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리더스의 핵심 플랫폼 기술 ‘뮤코맥스’는 유산균에 항원을 접목해 면역반응을 이끌어낸다. 뮤코맥스는 20여 년 연구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바이오리더스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출신 연구원들이 1999년 설립한 회사다. 이들의 전문 분야가 바로 ‘유산균 기반 면역 활성화’였다.
박영철 바이오리더스 대표 / 사진=김기남 기자
박영철 바이오리더스 대표 / 사진=김기남 기자
바이오리더스의 강점은 ‘확장성’이다. 바이오리더스는 두 가지 강력한 플랫폼 기술을 무기로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뮤코맥스를 기반으로 개발 중인 먹는(경구용) 자궁경부전암 치료제(BLS-M07)는 연내 임상 3상 진입이 목표다. 뮤코맥스는 유산균에 질환 표적 항원을 부착하는 기술이다. 항원이 달린 유산균을 경구 투여해 장 점막에서 면역반응을 일으켜 접합 항원에 대한 항체 반응을 유도한다.

바이오리더스는 뮤코맥스에 회사의 다중항원발현 시스템개발 및 적용했다. 이를 통해 전달체로 사용하는 유산균에 2개 이상의 항원을 붙일 수 있다. 난치성 종양, 노인성 대사질환 등 여러 단백질이 병인으로 작용하는 질환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바이오리더스는 다중항원발현 시스템에 대해 2018년 국내, 2019년에 국제특허(PCT)를 출원했다.

현재까지 세계에서 자궁경부전암 치료제로 개발된 약은 없다. 바이오리더스는 연내 임상시험계획서(IND) 제출, 승인, 임상 개시까지 완료한다는 목표다. 궁극적으로 혁신신약의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허가 이후에는 선제적으로 국내 판매를 진행하면서 해외 판권 이전을 병행할 방침이다. 특히 경구용이라는 편의성을 살려 범이슬람권 국가를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율법을 중시하는 이슬람 국가의 여성들은 병원 이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영철 바이오리더스 대표는 “2024년 중 임상을 마치고 신약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완료한 임상 2b상 결과는 오는 10월 7~13일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는 긍정적인 2b상 결과가 공개되면 뮤코맥스 가치가 재평가될 것으로 본다.

뒤센 근디스트로피, 조건부 품목허가 기대

뮤코맥스 기반의 또 다른 치료제는 ‘BLS-M22’다. BLS-M22의 적응증은 유전성 희귀 질환인 뒤센 근디스트로피(DMD)다. 근세포막 구성 성분인 디스트로핀 관련 유전자의 결손으로 근육변성이 일어나는 질환이다. BLS-M22는 근육 성장을 억제한다고 알려진 물질인 ‘마이오스타틴’의 항체 생성을 유도한다. 지난해 4분기 1상을 완료해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했다.

박 대표는 “연내 BLS-M22의 국내 임상 2상 신청을 목표로 계획서를 작성 중”이라며 “임상 계획, 환자 모집 등에 대한 논의를 마친 상태”라고 했다.

바이오리더스는 국내 2상 결과를 토대로 미국 2상에도 진입할 예정이다. 공개 시험(오픈 레이블)이라 국내 임상 중 긍정적인 데이터를 확인하면, 미국 2상도 빨리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임상에 대비해 뉴저지 법인도 설립한다. 박 대표는 “현지 부지 마련 및 핵심 인력 채용 작업이 순조로워, 연내 개소해 바로 임상 관련 대응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BLS-M22는 2017년 미국, 2019년 국내에서 희귀질환의약품으로 지정(ODD)됐다. ODD가 되면 임상 2상 종료 후 조건부 품목허가 신청이 가능하다. 2상에 통상 2년 걸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2023년 말 품목허가 신청 후 2024년 초에는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희귀질환은 신속심사가 가능해 빠른 승인을 예상 중이다. BLS-M22는 직접 판매와 기술수출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있다. BLS-M22는 노인성 근감소증 치료제로도 개발 중이다. 뮤코맥스를 이용해 근감소증을 일으키는 두 가지 단백질 마이오스타틴과 액티빈을 제어하는 항원을 도입했다. 지난해 정부과제에 선정돼 연구개발 중으로 내년 말 임상진입이 목표다.

