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는 HLA 분자의 발현을 줄여 T세포의 공격을 회피하기도 하는데, NK세포는 HLA 분자를 발현하지 않는 암세포를 인지, 살해할 수 있다.
암세포는 HLA 분자의 발현을 줄여 T세포의 공격을 회피하기도 하는데, NK세포는 HLA 분자를 발현하지 않는 암세포를 인지, 살해할 수 있다.
지난해는 NK세포치료제가 크게 도약한 해였다. 시작은 지난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대혈 유래 NK세포를 이용한 CD19 표적 CAR-NK세포 치료제가 CD19를 발현하는 B세포 유리 혈액암 치료에 낮은 부작용과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는 초기임상 결과가 저명한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실리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혈액학회(ASH)에서 페이트테라퓨틱스가 유도만능줄기세포(iPSC)에서 분화한 NK세포를 이용한 초기 임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했다고 발표하면서 페이트의 주가가 급등했다(2020년 초 주당 19달러 → 2020년 말 90달러).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지금도 NK세포와 관련한 기술이전 혹은 인수합병(M&A) 관련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면역세포치료제의 변방에 머물렀던 NK세포가 중원을 차지하고 있는 T세포에 도전장을 내고 있는 형국이다.

NK세포란 무엇인가

NK세포의 NK는 ‘Natural Killer’를 의미한다. 1975년 면역세포 중 특별한 처리 없이 암세포를 살해하는 세포를 발견해 보고한 논문에서 그 현상을 따라 이름을 붙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살해세포’라는 번역명보다 ‘NK세포’라는 줄임말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NK세포는 항암 효능과 연관된 고유한 기능으로 발견 초기부터 항암치료제로 사용하기 위하여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미국 국립암센터의 로젠버그 박사가 1980년대 초기 임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이며 큰 주목을 받았던 림포인 활성살생(LAK·Lymphokine Activated Killer)세포 치료제다.

당시 T세포를 체외에서 자랄 수 있게 하는 사이토카인으로 주목받은 IL-2(림포카인)를 이용해 혈액 세포를 배양했더니 상당수의 암세포를 잘 살해하는 세포를 얻을 수 있었고, 이를 현상학적으로 LAK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체외에서 배양한 환자의 LAK세포와 IL-2를 환자에게 주입했을 때 말기암 환자 중 상당수에서 병세가 호전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 결과는 1985년 에 실리며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LAK와 IL-2 치료법은 효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도 부작용이 커서 보편적인 치료법으로 자리 잡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IL-2의 부작용이 생기는 원인은 이후 IL-2의 생체 내 작용기전이 규명되면서 밝혀졌다. 로젠버그 박사는 NK세포가 살해하지 못하는 암세포를 L AK세포는 살해할 수 있으므로 “NK세포와 LAK세포는 다른 세포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LAK세포는 IL-2에 의해 활성화된 T세포와 NK세포가 혼합된 형태이며, LAK의 항암 효능의 상당 부분은 NK세포에서 기인함을 알게 된다. LAK세포의 항암 효능이 기존 NK세포보다 뛰어난 것은 IL-2에 의해 활성화가 되어서 그런 것이지, 다른 종류의 세포라 그런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역시 나중에 밝혀지지만, 환자 자신의 세포를 사용할 경우 NK세포가 발현하는 KIR라는 면역억제 분자가 환자의 HLA 분자와 반응하면서 NK세포의 활성이 떨어져서 항암 효능이 낮아질 수 있다.

IL-2의 경우 체내에 주입하면 T세포와 NK세포 이외에 IL-2 수용체를 발현하는 다양한 세포들이 반응하게 된다. 체내에서 IL-2 수용체를 가장 높게 발현하는 세포는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기능을 가진 조절 T세포다. IL-2에 의한 면역활성이 기대만큼 높지 않은 원인이 여기 있다.

혈관내피세포도 IL-2 수용체를 발현하기 때문에 체내에 주입한 IL-2는 혈관누수증후군을 유발하기도 한다. 즉 체내에 주입한 IL-2는 원래 기대했던 LAK세포 이외의 조절 T세포, 혈관내피세포 등 다양한 세포에 작용해 효능이 기대에 못 미치게 나왔을 뿐 아니라 심각한 부작용 또한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전반적인 기전에 대한 이해 없이 단편적인 현상에 기반해 치료제를 개발할 경우 기대에 못 미치는 효능과 심각한 부작용으로 실패하기 쉽다. NK세포치료제가 최근 고무적인 임상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지난 수십 년간 축적된 기초연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KIR를 이용한 정상세포 인지

그럼 NK세포치료제의 성공 비결을 이해하기 위한 NK세포의 기본적인 특성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NK세포는 다양한 수용체를 이용해 암세포의 ‘비정상적 특성’을 파악하여 살해하는 세포다. 다소 두루뭉술하게 들리지만, 이것이 NK세포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이는 T세포의 암세포 인지 기전과 상반되며 상호보완적이기도 하다.

