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건의 바이오 산책] 코로나 시기의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 반드시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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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배진건 이노큐어테라퓨틱스 부사장(Science intelligence advisor)
코로나19로 방역마스크를 쓰는 상황에서도 겨울 독감이 유행할까. 코로나와 독감을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서로 다른 종류인 만큼 근본적으로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와 독감은 38℃ 이상의 발열, 두통 등의 증상도 유사하고 호흡기에 감염돼 폐와 기관지에 문제를 일으키는 공통점이 있다. 코로나19와 독감을 함께 걸릴 위험은 얼마나 클까.
코로나와 인플루엔자의 상관관계는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2020~2021년 절기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시작한 이후 수 일 이내에 사망한 것으로 신고된 사례는 2020년 11월 3일 오전 0시까지 총 88명으로 집계됐다. 보건당국은 사망과 백신 접종 간 인과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예방 접종을 일정대로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신고된 사망 사례를 연령대별로 보면 70대 38건, 80대 이상 35건 등으로 70대 이상 고령층이 83%다. 60대는 7건, 60대 미만은 8건이 있다. 사망자 연령대를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과 유사한 경향성을 보인다.
혹시 인플루엔자와 코로나로 인한 사망이 제대로 구분되지 않은 것은 아닐까. 독감으로 인한 사망과 코로나로 인한 사망을 구별하려면 코로나가 변이하는 까닭부터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변이의 이유는 무엇인가. 코로나와 같은 RNA 바이러스는 숙주를 빠르게 감염시키고 자신이 생존하기 위해 자주 변이한다. 코로나 변이는 얼마나 빠르게 전파하며, 변이는 감염자의 사망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구글에서 ‘코로나 현황’을 검색했다. 대한민국의 신규확진자의 그래프가 나오면서 ‘신규 확진자, 사망자, 백신접종, 검사’의 4가지 항목이 나온다.
2020년 1월 3일~5월 31일(1구간), 6월 1일~10월 31일(2구간), 2020년 11월 1일~2021년 3월 31일(3구간), 4월 1일~9월 23일(4구간) 등 4개 구간으로 나눴다. 각 구간은 5개월의 같은 기간으로 설정했다.
구간을 넷으로 구분한 것은 그 구간에서 왕 노릇한 우점종 변이 바이러스를 구별하기 위해서다. 1구간은 S, L, V형의 코로나 바이러스고, 2구간은 G614 변이, 즉 ‘이태원 바이러스’다.
3구간이 문제의 구간이다. 감염자도 급증하고 사망자도 크게 늘었다. 그 구간에 대한민국에서 어느 변종이 지배를 했을까. 올 4월 1일부터의 4구간의 시작은 델타가 감염을 빠르게 시작하는 구간이다. 분명한 것은 3구간 때에는 대한민국에서 델타 변이가 거의 없었다. 코로나로 인해 줄어든 독감 환자, 예방접종 플랜 촘촘히 짜야
오늘의 주된 질문인 변종 바이러스가 얼마나 치명적인가. 바이러스는 생존하기 위하여 변이한다고 이미 밝혔다. 생존 방법은 어떠한가. 숙주인 사람에게 빠르게 침입하지만 치명률은 낮게 하는 것이 생존전략이다. 즉 변이가 일어나면 감염력은 높아지는 반면, 치명률은 낮아진다.
‘기간별 사망률’을 보면 1구간 2.36%, 2구간 1.29%, 4구간 0.37%로 새로운 바이러스 변이가 나타남에 따라 구간별 치명률은 낮아졌다. 반면 확진자 수는 1구간을 ‘1’로 정했을 때 2구간은 1.32, 4구간은 16.44로 크게 늘었다.
문제의 3구간은 사망률(1.65%)과 감염률 (6.69)이 모두 높아졌다. 바이러스 변이가 보이는 일반적인 특성에서 벗어난 것이다. 문제의 사망률이 올라간 3구간은 알파나 델타변이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에서 활기치기 전(前) 시기다.
그러면 그 구간에 무엇이 알파로 작용했을까. 코로나19와 독감(인플루엔자)의 동시 유행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방역당국은 인플루엔자 국가예방 접종을 지난해 10월 8일부터 시작했다. 인플루엔자의 예방접종이 3구간의 사망률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 이유다.
