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검증은 과거에는 단순히 검토 수준으로 수행됐다. 하지만 2017년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부감사법) 개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감사의견’을 받아야 하도록 변경됐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왜 감사를 받게 된 것인지, 제도가 도입된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기업이 경영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설치·운영하는 내부통제제도의 일부분이다.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작성·공시되는 회계정보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기업내부에 설치하는 회계통제시스템을 말한다.

지난해에는 자산 5000억 원 이상인 회사들이 강화된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적용받았다. 2022년도에는 자산 1000억 원 이상의 상장사, 2023년도에는 상장사 전체로 감사 대상이 확대된다. 규모가 작은 회사에 유예기간을 주는 이유는 감사의견으로의 변화가 시스템, 조직, 프로세스 전반에 걸친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2020년도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의견 점검을 점검한 결과, 자산 5000억 원 이상인 상장사 전체 413개 회사 중 408개 회사는 모두 적정의견을 받았다. 부적정 의견 4곳, 의견 거절 1곳을 제외한 중대형 회사들은 바뀐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계기가 된 분식회계

국내 내부회계관리제도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사베인스·옥슬리법(SOX·Sarbanes-Oxley Act)은 엔론 등 대형 회계 분식 사건으로 인해 2004년 시행됐다. 당시 약 1000억 달러의 매출을 공시했던 엔론은 매출 규모로 미국 7위의 대기업이었다. 하지만 사실상 매출은 63억 달러에 불과했다. 이 사실이 밝혀진 후, 회사는 파산했다. 주모자가 24년 실형을 받은 대형 분식회계 사건이다.

엔론 사태를 비롯한 분식회계 사건 이후 미국 금융당국은 단순히 결과물을 감사하는 것으로는 분식회계를 막을 수 없다고 봤다. 재무제표 작성 과정부터 감사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게 되었다.

국내의 내부회계관리제도 도입 취지와 배경은 미국과 매우 유사하다. 2017년 10월 개정된 외부감사법에 의해 검토 의견에서 감사 의견으로 인증절차가 강화됐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는 경제 전반은 물론 회계업계에도 매우 충격적이었던 사건이다. 당시 담당 회계사는 처음으로 실형 선고를 받았다. 비단 대우조선해양 사건뿐 아니라 대우건설, STX조선해양, 저축은행 등 규모가 큰 분식회계들로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회계 개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상태에서 발표된 내용은 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개정 주요 내용은 내외부 감시 기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외부감사 대상 확대, 내부회계관리제도 실효성 및 인증 강화, 감사위원회 권한 및 책임 강화, 상장회사 등에 대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등이다. 현재까지 외부감사와 관련해 겪고 있는 변화들이 모두 이때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2005년부터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감사인의 검토 업무가 수행되고 있었다. 다만 실제로 외부감사인의 검토 업무는 회사의 내부통제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직접 검증하는 것이 아니었다. 회사가 자체적으로 내부통제들을 평가하고 작성한 운영실태보고서는 간접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도록 되어 있어 중대한 문제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았다. 외부의 직접적인 감시나 무거운 책임 없이 자체적으로 통제절차들을 평가하고 감시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결재라인 등 재무제표 감사 과정까지 검증

외부감사법 개정으로 인해 대표이사는 직접 이사회 및 감사, 주주총회까지 내부통제 자체 점검결과를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대표의 보고를 받은 감사는 해당 내용을 평가해 이사회에 대면보고하고, 내부회계관리제도의 미비점에 대하여는 외부감사인과 커뮤니케이션한 내용을 감사보고서에 첨부해 공시하도록 했다. 등기임원인 대표이사와 감사에게 구체적인 업무를 명시해 책임을 높였다.

세부 계정별로는 외부감사인이 직접 계정 수준까지 통제절차를 검증하게 되면서 재무제표 감사와는 다른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기존에는 외부감사인의 수정사항을 회사가 받아들이기만 하면 재무제표 적정 의견을 받는 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수정사항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해 내부회계관리제도를 확인해야 한다.

실제로 2020년도 내부회계관리제도 의견을 부적정으로 받은 5개 기업 중 3곳은 재무제표 감사는 적정의견이었다. 재무제표 감사 결과만 적정이면 되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예를 들어 유동성 분류 오기로 비유동부채 일부가 유동부채로 표기되지 않은 것에 대해 지적사항이 나오면 이전에는 결과만 고치면 됐지만 이제는 계정 재분류에 대한 시스템의 문제인지, 결재라인 상에 검증 절차는 제대로 작동이 되었는지 등 과정까지 검증받는다.

외감법 개정 이후 회계투명성 평가 순위 ↑

제도 변경으로 인해 회계, 공시, 보고, 평가, 감시 등 내부 업무는 증가하고 있다. 또한 감사비용에 자문비 등 외부 전문가에게 지불하는 비용까지 같이 증가하고 있어 실제로 기업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적용에 어려움이 있음을 감안해 규모에 따른 단계적 적용을 하고 있다. 10년 이상 제도를 유지한 미국은 내부통제에 대한 비적정 의견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등 제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도 외감법 개정 이후 회계투명성 평가에서 2018년 62위까지 내려갔던 순위가 2020년 46위로 상승하며 효과를 보고 있다. 전체 시장의 회계 투명도가 증가하는 점은 분명 큰 틀에서 모든 기업에 이익이 될 것이다. 개별 기업의 투명한 운영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저자 소개>

김봉수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삼일회계법인, PWC 컨설팅을 거쳐 현재 안세회계법인 상무로 재직 중이다. 법원 특수분야 감정인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주로 바이오 기업의 회계를 담당하고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0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