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고수 열전]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김준식 CIO의 투자 노하우 “트렌드에 따라 집중투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는 트렌드에 민감한 벤처캐피털(VC)로 꼽힌다. 마이크로바이옴의 원년으로 불리는 지난해보다 1년 앞서 고바이오랩을 비롯해 국내외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4곳에 투자했다. 이곳의 최고투자책임자(CIO) 김준식 투자1본부장을 만났다.
김준식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투자1본부장은 비교적 늦은 나이에 심사역으로 투자업계에 입문했다. 중앙대 약학대학 95학번인 그는 일본 규슈대 약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마친 뒤 2006년 국내 제약사에 입사했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한미약품, 그 뒤엔 2014년까지 CJ헬스케어에서 라이선스인(LI)과 신약개발 업무를 도맡았다.
김 본부장은 “CJ헬스케어의 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을 후보물질 당시 라이선스인 한 사람이 바로 나”라며 웃었다.
이후엔 소규모의 제약사로 둥지를 옮겼다. 건일제약의 자회사 오송팜에서는 ‘관리본부장’이란 직책을 맡았다. 회사의 재무를 관리하고 총무 역할도 하며 일본 지사를 만들기도 하고 현지 채용도 진행했다. 그는 “대형 제약사에선 맡은 일만 하면 됐지만 작은 회사인 오송팜에선 올라운더가 돼야 했다”며 “이곳에서 4년째 일하고 있을 때 벤처캐피털 바이오심사역 제안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제안을 받은 그는 곧장 수락을 하는 대신 이미 벤처캐피털 바이오 심사역으로 활동 중인 동료들에게 물었다. “CJ에서 같이 일했던 적이 있는 상훈이(곽상훈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전무)를 비롯해 벤처캐피털에서 일하고 있는 지인들에게 물어봤죠. 내가 바이오 심사역을 잘할 수 있겠느냐고. 그랬더니 ‘지금까지 해온 일이 심사역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확신이 없었는데 이런 말들이 결정에 도움이 됐죠.”
‘창업팀’, ‘기술’, ‘트렌드’를 보라
지인들의 조언은 현실이 됐다. 라이선스인을 위해 후보물질을 탐색했던 일, 후보물질을 도입한 뒤 진행한 전임상, 소규모 회사에서 경영을 지원한 경험은 그가 바이오심사역 일을 하는 데 든든한 바탕이 됐다. 김 본부장은 “특히 설립한 지 얼마 안 된 신약 벤처의 분위기를 이해하고 지원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이 투자하는 데 중점적으로 체크하는 포인트는 3가지다. 창업팀의 구성과 아이템, 그리고 트렌드다.
그는 “먼저 업체 대표님이나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해당 분야 최신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아이템도 시장성이 있는지, 미충족 수요에 해당하는지를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현실적인 시각에서 회사의 기술이 현재 트렌드에 적합한지도 본다”며 “트렌드에 뒤처진 기술을 가진 회사에 대한 투자는 지양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피벗을 유도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김 본부장이 중점적으로 검토하는 조건이 또 있다. 창업자의 사고 유연성이다. 김 본부장은 “특히 바이오 업체 창업자 중엔 본인이 해당 분야의 최고전문가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기술에 있어선 그럴 수 있지만 경영에 있어선 자신이 최고전문가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 규모가 작을 땐 CEO 겸 CTO를 행하는 일이 흔하지만 회사가 커지면 연구개발 외 나머지 영역을 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김 본부장은 이런 조건을 충족해 투자한 기업으로 고바이오랩을 꼽았다. 고바이오랩은 CJ제일제당 출신 박철원 부사장을 영입했다. 그는 “고바이오랩은 고광표 대표님이 CTO 역할을 맡고, 나머지 경영 관련 업무는 박철원 부사장님이 도맡으며 안정적인 구조가 갖춰졌다”며 “특히 박 부사장님을 중심으로 좋은 임원들도 영입할 수 있었다”며 “그 때문에 회사가 안정적이면서도 빠르게 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가 고바이오랩에 투자한 2019년 또한 고바이오랩이 박철원 부사장을 영입한 이후다. 고바이오랩은 청약증거금 1조6419억 원(청약경쟁률 547대 1)을 끌어모으며 지난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타임와이즈만의 투자 방식이 있다면
CJ창업투자에서 유래한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의 본래 주 투자처는 기업이 아닌 콘텐츠였다. 영화 등 문화사업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기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트랙레코드가 적다 보니 파격적인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본디 콘텐츠란 유행에 민감한 것이기 때문일까.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의 포트폴리오에는 최신 트렌드가 녹아 있다. 가령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는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에만 네 군데 투자했다. 앞서 말한 고바이오랩을 비롯해 에이치이엠파마, 이뮤노바이옴 등 국내 기업 외에도 해외 소재 마이크로바이옴 업체에 투자했다. 아직 초기단계인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서 네 군데나 되는 회사에 투자한 것은 사실상 ‘집중포화’에 가깝다.