코로나19 때문에 거리두기와 방역마스크를 쓰는 상황에서도 겨울 독감이 유행할까. 코로나19 팬데믹이 나쁜 것들을 더 나쁘게 만들었지만 인플루엔자가 발생하지 않는 긍정적인 결과도 가져왔다.
남반구에 속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겨울은 대략 4월부터 8월까지 4개월간 계속된다. 이 기간 전국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겨울철 날씨가 나타난다. 지난해 3월 전염병학자인 셰릴 코헨 남아프리카 국립감염병연구소(NICD·National Institute for Communicable Disease) 박사는 동료들과 함께 이 기간 코로 나19와 독감이 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기 위해 미리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독감이 전혀 유행하지 않았다. 예년에는 이 기간에 평균 1000명가량의 독감 환자가 발생했는데 지난해는 1명만 보고됐다는 것이다. 코헨 박사는 “독감을 찾아볼 수 없는, 이전에 전혀 없었던 현상이 일어났다”면서 “코로나19를 염려해 사람들이 주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호주, 아르헨티나, 칠레 등도 독감 유행이 현저하게 줄었다고 보고했다. 2021년 10월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북반구에 속한 국가들에게 다시 겨울이 다가오기 직전이다. 예년과 같이 독감 유행에 따른 독감 예방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후 사망 신고가 줄을 이으면서 인플루엔자 백신접종의 안전성과 속도 조절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그냥 해마다 사업으로 “무조간 독감예방 접종하세요!” 그렇게 밀어붙일 것인가.
작년 실패의 자료를 꼼꼼히 분석하고 올해 3월부터 우리와 기온이 반대인 남반구에서 인플루엔자 유행이 있었나, 어떻게 진행되었나를 교과서로 삼아 플랜을 정교하게 짜야 한다.
<저자 소개>
배진건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2008년 JW중외제약에서 연구총괄 전무를 지냈고 C&C신약연구소 대표를 역임했다. 한국아브노바 연구소장과 한독 상임고문을 거쳐 현재 이노큐어테라퓨틱스 부사장(Science intelligence advisor)이자 우정바이오 신약 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을 맡고 있다. 국내외 신약 개발 분야의 석학으로, 저서로는 <사람을 살리는 신약개발(Back to BASIC)>이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0월호에 실렸습니다.
코로나와 인플루엔자의 상관관계는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2020~2021년 절기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시작한 이후 수 일 이내에 사망한 것으로 신고된 사례는 2020년 11월 3일 오전 0시까지 총 88명으로 집계됐다. 보건당국은 사망과 백신 접종 간 인과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예방 접종을 일정대로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신고된 사망 사례를 연령대별로 보면 70대 38건, 80대 이상 35건 등으로 70대 이상 고령층이 83%다. 60대는 7건, 60대 미만은 8건이 있다. 사망자 연령대를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과 유사한 경향성을 보인다.
혹시 인플루엔자와 코로나로 인한 사망이 제대로 구분되지 않은 것은 아닐까. 독감으로 인한 사망과 코로나로 인한 사망을 구별하려면 코로나가 변이하는 까닭부터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변이의 이유는 무엇인가. 코로나와 같은 RNA 바이러스는 숙주를 빠르게 감염시키고 자신이 생존하기 위해 자주 변이한다. 코로나 변이는 얼마나 빠르게 전파하며, 변이는 감염자의 사망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구글에서 ‘코로나 현황’을 검색했다. 대한민국의 신규확진자의 그래프가 나오면서 ‘신규 확진자, 사망자, 백신접종, 검사’의 4가지 항목이 나온다.
2020년 1월 3일~5월 31일(1구간), 6월 1일~10월 31일(2구간), 2020년 11월 1일~2021년 3월 31일(3구간), 4월 1일~9월 23일(4구간) 등 4개 구간으로 나눴다. 각 구간은 5개월의 같은 기간으로 설정했다.
구간을 넷으로 구분한 것은 그 구간에서 왕 노릇한 우점종 변이 바이러스를 구별하기 위해서다. 1구간은 S, L, V형의 코로나 바이러스고, 2구간은 G614 변이, 즉 ‘이태원 바이러스’다.
