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로셀은 국내 최초로 키메릭 항원수용체 T세포(CAR-T) 임상에 진입한 기업이다. 현재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올해 7월 투여 환자 3명 중 2명에게서 완전관해를 획득했다.
김건슈 큐로셀 대표(사진 왼쪽)와 정지현 얼머스인베스트먼트 수석심사역 / 사진=최지원 기자
김건슈 큐로셀 대표(사진 왼쪽)와 정지현 얼머스인베스트먼트 수석심사역 / 사진=최지원 기자
큐로셀의 ‘CRC01’은 혈액암 중에서도 공격성이 매우 높은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DLBCL)을 표적으로 한다. 병의 진행속도가 빨라 신속한 치료가 핵심이다.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네 개의 CAR-T 치료제(킴리아, 예스카타, 브레얀지, 아베크마) 중 아베크마를 제외한 모든 치료제는 DLBCL을 표적으로 한다. 이렇게 치열한 시장에 국내의 작은 기업이 뛰어든 것이다.

정지현 얼머스인베스트먼트 수석심사역(이하 정) 김건수 대표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최근 임상 1상에서 좋은 소식이 있는데, 우선 축하드립니다.

김건수 큐로셀 대표(이하 김) 완전관해를 획득해서 한숨 돌렸습니다. 하지만 모든 암종이 그렇듯 재발이 안 되고 완치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저희가 목표로 하는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DLBCL)은 보통 1년 정도를 주의 깊게 봅니다. 다른 암종은 5년 정도 재발이 없으면 완치했다고 보는데, 혈액암은 1년이 가장 재발 위험이 높거든요. 내년 이맘때쯤에 더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처음 투자할 때부터 느낀 것이지만 환자 입장에서 많이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이 저에게는 많은 신뢰를 주기도 했고요.

가족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그렇습니다. 회사를 세운 게 2016년 12월인데요. 이때 CAR-T를 접하고 개발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만류하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우리나라에 작은 기업이 할 수 있겠느냐, 진짜 성공할 수 있겠느냐 같은 우려가 있었죠.

약의 차별성 크면 시장성은 따라온다

제가 지금 15개 회사에 투자를 하고 있는데요. 큐로셀은 그중 가장 오래 본 기업입니다. 사실 저도 처음에는 CAR-T가 워낙 비싼 약이다 보니, 글로벌 제약사만 개발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시장성이나 성공 가능성을 생각하면 리스크가 큰 약물인데 어떻게 회사의 메인 파이프라인을 CAR-T로 정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오랫동안 LG생명과학(현 LG화학) 연구개발(R&D) 전략기획팀에서 R&D 기획, 생산 등의 업무를 맡았는데요. 약의 시장성, 경쟁사, 매출 등을 많이 분석합니다. 왜 그걸 분석하느냐 하면, 약이 대동소이하기 때문이거든요. 기존에 시장에 있는 약과 큰 차별점이 없는 약물을 만들다 보니 시장성을 따지게 되는 거죠. 사업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그런데 기존에 없었던 약, 미충족 수요가 큰 약을 개발하면 시장성을 분석할 필요가 없습니다. 생명을 연장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약이니까요.

사실 제 아버님이 2015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암 투병을 오래 하다 보면 치료가 계속 이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어느 날 의료진이 ‘더 이상 손쓸 방도가 없다’는 말을 하는 순간이 오거든요. 그때의 충격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CAR-T는 더 이상 손쓰기 어려운 환자들을 위한 약물입니다. 사업가로서는 적합하지 않은지 모르겠지만 성공 가능성보다는 성공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더 컸습니다.

오래 뵈었지만, 이런 얘기는 처음 듣네요. 대표님의 의지가 CRC01 임상 일정을 많이 앞당기신 것 같습니다. 설립한 지 4년 반 만에 임상에 진입했으니까요.