김 본부장은 “마이크로바이옴이 미래의 트렌드가 될 것이란 확신이 있어 집중 투자를 감행했다”며 “기술적인 차별점이 있는 기업만 골라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외에서 마이크로바이옴 투자가 확대되고 있고 임상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당시엔 모험적이었지만 올바른 판단이었다”며 웃었다.
고바이오랩은 자가면역질환 외에도 자폐증 등의 파이프라인이 매력적인 회사였다. 이뮤노바이옴은 인체 환경을 모사할 수 있는 아바타마우스에 기술적 차별점이 있었다. 에이치이엠파마는 맞춤형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이 독보적인 것으로 평가했다. 공모가 4만 원에 상장해 한때(2020년 12월 23일) 9만5000원까지 주가가 오르기도 했던 마이크로바이옴 업체 지놈앤컴퍼니의 투자도 검토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는 “투자하고 싶었지만 인연이 닿지 않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다른 벤처캐피털과는 다르게 건강기능식품이나 대체육 업체까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점도 눈에 띈다. 벤처캐피털은 보통 J커브 곡선으로 기업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신약 벤처를 투자처로 선호하는 곳이 많은 만큼 개성 강한 투자로 풀이된다.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건강기능식품업체론 배우 이병헌 씨가 TV광고에 출연하면서 인지도가 높아진 건강기능식품업체 프롬바이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에서 판매 중인 보스웰리아 기반 제품이 시장에서 차별점이 있다는 점을 높이 사 투자를 감행했다.
김 본부장은 “초기투자당시 프롬바이오의 가치는 200억 원 수준이었지만, 기업공개(IPO)가 진행 중인 현재의 기업 가치는 약 3000억 원 규모(공모가 하단 기준 2553억 원)로 뛰어올랐다”며 웃었다. 회수 시점은 아직 미정이지만 투자금 대비 10배 이상의 예상수익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김 본부장은 콩고기 대체육 업체 비욘드미트나 배양육을 만드는 스페이스알파에도 투자했다. 김 본부장은 “식품도 넓게 보면 엄연히 바이오 분야라고 볼 수 있다”며 “자연과 환경문제가 앞으로 계속 커지고 있는 점을 미뤄볼 때 대체육·배양육 또한 매력적인 투자분야가 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유동성은 풍부한데 옥석 가릴 시간이 없다
2018년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에 바이오심사역으로 입사한 김 본부장은 현재 최고투자책임자(CIO) 자리에 올라 바이오만이 아닌 모든 영역의 투자에 관여하고 있다. 이 자리에 오르며 그는 고민거리가 생겼다. 바로 옥석을 가릴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벤처기업이 늘고 있긴 하지만 펀드 규모와 투자기관 수가 체감상 더 빠르게 증가한 것 같다”며 “기업을 검증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딜을 빼앗기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령 예전에는 추가 실험을 요구하는 등 기술적인 검증이 가능했다. 하지만 요즘엔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면 순식간에 딜이 끝난다는 것이다. 그는 “이 때문에 검증하는 데 시간을 제대로 쓸 수도 없고 벤처캐피털이 과거엔 침범하지 않았던 액셀러레이터의 영역까지도 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시리즈 C나 프리IPO 등 IPO를 앞둔 기업에 주로 투자하던 여의도의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역시 벤처캐피털이 투자하는 시리즈 A~B의 영역으로 내려왔다. 그는 “옥석 가리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회수 시장이 기술특례제도가 생기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지 않은 기업이 증권시장에 상장하고 기관투자가들은 회수만 노리다 보면 제2의 신라젠 사태가 언제든 터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19년에만 해도 신라젠과 코오롱티슈진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면서 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사례가 있다.
