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하이라이트 ❹] “혁신신약(first-in-class) 개발 위해서는 방사광가속기 이용한 구조 분석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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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수 동아에스티 수석연구원 인터뷰
신약 개발에서 방사광가속기의 필요성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혁신신약’ 개발을 위해서다. 혁신신약을 개발하는 첫 단계는 약물의 타깃이 되는 새로운 병리 단백질의 구조를 찾는 것이다. 실험실 규모에서는 ‘X선 결정법’을 이용해 단백질을 분석하기도 하지만, 관찰할 수 있는 단백질의 크기나 물성 등에 제한이 많고 분해능, 즉 해상도가 떨어진다. 이를 위해 아스트라제네카, 길리어드와 같은 글로벌빅파마들은 미국과 유럽에 위치한 방사광가속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10곳 내외의 바이오 기업만이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규모가 작은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게는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신약 개발에 가속기를 활용하고 있는 동아에스티의 임종수 수석연구원(사진)에게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국내 기업이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는 어떤 것이 있는가.
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인력이다. 방사광가속기로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mg 단위의 고순도 단백질 결정이 필요하다. 굉장히 복잡한 절차를 거쳐 결정구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가속기를 활발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단백질 결정만을 위한 인력을 뽑자니, 규모가 작은 국내 바이오 기업 입장에서는 ‘가성비’가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가속기를 활용하는 기업 대부분은 대학 연구실과 협업을 통해 단백질 결정구조를 얻는다.
또 다른 문제는 어렵게 단백질 결정에 성공해 가속기로 구조 분석을 했다고 하더라도, 가속기는 국가의 자산이기 때문에 그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타깃 단백질이 무엇인지 밝히는 것도 조심스러운데, 그 구조까지 공개해야 한다면 어떤 기업이 무리하게 가속기를 사용하겠나. 그래서 많은 기업이 이미 구조가 알려진 단백질을 타깃으로 삼거나, 컴퓨터 기반의 신약 설계 시스템인 CADD(Computer Aided Drug Discovery)를 활용한다.
Q. 여러 가지 허들이 있음에도 기업이 방사광가속기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직까지 제약사들이 타깃 단백질에 결합하는 저분자 화합물을 찾아내는 주요한 방법 중 하나는 ‘대규모 스크리닝(high throughput screening)’이다. 100만 개 이상의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대상으로 타깃 단백질에 결합하는 물질을 찾는 방식이다.
하지만 2000년 전후로 글로벌 빅파마들은 이렇게 찾은 물질들 중 비특이적인 결합을 하는 물질이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타깃 단백질에 특이적 결합 없이 무작위적으로 양성반응을 보이는 물질(PAINS)이다. 분자 단계에서는 마치 타깃 단백질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약효는 없다. 이런 물질은 해당 신약 개발 프로그램의 시간과 비용에 막대한 해를 끼쳤다.
이런 면에서 단백질과 저분자 화합물의 특이적 결합 여부를 확인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결합구조를 밝히는 것이다. 이는 기술수출 시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전임상 이전의 디스커버리 단계 물질이라면 더더욱 확인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기술수출을 통해 대규모 자본을 확보하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게 구조 기반의 신약 개발은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방사광가속기는 구조를 밝히는 가장 효율적이고 정확한 기기다.
Q. 동아에스티에서는 어떤 단계에서 방사광가속기를 사용했는가.
구조가 알려져 있지 않은 새로운 타깃을 찾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만, 정확한 약물을 디자인하는 데에도 큰 보탬이 된다. 동아에스티가 2016년 글로벌 빅파마인 ‘애브비’에 기술수출을 했던 ‘MerTK 저해제’의 경우 가속기로 타깃 단백질과 화합물의 공결정구조를 확보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지난 7월 MerTK 저해제는 권리반환이 됐다).
당시 애브비에서도 MerTK 저해제 과제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단백질과 화합물의 공결정구조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런 이유로 리드 수준의 화합물을 4000만 달러(약 463억 원)에 수출할 수 있었다. 어떤 타깃이든 저분자 화합물로 접근하는 경우 좀 더 정확한 화합물 디자인이 가능하고 논리적인 구조활성관계 분석이 가능하다. 부작용이나 활성에 문제가 생겨 화합물을 수정할 때에도 좀 더 효율적이다.
