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주춤했던 카카오가 혁신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의료 빅데이터 업체 휴먼스케이프 투자를 추진한다. 카카오는 휴먼스케이프의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헬스케어 사업을 확장할 전망이다.

블록체인 기술에 눈독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주 휴먼스케이프 실사를 마치고 이르면 이달에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인수까지 검토 중이며, 인수 금액은 1000억원가량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실사 결과 휴먼스케이프의 기술이 카카오 헬스케어 사업과 시너지를 내기가 좋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지분 투자가 될지, 인수가 될지 아직은 미정”이라고 밝혔다.

휴먼스케이프는 블록체인 기반 데이터 플랫폼 ‘레어노트’를 운영하고 있다. 레어노트는 루게릭, 신경섬유종증 1형, 유전성 혈관부종 등 난치성 질환에 대한 치료제 개발 현황과 최신 의학 정보 등을 제공한다. 환자들로부터 유전체 정보를 받고 이들이 건강상태를 꾸준히 기록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휴먼스케이프의 장점은 플랫폼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운영해 정보 원본을 유지하면서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 보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투자가 마무리되면 카카오는 이 기술을 토대로 더욱 안전하게 의료 빅데이터를 모을 수 있게 된다.

카카오는 지난 수년간 의료 빅데이터 사업에 꾸준히 힘써왔다.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2018년 8월 서울아산병원, 현대중공업지주와 합작법인(JV)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를 설립했고, 2019년 12월 연세대의료원과 파이디지털헬스케어를 세웠다.

또한 카카오는 의료 빅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10여 개 바이오·헬스케어 업체들과 투자 및 협업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의료 빅데이터는 파이디지털헬스케어 등 카카오 내 헬스케어 전문 조직들을 통해 헬스케어 시장 확대에 탄탄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기술 협력 차원의 투자 검토일 뿐 인수는 아니다”며 “투자 여부도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의료 빅데이터 경쟁

IT 기업의 헬스케어 사업 확대는 글로벌 트렌드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은 인공지능(AI) 원격진료 서비스를 운영하고, 애플은 AI 웨어러블 기기로 심전도, 혈당 수치 등을 확인하는 서비스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의료 음성인식기술 기업 뉘앙스를 인수하고 의료 상담 서비스 개발에 들어갔다.

IT 기업이 헬스케어에 집중하는 이유는 ‘데이터’다. 의료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핵심은 데이터고, 이를 가장 잘하는 기업이 IT업체라는 분석이다.

카카오의 경쟁사 네이버도 의료 빅데이터 기반 헬스케어 사업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네이버는 전자의무기록(EMR) 업체 이지케어텍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올초 로봇수술 전문가인 나군호 신촌세브란스병원 교수를 헬스케어연구소장으로 영입해 원격의료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카카오는 최근 골목상권 사업 확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으로 투자가 중단될 위험에 처했다. 하지만 디지털 의료·우주·AI 등 혁신 분야만큼은 사업 확장을 지속한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이번 투자를 기존 계획대로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골목상권과 관련 있는 일에는 신중을 기하겠지만 글로벌, 기술 분야 사업 확장은 갈등 요소가 거의 없는 만큼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