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입·육성 '투트랙' 가동…LG, AI 핵심인재 1000명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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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자급자족' 카드 빼들어
석·박사 AI 인력 부족 심각
채용해도 몇년 또 가르쳐야
"AI 속도 감안하면 한시가 급해"
석·박사 AI 인력 부족 심각
채용해도 몇년 또 가르쳐야
"AI 속도 감안하면 한시가 급해"
“좋은 인재가 있다면 유비의 삼고초려처럼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데려와야 한다. 나라도 직접 찾아가겠다.”(2011년 9월 LG인재개발대회)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인재 사랑’은 남달랐다. 국내 이공계 석·박사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연구 현장을 찾는 등 인재 유치의 전면에서 팔을 걷어붙였다. 이런 철학이 구광모 회장으로 이어지는 동안 국내 인공지능(AI)업계의 인력 환경은 급변했다. 공급 부족, 특히 석·박사급 고급 인력 부족이 심각해진 것이다. 글로벌 AI 인재 유치 경쟁까지 치열해지면서 ‘인재유출(brain drain)’이 일상화된 점도 변수로 작용했다. ‘인재 영입’을 강조하던 LG그룹이 ‘인재 육성’에도 과감히 나선 배경이다.
회사는 현장 경험을 쌓은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정예 연구 요원’을 낙점했다. 담당 업무를 모두 내려놓고 1년간 주 40시간 ‘풀타임 학위과정’을 이수하게 했다. 이는 LG그룹은 물론 국내외 주요 기업에서도 시도되지 않은 일이다. LG그룹의 대표적 AI 사내교육인 ‘AI 고급문제 해결 과정’도 10주 정도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학계에서 4~7년씩 AI를 공부하고도 기업에 취직하면 처음부터 다시 문제 해결 과정을 배워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술적으로 외부 대학만큼의 역량을 갖췄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LG그룹으로서는 비용 대비 효율, 속도전 측면에서 결코 나쁠 것이 없는 선택”이라고 전했다.
LG그룹의 이 같은 시도가 대학 등 교육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 자급자족 행보를 넘어선다. 교육부가 인정하는 정식 학위는 아니지만, 적어도 그룹 내에선 외부 대학 학위와 동등한 지위를 보장하기로 했다는 게 폭발력이 큰 대목이다. 대학 기능을 대체할 기업 대학, 사내 대학원 모델이 등장한 것이기 때문이다.
LG는 이번 교육과정에서 시간은 줄이되 핵심 커리큘럼을 모두 넣는 형태를 강조했다. 교수 요원도 내외부 최고 전문가를 모두 망라하고 있다. 아직 박사과정 기간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학위 과정을 모두 거칠 경우 그룹 내에서 ‘톱레벨’ 전문가로 인정받으며 직위나 보수에서도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부품사인 현대모비스는 ‘AI 전문가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약 5개월 동안 현업을 내려놓고 AI 알고리즘 이론, 데이터 처리 분석 실습을 배운다. 이 중 3개월은 현장 실무 프로젝트 수행에 투입한다. 현대차 역시 5개월간 풀타임으로 이론과 실무를 배우는 ‘빅데이터 부트캠프’를 운영 중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도 사내 교육과정인 ‘데이터 사이언스 스쿨’을 세워 DS 인증 레벨을 부여하고 있다. 고위급 과정인 ‘프로페셔널’이나 ‘마스터’를 이수하면 외부 전문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대학의 AI 과목들을 압축한 석 달 과정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포스텍, 연세대, 서강대 등의 교수진이 합심해 짠 커리큘럼을 쓴다.
전문가들은 이런 수요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SW 기업의 76.3%가 단순 운영 인력보다 기술 개발을 이끌 고급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서정연 SW중심대학협의회장(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은 “한 해 10여 개의 소수 AI대학원에서 배출하는 인재가 400명 수준”이라며 “대부분 신생 대학원이어서 졸업생 배출에 수년이 더 걸리고, 해외 유출 인력까지 포함하면 인재 부족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인재 사랑’은 남달랐다. 국내 이공계 석·박사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연구 현장을 찾는 등 인재 유치의 전면에서 팔을 걷어붙였다. 이런 철학이 구광모 회장으로 이어지는 동안 국내 인공지능(AI)업계의 인력 환경은 급변했다. 공급 부족, 특히 석·박사급 고급 인력 부족이 심각해진 것이다. 글로벌 AI 인재 유치 경쟁까지 치열해지면서 ‘인재유출(brain drain)’이 일상화된 점도 변수로 작용했다. ‘인재 영입’을 강조하던 LG그룹이 ‘인재 육성’에도 과감히 나선 배경이다.