김 본부장은 “상장 후 기업이 무너지는 나쁜 예가 나오다 보면 IPO가 어려워지고, 회수가 막히면서 자금조달이 막히는 악순환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며 “선순환을 위해선 투자심사역들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9월호에 실렸습니다.
김 본부장은 “CJ헬스케어의 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을 후보물질 당시 라이선스인 한 사람이 바로 나”라며 웃었다.
이후엔 소규모의 제약사로 둥지를 옮겼다. 건일제약의 자회사 오송팜에서는 ‘관리본부장’이란 직책을 맡았다. 회사의 재무를 관리하고 총무 역할도 하며 일본 지사를 만들기도 하고 현지 채용도 진행했다. 그는 “대형 제약사에선 맡은 일만 하면 됐지만 작은 회사인 오송팜에선 올라운더가 돼야 했다”며 “이곳에서 4년째 일하고 있을 때 벤처캐피털 바이오심사역 제안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제안을 받은 그는 곧장 수락을 하는 대신 이미 벤처캐피털 바이오 심사역으로 활동 중인 동료들에게 물었다. “CJ에서 같이 일했던 적이 있는 상훈이(곽상훈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전무)를 비롯해 벤처캐피털에서 일하고 있는 지인들에게 물어봤죠. 내가 바이오 심사역을 잘할 수 있겠느냐고. 그랬더니 ‘지금까지 해온 일이 심사역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확신이 없었는데 이런 말들이 결정에 도움이 됐죠.”
‘창업팀’, ‘기술’, ‘트렌드’를 보라
지인들의 조언은 현실이 됐다. 라이선스인을 위해 후보물질을 탐색했던 일, 후보물질을 도입한 뒤 진행한 전임상, 소규모 회사에서 경영을 지원한 경험은 그가 바이오심사역 일을 하는 데 든든한 바탕이 됐다. 김 본부장은 “특히 설립한 지 얼마 안 된 신약 벤처의 분위기를 이해하고 지원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이 투자하는 데 중점적으로 체크하는 포인트는 3가지다. 창업팀의 구성과 아이템, 그리고 트렌드다.
그는 “먼저 업체 대표님이나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해당 분야 최신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아이템도 시장성이 있는지, 미충족 수요에 해당하는지를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현실적인 시각에서 회사의 기술이 현재 트렌드에 적합한지도 본다”며 “트렌드에 뒤처진 기술을 가진 회사에 대한 투자는 지양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피벗을 유도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김 본부장이 중점적으로 검토하는 조건이 또 있다. 창업자의 사고 유연성이다. 김 본부장은 “특히 바이오 업체 창업자 중엔 본인이 해당 분야의 최고전문가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기술에 있어선 그럴 수 있지만 경영에 있어선 자신이 최고전문가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 규모가 작을 땐 CEO 겸 CTO를 행하는 일이 흔하지만 회사가 커지면 연구개발 외 나머지 영역을 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김 본부장은 이런 조건을 충족해 투자한 기업으로 고바이오랩을 꼽았다. 고바이오랩은 CJ제일제당 출신 박철원 부사장을 영입했다. 그는 “고바이오랩은 고광표 대표님이 CTO 역할을 맡고, 나머지 경영 관련 업무는 박철원 부사장님이 도맡으며 안정적인 구조가 갖춰졌다”며 “특히 박 부사장님을 중심으로 좋은 임원들도 영입할 수 있었다”며 “그 때문에 회사가 안정적이면서도 빠르게 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가 고바이오랩에 투자한 2019년 또한 고바이오랩이 박철원 부사장을 영입한 이후다. 고바이오랩은 청약증거금 1조6419억 원(청약경쟁률 547대 1)을 끌어모으며 지난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타임와이즈만의 투자 방식이 있다면
CJ창업투자에서 유래한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의 본래 주 투자처는 기업이 아닌 콘텐츠였다. 영화 등 문화사업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기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트랙레코드가 적다 보니 파격적인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본디 콘텐츠란 유행에 민감한 것이기 때문일까.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의 포트폴리오에는 최신 트렌드가 녹아 있다. 가령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는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에만 네 군데 투자했다. 앞서 말한 고바이오랩을 비롯해 에이치이엠파마, 이뮤노바이옴 등 국내 기업 외에도 해외 소재 마이크로바이옴 업체에 투자했다. 아직 초기단계인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서 네 군데나 되는 회사에 투자한 것은 사실상 ‘집중포화’에 가깝다.
