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욱 스펙터 대표 / 사진=스펙터
윤경욱 스펙터 대표 / 사진=스펙터
“고객과 소통중일 때는 CEO가 불러도 무시하세요”

윤경욱 스펙터 대표가 직원들에게 자주 당부하는 말이다. 자신이 사무실에 들어가면 고객과 통화중이던 직원이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눈인사를 하느라 소통이 중단되는 상황을 막고 싶어서다.

그는 “고객이 그 무엇보다 먼저라는 사실을 강조한다”고 했다.

윤 대표는 고려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베인앤컴퍼니와 액센츄어를 거쳤다. 대학생 타깃 공동구매 플랫폼인 타운컴퍼니를 창업했다가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이 정리하고 지난해 평판 조회 플랫폼 스펙터를 새로 창업했다.

Q: 고객과의 소통 중시하는데

A: 스펙터 직원들은 한 고객사와 10번 넘게 미팅을 하기도 하고 한 개인 회원과 2시간 가까이 통화하기도 한다. 어쩌다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매우 흔한 일이다. 그만큼 고객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스펙터가 추구하는 바를 ‘소통의 마케팅’이라고 부를 수 있다. 마케팅은 결국 고객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 느끼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지 등을 제대로 아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한 번의 소통으로 알아내긴 어렵다. 그래서 스펙터는 고객과 자주, 깊게, 솔직하게 소통한다.

고객의 피드백을 반영한 제품(혹은 서비스)의 개선이 스타트업에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언제든지 고객을 찾아가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자세를 갖추고 있다.

Q: 고객 접점을 강조하는데

A: 영화 ‘인턴’의 첫 부분에 CEO가 콜센터 전화를 직접 받는 장면이 나온다. 수십명의 콜센터 직원들이 옆에 있는데도 말이다. 대단히 존경할 만한 CEO의 모습이다.

사업이 성장하고 연차가 쌓이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객 만나는 것을 꺼리게 된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게 된다. 타운컴퍼니를 창업해 중견 스타트업이 되니까 고객접점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시장 감각을 잃게 됐다. 시장에서 먹히지 않는 의사결정을 하게 되더라. 고객 접점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했었다.

Q: 스펙터의 고객 접점은

A: 고객과 접점이 발생하는 순간, 스펙터 직원들은 기록을 시작한다. 5분 가량의 짧은 통화를 했더라도 엑셀시트 17개 칼럼(column)에 세세하게 기록한다.

한 번 통화에서 많은 임플리케이션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늘 심도 있는 고객 분석이 가능하고 그것이 효과적인 제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Q: CX팀을 만들었는데

A: 스펙터에는 마케팅팀이 없다. CX(고객경험)팀 내에서 마케팅, 세일즈, CS 등의 업무를 모두 통합해 수행한다.

CX팀원들이 고객과 관련된 모든 Function을 이해하고 수행한다. 고객이 스펙터를 처음 인지하는 순간부터 록인, 리텐션 등을 일관되게 관리한다.

타운컴퍼니를 정리하고 스펙터를 창업하다 보니 조직구조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CX팀 중심의 방식은 실리콘밸리에서 등장한 조직구조이고 국내 스타트업들도 받아들인 곳이 꽤 있다.

CEO보다 고객 소통 우선


Q: 스펙터 초기 마케팅은

A: 연간 이직자 수가 1000만명에 달하고 코로나19로 비대면 채용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지원자의 객관적 평판을 조회할 수 있는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으로 판단해서 스펙터를 창업했다.

스펙터에서는 지원자의 전 직장 대표, 임원, 인사팀 관계자 등 인증된 작성자가 그 사람에 대해 작성한 평판을 검색할 수 있다.

프로토타입을 개발한 뒤 어떻게 알려야 할지 처음에는 정말 막막했다. 자금이 부족해 대규모 마케팅은 생각할 수 없었다. 잠재고객인 여러 회사 대표님들을 직접 만나기로 결정했다.

회사 대표들은 채용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상처를 많이 받는다. 대표들의 이런 어려움에 공감을 표시하는 진정성이 통해서 101개 회사의 대표님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그 중 82개 회사가 스펙터의 고객이 됐다.

Q: 기억에 남는 사례는

A: 올 7월 진행된 IBK기업은행의 채용박람회에서 제휴서비스로 소개됐다. 성공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했고 그 결과 신규 고객사 수백곳을 확보했다.

다른 사례는 CEO 및 HR담당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놀라운 바이럴 효과를 경험한 것이다.

기업회원이 갑자기 늘어나서 원인을 파악해보니 두 개 커뮤니티에 스펙터 추천글이 올라왔고 그 글에 댓글 100여개가 달리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Q: 보람을 느낀 사례는

A: 개인회원의 감사메일을 받았다. 그 분은 성실하고 평판이 좋은 분이었지만 ‘면접 울렁증’으로 매번 이직에 실패했다.

전 직장의 대표들께서 스펙터에 올린 ‘좋은’ 평판을 바탕으로 새 회사에 합격하고 연봉협상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며 감사의 뜻을 전해왔다. 우리(스펙터)가 이 세상에 가치를 더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보람을 느꼈다.

기업회원들의 피드백도 힘이 된다. 면접 때는 돋보이지 않아 탈락시키려고 했으나 스펙터에서 확인한 평판이 너무 좋아서 채용한 사람이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며 스펙터가 아니었다면 놓칠 뻔 했다는 내용들이다.

■ Interviewer 한 마디

윤경욱 대표는 “실패 사례를 통해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학생 때를 돌이켜보면 선생님들께서 오답노트의 중요성을 자주 언급하셨던 것처럼 마케팅에서도 실패 사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다 보면 열에 여덟아홉은 실패한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런 실패 사례를 그냥 넘기지 말고 다음 도전을 위한 토대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창업(타운컴퍼니)에서 얻은 고객 접점의 중요성을 스펙터에서 충실히 실행하고 있는 윤 대표의 도전에 주목하게 된다.

장경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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