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투지바이오는 이희용 대표를 비롯해 약효지속성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설립한 바이오텍이다. 회사는 저분자 약물에도 적용할 수 있는 지속형 주사제 기술 ‘이노램프(InnoLAMP)’를 바탕으로, 기존 약물의 제형을 변경해 약효의 지속시간을 늘리는 개량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이희용 지투지바이오 대표 / 사진=김기남 기자
이희용 지투지바이오 대표 / 사진=김기남 기자
지투지바이오의 주력 파이프라인은 치매 치료제 아리셉트(성분명 도네페질)를 주사제로 바꾼 ‘GB-5001’이다. 하루 한 번 먹는(경구용) 도네페질과 약효는 같으면서도, 한 달에 한 번만 주사하면 된다는 이점이 있다. 아리셉트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진행을 늦추는 효과가 있는 도네페질 성분의 오리지널 의약품으로, 국내 치매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이희용 대표는 “경구용 도네페질의 경우 삼킴장애(연하장애)를 겪는 치매환자들이 많은 데다, 매일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복약순응도가 낮아 치료 효과가 낮아질 수 있다”며 “GB-5001은 근육주사로 1회 투여 시 한 달간 약효가 지속돼 경구제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립구 대량생산 기술로 1개월 지속되는 치매 개량신약 개발

지투지바이오의 이노램프는 펩타이드는 물론 저분자 약물에도 적용할 수 있는 지속형 주사제 기술이다. 10~10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작은 미립구에 약물을 넣어 피하나 근육에 주사하면, 체내에서 분해되면서 약물이 서서히 방출되도록 하는 것이다. 약효의 지속시간을 최소 1주일에서 6개월 이상까지 늘려, 규칙적으로 약물을 복용하기 어려운 환자들이나 매일 약물을 투약해야 하는 환자들의 편의성을 높인다.

미립구를 활용한 약효지속성 의약품은 생분해성 고분자로 약물을 감싸 체내에서 서서히 약물이 방출되면서 일정한 농도를 유지하도록 제어하는 기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약물을 담는 미립구는 생분해성 고분자 물질로 감싸 만든다.

이 대표는 “수술용 봉합사와 같은 성분의 고분자로 약물을 감싸 독성 없이 체내에 무해하고, 일정한 농도를 유지하도록 제어한다”며 “생분해성 고분자 물질의 종류와 조성물에 따라 물에 의해 분해되는 속도를 조절해 약효의 지속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투지바이오가 미립구 제조와 생산에서 갖는 강점은 무균 상태에서 균일한 크기의 미립구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립구 제조에 멤브레인(막)을 활용하면서다. 기존에는 미립구를 제조할 때 고분자를 고속교반기에 돌려 유탁액(에멀션) 상태로 만든 다음, 이를 걸러내는 방식을 썼다. 이 방법으로는 크고 작은 입자들이 뒤섞여 균일하지 않은 데다 생산수율도 50~70%에 불과했다.

이노램프는 7만여 개의 구멍이 균일하게 뚫려 있는 원통형 멤브레인에 고분자와 약물이 녹아 있는 에멀션을 통과시켜 미립구를 만든다. 지투지바이오는 영국 마이크로포어테크놀로지의 멤브레인 장비에 대해 치매 치료제용 미립구 제조에서의 전 세계 독점권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미립구 제조에 여러 가지 기술이 활용되지만, 대부분 생산 속도가 멤브레인 방식에 비해 느려 대량생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예로 ‘마이크로 플루이딕스’ 기술을 들 수 있다. 이 기술은 Y 자 채널에 에멀션을 흘려보내면서 물로 한 방울씩 끊어내 미립구를 만드는 방식이다. 균일한 미립구를 생산할 수는 있지만 미립구 100g을 만드는 데 10시간이 걸린다.

이 대표는 “투여량이 많아 근육에 주사하는 도네페질 주사제를 위해서는 미립구의 대량생산이 필수”라며 “멤브레인 방식으로 미립구를 생산하면 30분에 1kg의 미립구를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사제로 한 번에 3cc의 도네페질을 투여하는 데는 최대 1g의 미립구가 쓰인다.

지투지바이오는 1회에 약 1000바이알(주사용 유리용기)의 치매 치료제용 미립구를 생산할 수 있다. 이 대표는 “국내에서 이 정도의 생산력을 가진 회사는 지투지바이오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현재 도네페질 주사제에 대한 캐나다 임상 1상을 준비 중이다. 올해 안에 투약을 시작한다는 목표다.

이 대표는 “FDA와의 임상 전 사전 미팅 결과에 따라 알약을 주사제로 바꾼 만큼 대부분의 독성시험을 면제받아 주사 부위에 대한 간단한 독성시험만 진행했다”며 “1상 이후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진행해 임상 기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상 1상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반영해 내년 국내에서도 임상 1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2025년께 제품 판매 허가를 받는 게 목표라고 했다.

도네페질과 함께 치매 치료제 ‘리바스티그민’의 주사제형도 개발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주사하는 방식이다. 현재 하루 두 번 먹는 경구제형이나 하루 한 번 피부에 붙이는 패치제형이 있다.

이 대표는 “리바스티그민이 치매 치료제로 신경정신질환 개선 효과가 있음에도 시장 규모가 작은 것은 경구제와 패치제가 각각 위장관 부작용이나 피부 자극 등의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라며 “주사제 개발로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하고, 도네페질에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을 겪는 환자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약물지속기술을 통해 개발 중인 수술 후 통증치료제 ‘GB-6002’도 기대되는 파이프라인 중 하나다. GB-6002는 ‘로피바케인’을 주사제형으로 변경해 수술 후 7일까지 효과를 지속하는 국소마취제다.

이 치료제는 동물용 마취제로도 개발 중이다. 이와 함께 1개월간 약효를 지속하는 당뇨 치료제 ‘GB-7001’도 원숭이 실험에서 효력을 확인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동물 중성화제도 개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기존에는 주삿바늘이 두껍고 수컷 반려견에만 쓸 수 있었던 동물 중성화제를 암컷이나 고양이에도 쓸 수 있도록 개발 중”이라며 “6개월간 약효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중성화제를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필러 기술도 확보했다. 콜라겐 형성을 유도하는 고분자 필러를 개발 중이다. 이 대표는 “히알루론산 필러와의 복합제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필러 전문기업과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시설 확충으로 상업화 물량의 미립구 생산 계획

임상을 위해서는 상업화 물량 생산 규모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지투지바이오는 미립구 대량생산을 위해 현재 충북 오송에 파일럿 설비를 갖춘 연구소를 설립 중이다.

내년 2월께 파일럿 제조실이 구축되면, 도네페질 주사제를 위한 미립구 생산능력은 시간당 10kg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우수의약품제조관리(GMP) 생산시설도 추가로 신축해 생산능력을 상업화 물량인 30kg까지 늘려나갈 예정이다.

회사는 임상 1상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에 기술성평가를 신청해, 하반기에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다는 계획이다.

설립일 2017년 3월
상장 여부 비상장
주요 사업 약효지속성 의약품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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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와 성장을 빠르게 실현하는 기업이 될 것"
by 홍진태 대한약학회 회장
도네페질과 리바스티그민, 두 개의 지속형 치매신약에 대한 임상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고 상업화에 필요한 대량생산 기술을 확보했다. 여러 개의 후속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으로, 다양한 분야의 제약사들과 협력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현재 국내외 약 42개의 기업과 사업화 관련 논의가 있는 만큼 기술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예나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9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