T세포는 T세포 수용체(TCR·T Cell Receptor)를 이용해 암세포가 발현하는 펩타이드 항원이 HLA 분자에 의해 제시된 것을 인지한다. 즉 T세포는 암세포의 아주 구체적인 분자적 특징을 인지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특정 항원을 발현하는 세포를 선별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암이 변이를 통해 특정 항원을 더 이상 발현하지 않게 되면 해당 항원을 발현하는 T세포의 공격을 회피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T세포는 HLA 분자에 의해 제시된 항원 만을 인지하므로, 암세포는 HLA 분자의 발현을 줄여 T세포의 공격을 회피하는 전략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HLA 분자를 발현하지 않는 암세포를 NK세포는 인지하고 살해할 수 있다. NK세포는 KIR(Killer cell Immunoglobulin-like Receptor)라는 수용체를 발현해 HLA 분자를 인지한다. KIR는 면역억제수용체로, NK세포는 HLA를 발현하는 세포를 만나면 KIR를 통해 ‘정상세포일 가능성이 크니 죽이지 말 것’이라는 신호를 받게 된다.

반면, HLA를 발현하지 않는 세포를 만나면 비정상세포로 간주하고 살해한다. T세포를 성공적으로 회피한 암세포를 NK세포가 찾아내 살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여자의 NK세포를 암환자에게 이식하면 어떻게 될까. 일란성 쌍둥이가 아닌 이상 사람마다 발현하는 HLA는 대체로 다르다(그래서 장기 및 골수 이식 공여자를 찾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므로 공여자의 NK세포가 발현하는 KIR는 암환자의 HLA를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현상을 KIR-HLA 불일치라고 한다. KIR-HLA 불일치는 환자의 자가 NK세포보다 공여자 NK세포의 항암 효능을 더 강하게 해준다.

이와 같은 NK세포의 특징은 NK세포가 동종 세포를 이용한 기성품(off-the-shelf) 치료제로 개발될 때 큰 장점이 된다. 반면, T세포의 경우는 이전 회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면역 이식 부작용으로 동종 세포를 사용하는 데 큰 제한이 있다.
[도준상의 면역항암제 이야기] NK세포치료제, 서막이 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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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성화수용체를 이용한 비정상세포인지

NK세포는 KIR 등 다양한 면역억제수용체와 더불어 NKG2D, NKp30, NKp44, NKp46 등의 다양한 면역활성수용체도 발현한다. 이러한 면역활성수용체는 치명적 유전자 변이 및 빠른 증식 등 암세포의 고유한 특성으로 인해 축적된 세포 내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현하는 다양한 리간드를 인지한다. 그러면 암세포가 HLA와 면역활성수용체에 대한 리간드를 동시에 발현하면 NK세포는 어떤 결정을 할까.

NK세포는 면역억제수용체와 면역활성수용 체가 전달하는 신호를 통합해 그중 더 강한 신호의 방향으로 작용한다. 이것이 앞에서 언급한 NK세포가 다른 세포의 ‘비정상적 특징’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NK세포는 항체의 Fc 부분을 인지할 수 있는 CD16 수용체를 발현해 항체가 부착된 세포를 살해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능을 항체의존세포독성(ADCC·Antibody-Dependent Cellular Cytotoxicity)이라고 한다. ADCC는 항원 특이성이 없는 NK세포에 특정 항원을 발현하는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 기능을 부여하는 강력한 무기이며, 다양한 항체 기반 항암제(리툭시맙 등)와 NK세포 치료제를 병용할 경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중요한 특징이다. CD16은 과하게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NK 세포가 분비하는 ADAM17이라는 효소에 의해 분해된다.

면역반응은 과할 경우 정상세포 및 조직을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항상 이런 ‘브레이크’가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브레이크가 암과 같은 강력한 상대와 대결할 때는 방해가 된다. 작년 ASH에서 큰 관심을 받은 페이트테라퓨틱스의 FT516은 이러한 CD16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ADAM17에 분해되지 않는 유전자 조작 CD16을 탑재해 초기 임상에서 높은 효능을 보여줄 수 있었다.

지금까지 NK세포의 암세포 인지 기전 및 이를 NK세포치료제 개발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NK세포치료제는 동종 기반의 기성품 치료제로 이상적이라는 장점과 더불어 NK세포가 가지는 다양한 암세포 인지 기능에 ADCC나 CAR의 도입을 통한 특이성을 더할 수 있다.

더불어 말초혈액, 제대혈, 줄기세포, 세포주 등 여러 유래에서 구할 수 있고 증식 및 분화 방법에 따라 기능이 조금씩 다를 수 있어 현재 다양한 형태의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다음 회에서는 활발하게 개발이 진행 중인 여러 가지 NK세포치료제의 기술적 배경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저자 소개>

도준상
면역학을 공부하는 공학자다. 2006년 MIT에서 화학공학·고분자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UCSF 의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이후 포스텍 시스템생명공학부·기계공학과 교수로 부임해 11년간 근무했고, 2019년 3월부터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에서 생체재료를 면역치료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면역항암제를 이해하려면 알아야 할 최소한의 것들>이라는 대중서를 집필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9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