○스파르타식 AI 전사 양성
LG의 혁신 행보는 지난해 말 가시화하기 시작했다. ‘AI 인재 1000명 육성’을 공개 선언한 것이다. LG AI 연구원을 LG경영개발원 산하에 두고 2000억여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2023년까지 내부 교육과 외부 채용을 바탕으로 여러 수준의 AI 인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이런 기본 전략을 급속히 빨라진 산업계의 디지털 전환 속도에 맞춘 게 사내 AI대학원이다. 회사 관계자는 “대학 등 외부 인력풀에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뚜렷했다. 석·박사를 채용해도 몇 년을 또 가르쳐 써야 할 정도로 현장과 학계의 괴리가 특히 컸다. 전광석화 같은 AI의 진화 속도를 감안하면 한시가 급했다”고 말했다.회사는 현장 경험을 쌓은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정예 연구 요원’을 낙점했다. 담당 업무를 모두 내려놓고 1년간 주 40시간 ‘풀타임 학위과정’을 이수하게 했다. 이는 LG그룹은 물론 국내외 주요 기업에서도 시도되지 않은 일이다. LG그룹의 대표적 AI 사내교육인 ‘AI 고급문제 해결 과정’도 10주 정도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학계에서 4~7년씩 AI를 공부하고도 기업에 취직하면 처음부터 다시 문제 해결 과정을 배워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술적으로 외부 대학만큼의 역량을 갖췄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LG그룹으로서는 비용 대비 효율, 속도전 측면에서 결코 나쁠 것이 없는 선택”이라고 전했다.
LG그룹의 이 같은 시도가 대학 등 교육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 자급자족 행보를 넘어선다. 교육부가 인정하는 정식 학위는 아니지만, 적어도 그룹 내에선 외부 대학 학위와 동등한 지위를 보장하기로 했다는 게 폭발력이 큰 대목이다. 대학 기능을 대체할 기업 대학, 사내 대학원 모델이 등장한 것이기 때문이다.
LG는 이번 교육과정에서 시간은 줄이되 핵심 커리큘럼을 모두 넣는 형태를 강조했다. 교수 요원도 내외부 최고 전문가를 모두 망라하고 있다. 아직 박사과정 기간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학위 과정을 모두 거칠 경우 그룹 내에서 ‘톱레벨’ 전문가로 인정받으며 직위나 보수에서도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공급 태부족…자급자족 확산
기업들의 AI 인력 자급자족 기조는 LG그룹만의 현상이 아니다. 자체 교육 역량을 갖춘 대형 IT업체들의 움직임이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학위과정은 아니지만 단계별 교육을 통해 내부 엔지니어들의 수준을 높이고 현장 문제를 AI로 풀어내는 ‘실무형 전문가’를 키우겠다는 게 공통 분모다.현대자동차그룹 계열 부품사인 현대모비스는 ‘AI 전문가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약 5개월 동안 현업을 내려놓고 AI 알고리즘 이론, 데이터 처리 분석 실습을 배운다. 이 중 3개월은 현장 실무 프로젝트 수행에 투입한다. 현대차 역시 5개월간 풀타임으로 이론과 실무를 배우는 ‘빅데이터 부트캠프’를 운영 중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도 사내 교육과정인 ‘데이터 사이언스 스쿨’을 세워 DS 인증 레벨을 부여하고 있다. 고위급 과정인 ‘프로페셔널’이나 ‘마스터’를 이수하면 외부 전문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대학의 AI 과목들을 압축한 석 달 과정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포스텍, 연세대, 서강대 등의 교수진이 합심해 짠 커리큘럼을 쓴다.
전문가들은 이런 수요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SW 기업의 76.3%가 단순 운영 인력보다 기술 개발을 이끌 고급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서정연 SW중심대학협의회장(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은 “한 해 10여 개의 소수 AI대학원에서 배출하는 인재가 400명 수준”이라며 “대부분 신생 대학원이어서 졸업생 배출에 수년이 더 걸리고, 해외 유출 인력까지 포함하면 인재 부족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