변이 대응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바이오리더스의 두 번째 플랫폼 기술은 ‘휴마맥스’다. 휴마맥스는 청국장에서 분리한 특허균주에 의해 생성되는 천연 고분자 생리활성 물질 ‘폴리감마글루탐산(γ-PGA)’을 기반으로 신약을 만든다. γ-PGA은 면역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수용체 ‘TLR4’를 매개로 자연살해(NK) 세포와 인터페론 감마(IFN-γ)를 활성화시켜 면역증진 효과를 이끌어낸다.

휴마맥스의 핵심은 면역력이다. 인체의 면역력이 강해지면 바이러스의 종류에 상관없이 감염된 인체 숙주세포 제거를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휴마맥스를 적용할 수 있는 적응증이 다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휴마맥스를 통해 개발 중인 주력 적응증은 자궁경부상피이형증(CIN1)이다. 바이오리더스는 2019년 6월 CIN1 치료제(BLS-H01)의 국내 임상 3상을 승인받았다. 3상 진입을 위해 공동 임상이나 기술수출이 가능한 기업을 찾고 있다. 계약금과 경상기술사용료(로열티) 등 세부사항을 논의 중인 곳도 있다. 이 작업이 끝나는 대로 3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연내 계약을 마무리 짓는 게 목표지만 필요한 절차가 많아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건 코로나19 치료제다. γ-PGA의 면역증진 효과를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신속히 제거하는 치료 기전으로 모든 변이 바이러스에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제로 진행한 비임상 결과, γ-PGA 투여 동물에서 체중감소가 억제됨을 확인했다. 감염 대조군(코로나19 감염 후 무처치)의 생존율은 50%였으나, 약물 처치군의 생존율은 83%를 기록했다.

바이오리더스는 국가마우스표현분석형사업단(KMPC)과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모델에서의 효능평가 실험도 곧 개시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자궁경부상피이형증 1상으로 γ-PGA의 안전성을 확인했기 때문에, 이번 실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으면 바로 국내 2상 진입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파이프라인 ‘BLS-A01’은 스파이크와 뉴클레오캡시드 항원을 함께 주입한 다중항원 코로나19 백신이다. 바이러스의 중심 핵이 되는 뉴클레오캡시드는 변이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BLS-A01이 변이에도 강한 방어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비임상 효능평가와 임상시험용 백신을 GMP 생산 중이다.

차세대 항암제, 내년 상반기 임상 1상 진입 목표

바이오리더스는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가 개발 중인 차세대 항암제 상용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p53’은 정상인 누구에게나 있는 단백질이다. 암 억제 기능을 하는 단백질을 만들도록 지시한다. 이 p53이 손실돼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암 발생 확률도 높아진다. p53을 정상화시켜 암 억제 기능을 활성화하면 혁신적인 암 치료가 가능할 것이란 예상이다.

바이오리더스는 와이즈만연구소의 기술지주회사인 예다와 함께 이스라엘 현지 합작법인 퀸트리젠을 설립했다. 바이오리더스는 퀸트리젠에 1000만 달러(약 120억 원)를 투자해 70%의 지분을 확보했다. 퀸트리젠은 p53 유전자 재생기술을 이전받아 고형암 혁신신약을 개발 중이다.

전임상 평가를 통해 신약 후보물질이 확정되면 해외와 국내에서 동시에 임상을 시작, 바이오리더스가 직접 국내 1상을 시작한다. 내년 상반기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와이즈만은 화이자, MSD, 애브비 등 글로벌 빅파마와 교류가 활발해 개발에 성공할 경우 이들 빅파마에 기술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박 대표는 “2021년은 오랜 연구개발의 성과를 확인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회사 내부적으로도 최근의 성과에 상당히 고무된 만큼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신약 개발에 매진할 것”이라고 했다.
[유망기업] 바이오리더스 “경구용 자궁경부전암 신약 연내 3상 진입”
이도희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9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