3구간이 문제의 구간이다. 감염자도 급증하고 사망자도 크게 늘었다. 그 구간에 대한민국에서 어느 변종이 지배를 했을까. 올 4월 1일부터의 4구간의 시작은 델타가 감염을 빠르게 시작하는 구간이다. 분명한 것은 3구간 때에는 대한민국에서 델타 변이가 거의 없었다. 코로나로 인해 줄어든 독감 환자, 예방접종 플랜 촘촘히 짜야
오늘의 주된 질문인 변종 바이러스가 얼마나 치명적인가. 바이러스는 생존하기 위하여 변이한다고 이미 밝혔다. 생존 방법은 어떠한가. 숙주인 사람에게 빠르게 침입하지만 치명률은 낮게 하는 것이 생존전략이다. 즉 변이가 일어나면 감염력은 높아지는 반면, 치명률은 낮아진다.
‘기간별 사망률’을 보면 1구간 2.36%, 2구간 1.29%, 4구간 0.37%로 새로운 바이러스 변이가 나타남에 따라 구간별 치명률은 낮아졌다. 반면 확진자 수는 1구간을 ‘1’로 정했을 때 2구간은 1.32, 4구간은 16.44로 크게 늘었다.
문제의 3구간은 사망률(1.65%)과 감염률 (6.69)이 모두 높아졌다. 바이러스 변이가 보이는 일반적인 특성에서 벗어난 것이다. 문제의 사망률이 올라간 3구간은 알파나 델타변이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에서 활기치기 전(前) 시기다.
그러면 그 구간에 무엇이 알파로 작용했을까. 코로나19와 독감(인플루엔자)의 동시 유행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방역당국은 인플루엔자 국가예방 접종을 지난해 10월 8일부터 시작했다. 인플루엔자의 예방접종이 3구간의 사망률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 이유다.
코로나19 때문에 거리두기와 방역마스크를 쓰는 상황에서도 겨울 독감이 유행할까. 코로나19 팬데믹이 나쁜 것들을 더 나쁘게 만들었지만 인플루엔자가 발생하지 않는 긍정적인 결과도 가져왔다.
남반구에 속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겨울은 대략 4월부터 8월까지 4개월간 계속된다. 이 기간 전국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겨울철 날씨가 나타난다. 지난해 3월 전염병학자인 셰릴 코헨 남아프리카 국립감염병연구소(NICD·National Institute for Communicable Disease) 박사는 동료들과 함께 이 기간 코로 나19와 독감이 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기 위해 미리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독감이 전혀 유행하지 않았다. 예년에는 이 기간에 평균 1000명가량의 독감 환자가 발생했는데 지난해는 1명만 보고됐다는 것이다. 코헨 박사는 “독감을 찾아볼 수 없는, 이전에 전혀 없었던 현상이 일어났다”면서 “코로나19를 염려해 사람들이 주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호주, 아르헨티나, 칠레 등도 독감 유행이 현저하게 줄었다고 보고했다. 2021년 10월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북반구에 속한 국가들에게 다시 겨울이 다가오기 직전이다. 예년과 같이 독감 유행에 따른 독감 예방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후 사망 신고가 줄을 이으면서 인플루엔자 백신접종의 안전성과 속도 조절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그냥 해마다 사업으로 “무조간 독감예방 접종하세요!” 그렇게 밀어붙일 것인가.
작년 실패의 자료를 꼼꼼히 분석하고 올해 3월부터 우리와 기온이 반대인 남반구에서 인플루엔자 유행이 있었나, 어떻게 진행되었나를 교과서로 삼아 플랜을 정교하게 짜야 한다.
<저자 소개>
배진건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2008년 JW중외제약에서 연구총괄 전무를 지냈고 C&C신약연구소 대표를 역임했다. 한국아브노바 연구소장과 한독 상임고문을 거쳐 현재 이노큐어테라퓨틱스 부사장(Science intelligence advisor)이자 우정바이오 신약 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을 맡고 있다. 국내외 신약 개발 분야의 석학으로, 저서로는 <사람을 살리는 신약개발(Back to BASIC)>이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0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