처음 회사를 설립했을 때 한 매체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 2020년에는 임상에 진입할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그게 저한테는 일종의 약속이었습니다. 결국 지난해에 임상 시험계획(IND) 신청을 하고 올해 2월 승인이 났죠.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CAR-T 임상은 처음이라 검토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5개월 정도 걸렸죠? 그 시간이 대표님한테는 정말 힘든 시간이셨을 것 같습니다.

제가 술을 잘 못하는데요. 그 시기에는 정말 잠이 안 와서 매일 밤 와인을 조금씩 마시고 잤던 기억이 납니다.(웃음) 지금이야 웃으며 얘기하지만, 그때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사실 그전에도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과감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었죠.

IND 신청을 하려면 임상용 의약품을 만들어야 하잖아요. 근데 최근에 세포유전자 치료제 붐이 불면서 1~2년 전에 원료들을 해외에 선주문해야만 했습니다. 2018년이면 연구 초기 단계였는데 그때 원료를 주문해야 했던 거죠. 연구개발에서 이렇게 리스크가 있는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들이 참 어려웠는데, IND 승인을 기다리다 보니 다 잊혔네요.(웃음)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실 임상이 시작됐으니 이제부터 시작인데요. CRC01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여쭙고 싶습니다. 우선 CAR 기술인데요. CAR-T와 함께 CAR-NK도 많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CAR-T의 기술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CAR 기술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면역세포에 암을 표적하는 센서, 즉 항체를 발현시키는 기술입니다. 면역세포로 NK세포를 사용하느냐, T세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CAR-T, CAR-NK가 되는 거죠. CAR-T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가장 확실한 치료 효과를 보이는 모달리티였기 때문입니다. T세포가 면역세포 중에서 가장 강력한 세포이기도 하고, 연구 단계에서 CAR-NK보다는 좀 더 가시적인 성과를 많이 보여줬다고 판단했습니다.

오비스 기술로 CAR-T 지속시간·효능 모두 늘려

현재 국내에는 노바티스의 킴리아가 판매 승인을 받았습니다. FDA는 킴리아를 비롯해 길리어드의 예스카다, BMS의 브레얀지, 아베크마 등 총 4종을 허가했습니다. 이런 글로벌 제약사들과 견주었을 때 CRC01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CAR-T가 치료 가능성이 높기는 하지만 모든 환자를 100% 완치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킴리아의 경우 40% 정도의 환자가 반응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나머지 60%는 기존 CAR-T로 치료가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이 환자들이 왜 반응하지 않는지를 연구했습니다.

CAR-T가 활성화돼 암을 제거하다 보면 T세포가 지치는 순간이 옵니다. 연구를 한 결과, 이렇게 세포가 지쳐서 효능이 떨어질 때 면역관문수용체가 과발현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CAR-T에 반응을 하지 않거나 효과가 적은 환자들을 조사했더니 환자들의 T세포에서도 면역관문수용체가 많이 발현돼 있었습니다. 특히 ‘PD-1’, ‘TIGIT’이 많이 발현돼 있었죠.

저희는 두 면역관문수용체를 억제하면서 암세포를 잡을 수 있는 ‘오비스(OVISTM)’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어차피 유전자 조작을 해야 하니, 하는 김에 PD-1과 TIGIT의 발현을 억제하도록 조작 요인을 하나 더 늘린 셈이죠.

실제로도 효능이 더 좋았나요?

동물실험 결과로는 그렇습니다. 면역관문수용체의 발현을 억제하니 CAR-T의 지속시간이 늘어나고 그만큼 효능도 좋았습니다. 사람에게서도 동일한 효능을 발휘하는지 보려면 임상을 좀 더 지켜봐야겠죠.

고형암 CAR-T로 범위를 넓히거나 오비스 기술을 다른 세포치료제에 접목시키거나 하는 연구 협력 등의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될까요?