김 본부장은 “마이크로바이옴이 미래의 트렌드가 될 것이란 확신이 있어 집중 투자를 감행했다”며 “기술적인 차별점이 있는 기업만 골라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외에서 마이크로바이옴 투자가 확대되고 있고 임상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당시엔 모험적이었지만 올바른 판단이었다”며 웃었다.
고바이오랩은 자가면역질환 외에도 자폐증 등의 파이프라인이 매력적인 회사였다. 이뮤노바이옴은 인체 환경을 모사할 수 있는 아바타마우스에 기술적 차별점이 있었다. 에이치이엠파마는 맞춤형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이 독보적인 것으로 평가했다. 공모가 4만 원에 상장해 한때(2020년 12월 23일) 9만5000원까지 주가가 오르기도 했던 마이크로바이옴 업체 지놈앤컴퍼니의 투자도 검토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는 “투자하고 싶었지만 인연이 닿지 않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다른 벤처캐피털과는 다르게 건강기능식품이나 대체육 업체까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점도 눈에 띈다. 벤처캐피털은 보통 J커브 곡선으로 기업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신약 벤처를 투자처로 선호하는 곳이 많은 만큼 개성 강한 투자로 풀이된다.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건강기능식품업체론 배우 이병헌 씨가 TV광고에 출연하면서 인지도가 높아진 건강기능식품업체 프롬바이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에서 판매 중인 보스웰리아 기반 제품이 시장에서 차별점이 있다는 점을 높이 사 투자를 감행했다.
김 본부장은 “초기투자당시 프롬바이오의 가치는 200억 원 수준이었지만, 기업공개(IPO)가 진행 중인 현재의 기업 가치는 약 3000억 원 규모(공모가 하단 기준 2553억 원)로 뛰어올랐다”며 웃었다. 회수 시점은 아직 미정이지만 투자금 대비 10배 이상의 예상수익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김 본부장은 콩고기 대체육 업체 비욘드미트나 배양육을 만드는 스페이스알파에도 투자했다. 김 본부장은 “식품도 넓게 보면 엄연히 바이오 분야라고 볼 수 있다”며 “자연과 환경문제가 앞으로 계속 커지고 있는 점을 미뤄볼 때 대체육·배양육 또한 매력적인 투자분야가 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유동성은 풍부한데 옥석 가릴 시간이 없다
2018년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에 바이오심사역으로 입사한 김 본부장은 현재 최고투자책임자(CIO) 자리에 올라 바이오만이 아닌 모든 영역의 투자에 관여하고 있다. 이 자리에 오르며 그는 고민거리가 생겼다. 바로 옥석을 가릴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벤처기업이 늘고 있긴 하지만 펀드 규모와 투자기관 수가 체감상 더 빠르게 증가한 것 같다”며 “기업을 검증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딜을 빼앗기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령 예전에는 추가 실험을 요구하는 등 기술적인 검증이 가능했다. 하지만 요즘엔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면 순식간에 딜이 끝난다는 것이다. 그는 “이 때문에 검증하는 데 시간을 제대로 쓸 수도 없고 벤처캐피털이 과거엔 침범하지 않았던 액셀러레이터의 영역까지도 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시리즈 C나 프리IPO 등 IPO를 앞둔 기업에 주로 투자하던 여의도의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역시 벤처캐피털이 투자하는 시리즈 A~B의 영역으로 내려왔다. 그는 “옥석 가리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회수 시장이 기술특례제도가 생기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지 않은 기업이 증권시장에 상장하고 기관투자가들은 회수만 노리다 보면 제2의 신라젠 사태가 언제든 터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19년에만 해도 신라젠과 코오롱티슈진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면서 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사례가 있다.
김 본부장은 “상장 후 기업이 무너지는 나쁜 예가 나오다 보면 IPO가 어려워지고, 회수가 막히면서 자금조달이 막히는 악순환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며 “선순환을 위해선 투자심사역들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9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