Q. 기존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X선 결정법과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단백질 결정이 튼튼하고 품질이 좋으면 실험실의 X선 장비를 이용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단백질 구조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수의 병리 단백질은 결정화가 어렵고, 결정구조를 만들어도 부서지기 쉬운 약한 구조일 때가 많다. 이런 단백질은 분해능(해상도)이 높은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야 구조 분석이 가능하다.
최지원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9월호에 실렸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10곳 내외의 바이오 기업만이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규모가 작은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게는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신약 개발에 가속기를 활용하고 있는 동아에스티의 임종수 수석연구원(사진)에게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국내 기업이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는 어떤 것이 있는가.
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인력이다. 방사광가속기로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mg 단위의 고순도 단백질 결정이 필요하다. 굉장히 복잡한 절차를 거쳐 결정구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가속기를 활발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단백질 결정만을 위한 인력을 뽑자니, 규모가 작은 국내 바이오 기업 입장에서는 ‘가성비’가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가속기를 활용하는 기업 대부분은 대학 연구실과 협업을 통해 단백질 결정구조를 얻는다.
또 다른 문제는 어렵게 단백질 결정에 성공해 가속기로 구조 분석을 했다고 하더라도, 가속기는 국가의 자산이기 때문에 그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타깃 단백질이 무엇인지 밝히는 것도 조심스러운데, 그 구조까지 공개해야 한다면 어떤 기업이 무리하게 가속기를 사용하겠나. 그래서 많은 기업이 이미 구조가 알려진 단백질을 타깃으로 삼거나, 컴퓨터 기반의 신약 설계 시스템인 CADD(Computer Aided Drug Discovery)를 활용한다.
Q. 여러 가지 허들이 있음에도 기업이 방사광가속기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직까지 제약사들이 타깃 단백질에 결합하는 저분자 화합물을 찾아내는 주요한 방법 중 하나는 ‘대규모 스크리닝(high throughput screening)’이다. 100만 개 이상의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대상으로 타깃 단백질에 결합하는 물질을 찾는 방식이다.
하지만 2000년 전후로 글로벌 빅파마들은 이렇게 찾은 물질들 중 비특이적인 결합을 하는 물질이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타깃 단백질에 특이적 결합 없이 무작위적으로 양성반응을 보이는 물질(PAINS)이다. 분자 단계에서는 마치 타깃 단백질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약효는 없다. 이런 물질은 해당 신약 개발 프로그램의 시간과 비용에 막대한 해를 끼쳤다.
이런 면에서 단백질과 저분자 화합물의 특이적 결합 여부를 확인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결합구조를 밝히는 것이다. 이는 기술수출 시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전임상 이전의 디스커버리 단계 물질이라면 더더욱 확인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기술수출을 통해 대규모 자본을 확보하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게 구조 기반의 신약 개발은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방사광가속기는 구조를 밝히는 가장 효율적이고 정확한 기기다.
Q. 동아에스티에서는 어떤 단계에서 방사광가속기를 사용했는가.
구조가 알려져 있지 않은 새로운 타깃을 찾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만, 정확한 약물을 디자인하는 데에도 큰 보탬이 된다. 동아에스티가 2016년 글로벌 빅파마인 ‘애브비’에 기술수출을 했던 ‘MerTK 저해제’의 경우 가속기로 타깃 단백질과 화합물의 공결정구조를 확보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지난 7월 MerTK 저해제는 권리반환이 됐다).
당시 애브비에서도 MerTK 저해제 과제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단백질과 화합물의 공결정구조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런 이유로 리드 수준의 화합물을 4000만 달러(약 463억 원)에 수출할 수 있었다. 어떤 타깃이든 저분자 화합물로 접근하는 경우 좀 더 정확한 화합물 디자인이 가능하고 논리적인 구조활성관계 분석이 가능하다. 부작용이나 활성에 문제가 생겨 화합물을 수정할 때에도 좀 더 효율적이다.
Q. 기존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X선 결정법과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단백질 결정이 튼튼하고 품질이 좋으면 실험실의 X선 장비를 이용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단백질 구조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수의 병리 단백질은 결정화가 어렵고, 결정구조를 만들어도 부서지기 쉬운 약한 구조일 때가 많다. 이런 단백질은 분해능(해상도)이 높은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야 구조 분석이 가능하다.
최지원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9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