고형암에서는 CAR-T가 힘을 잘 쓰지 못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면역관문수용체입니다. 지금까지는 DLBCL에 집중하느라 질환을 확장하지 못했는데요, 향후에는 고형암까지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연구 협력도 생각하고 있기는 합니다. 임상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우리 치료제와 기술이 작동해서 치료 효과가 나왔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분석자료가 필요합니다. 임상 1상이 끝나면 일부 분석이 들어가는데요. 분석을 통해 약물의 효능과 메커니즘이 증명되면 다른 곳과 협력을 진행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올 9월 GMP 시설 착공… 3상 끝나기 전까지 생산·판매 라인 구축할 것

상장 준비로도 바쁠 것 같습니다. 올해 말 기술성평가에 들어가고 내년 초에 상장하는 일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기술성평가의 기준이 세분화되고 기술이전에 조금 더 무게감을 두는 추세입니다. 기술성평가나 한국거래소 대응전략이 궁금합니다.

사실 바이오 업체들이 기술을 증명받을 수 있는 것은 임상시험뿐입니다. 그런데 임상시험 전에 상장을 하려면 제3자가 안전성을 검증해줘야 하는 거죠. 그래서 기술이전에 비중이 커진 겁니다.

저희는 현재 동물실험과 임상 1상을 통해 약효와 안전성 등 CRC01의 가치를 어느 정도 증명했다고 봅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술특례상장은 현재로서는 매출이 없는 기업이지만 향후 기업가치가 높은 기업들이 도전하는 트랙입니다. 그렇다 보니 한국거래소에서도 앞으로의 성장 모멘텀을 계속 요구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저희는 임상이 끝났을 때 직접 CAR-T 치료제를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대전 둔곡지구에 1만3220㎡의 땅을 마련하고 GMP 시설을 준비 중입니다. 9월에 착공할 예정입니다. 임상이 모두 끝나는 시기 전까지 GMP 완공을 마치고 판매 체계를 다 갖추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금 시점에 상장을 하는 것도 이런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입니다. 아무래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니까요.

큐로셀이 임상 3상을 마치고 승인을 받게 되면 최초의 국산 CAR-T가 될 텐데요. CAR-T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긴 제조시간’에 대한 부분은 해소가 될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미국 공장을 갔다오는 킴리아보다는 줄어들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은 환자 혈액을 채취하고 투여하기까지 총 6주가 걸립니다. 이 기간의 상당부분이 품질검증(QC)을 위한 시간이에요. 식약처의 입장에서는 CAR-T가 처음이다 보니 품질검증을 굉장히 까다롭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령 밥을 지어서 판다고 치면 쌀을 씻고 밥물이 끓어 취사가 완료되는 전 과정을 다 확인하고 싶은 거죠. 이미 회사에서는 QC 과정을 훨씬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놓고 있습니다. 일종의 ‘햇반’을 개발한 거죠.

식약처가 이를 인정하려면 최소한 수십 명의 환자 케이스를 통해 ‘햇반’이 일반적인 밥 짓기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임상을 하는 동안 이 문제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앞으로 CAR-T처럼 범용화 약물이 아닌 맞춤형 약물이 많이 나올 텐데요. 마지막으로 맞춤형 약물을 먼저 개발해본 선배로서 조언을 해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유전자치료제에 국한해서 말씀드린다면 제조에 대한 부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약의 효능은 확인했지만 제조가 어려워 중간에 엎어지는 파이프라인도 많습니다. 임상에 진입하고 향후 약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초반부터 제조 기술에 대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위탁생산(CMO)을 하려고 해도 제조 기술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저희를 포함해 다양한 바이오텍들이 이런 부분을 놓치지 않고 무사히 약물 개발에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큐로셀
설립연도 2016년
주소 대전광역시 유성구 유성대로 1184번길 48
대표이사 김건수
누적투자액 615억 원
주요투자자 인터베스트(11.7%), 미래에셋캐피탈(7.3%), 스틱인베스트먼트(5.1%), 에이티넘(3.1%), 타임폴리오(2.9%)

정지현 얼머스인베스트먼트 수석심사역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의대에서 신경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연세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선임연구원, 뉴라클사이언스 사업개발팀장을 거쳐 현재 얼머스인베스트먼트의 수석심사역으로 재직 중이다.


최지원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9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