인력뿐 아니라 주요 부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며 “다각적으로 인력을 보강 중”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공격적인 외형 확장에 대해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업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이 깔린 경영 행보로 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코로나 모멘텀 살려갈까

SK바이오사이언스가 공격적으로 다각화 전략을 펴는 것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CMO 사업의 불확실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세계적으로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보다 mRNA 방식의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선호도가 월등히 높다. 게다가 CDMO 계약을 맺은 노바백스 백신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가 계속 미뤄지고 있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mRNA 플랫폼을 구축하더라도 후발주자인 만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역시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상황에서 도약 기회를 잡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밝다”며 “다만 일회성 이벤트가 사라진 이후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