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 분석] 코로나19 ‘게임 체인저’ 등장, 시장 지형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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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머크(MSD)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Molnupiravir)’의 긴급사용승인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청했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이끌 ‘게임 체인저’가 등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택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관심은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MSD는 10월 1일(현지시간) 코로나19 경증 및 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임상 3상 중간결과, 중증 악화 위험이 50% 감소했다고 밝혔다. 1550명 대상 3상에서 775명을 분석한 결과다.
감염된 지 5일이 지나지 않은 성인 코로나19 환자 385명에게는 몰누피라비르를, 377명에게는 가짜약을 투약했다. 몰누피라비르 투여군의 29일 내 입원 및 사망률은 7.3%(28명)로 가짜약 투여군 14.1%(53명) 대비 절반 수준이었다. 몰누피라비르 투여군에서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 가짜약군에서는 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만 60세 이상과 비만, 당뇨, 심장병 환자도 포함된 결과다.
MSD는 감마·델타·뮤 변이에서도 일관적인 데이터가 나왔다고 했다. 약물 관련 부작용은 몰누피라비르 복용군 및 가짜약군에서 각각 12%와 11%로 큰 차이가 없었다. 부작용으로 임상을 중단한 비율은 몰누피라비르 투약군이 1.3%, 가짜약군이 3.4%였다.
몰누피라비르의 공동 개발사인 MSD와 리지백바이오테라퓨틱스는 이날 3상 환자모집이 조기에 중단됐다고 했다. 긍정적인 중간분석 결과에 따라 효능을 충분히 입증해 조기 종료해도 좋다는 독립적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와 FDA의 권고를 받아들인 것이다.
환자모집 중단 시점에 MSD는 글로벌 3상 전체 환자의 90% 이상을 등록했다. MSD는 중간 결과를 발표한 지 열흘 만인 10월 11일 FDA에 몰누피라비르의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했다. 이르면 연내 승인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몰누피라비르는 경증에 사용할 수 있는 경구용 치료제라는 점에서 코로나19의 재택치료를 가능하게 한다. 병원 포화를 막고 병상 확보를 가능하게 해 미국 정부는 신속히 긴급사용승인을 할 것이란 관측이다. 승인이 이뤄지면 몰누피라비르는 세계 최초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가 된다.
미충족 수요 채울 경구용 치료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몸속에 침입한 뒤 세포 안으로 진입을 시도한다. 세포에 들어가면 세포 안에서 증식해 밖으로 빠져나온다. 이후 다시 다른 세포로의 진입을 반복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면역반응이 시작되고 코로나19 관련 증상이 나타난다.
코로나19 치료제들은 각 과정을 막는 방법으로 감염 및 증상을 억제하고자 한다. 바이러스의 세포 내 진입을 막거나, 세포 내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거나, 과도한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것이다.
바이러스의 세포 진입을 막는 대표적인 의약품이 백신과 항체치료제다. 백신은 면역세포들에 바이러스를 미리 학습시켜, 체내 침입 시 공격하게 만든다. 항체치료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 진입에 사용하는 표면 단백질에 먼저 결합해 세포 진입을 무력화시킨다.
다만 항체치료제는 결합하는 표면 단백질에 변이가 일어날 경우, 효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항체치료제에서 변이에 대한 효능이 중요시되는 이유다. 또 정맥주사제이기 때문에 병원에 가서 전문 의료진을 통해 투여받아야 한다. 가격도 비싸다.
바이러스의 세포 내 증식을 막는 항바이러스제로는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가 있다. 이 역시 정맥주사제고, 효능에 대한 논란이 지속 중이다.
악템라와 올루미언트는 류머티즘 관절염에서 코로나19로 적응증을 확대한 의약품이다. 과다 면역에 의한 염증 반응을 억제한다. 항바이러스제인 몰누피라비르는 기존에는 없었던 중증 악화를 막아주는 경구용 치료제란 점에서 위드 코로나를 앞당길 의약품으로 평가받는다. 코로나19를 백신으로 예방하고, 경구용 치료제로 입원 및 사망을 줄여 일상생활 복귀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백신·주사형 치료제 개발사 ‘울상’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의 출현 가시화에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엇갈렸다. 글로벌 3상 중간결과를 발표한 10월 1일, MSD의 주가는 8.4% 급등했다. 시가총액 증가분만 160억 달러(약 19조 원)에 달했다. MSD의 시총은 2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경구용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은 아테아파마슈티컬스의 주가로도 옮겨가 19% 상승을 이끌었다. 반면 리제네론과 비어바이오테크놀로지 등 주사형 항체치료제 개발사의 주가는 각각 5.7%와 21.1% 급락했다. 모더나, 바이오엔텍, 노바백스 등 백신 기업의 주가도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항체치료제는 경구용의 싼 가격 및 복용 편의성, 백신은 새로운 예방·치료 요법에 의해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근희 삼성증권 헬스케어팀장은 “몰누피라비르는 항체치료제 대비 저렴해 의료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며 “백신에 비해서는 비싸 정부 입장에서는 의료 재정의 안정적 배분을 목표로, 백신 접종을 권고하면서 중증을 예방하는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부작용 우려로 백신 접종을 피했던 사람들에게 경구용 치료제의 등장은 접종을 거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봤다.
미국 정부는 지난 6월 몰누피라비르 170만 명 치료분을 12억 달러에 선구매했다. 약가는 1명당 700달러(약 83만 원) 수준이다. MSD는 각 국가의 소득수준에 맞춰 몰누피라비르의 공급가를 다르게 책정할 계획이다. 코로나19 백신의 2회 접종비용은 60달러 내외로 추산된다.
MSD에 이어 화이자도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PF-07321332’의 임상 2·3상에 들어갔다. 올가을 결과를 내놓고, 연내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목표하고 있다. 로슈도 연내 경구용 치료제 ‘AT-527’의 2상이나 3상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관심은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제프리스앤코는 효과적이고 복용이 편한 코로나19 치료제의 연매출은 100억 달러(약 12조 원)에 달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국내에서는 대웅제약과 신풍제약이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의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임상 2상에서 효능의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 실패하는 등 개발이 순조롭지 못하다. 또 다국적 제약사의 경구용 치료제가 먼저 출시된다면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다.
MSD는 투여 시작 이후 긍정적인 임상 3상 결과를 얻는 데 10개월이 걸렸다.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긴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시장 선점 의약품이 나온다면 후발주자들의 입지도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민수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0월호에 실렸습니다.
감염된 지 5일이 지나지 않은 성인 코로나19 환자 385명에게는 몰누피라비르를, 377명에게는 가짜약을 투약했다. 몰누피라비르 투여군의 29일 내 입원 및 사망률은 7.3%(28명)로 가짜약 투여군 14.1%(53명) 대비 절반 수준이었다. 몰누피라비르 투여군에서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 가짜약군에서는 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만 60세 이상과 비만, 당뇨, 심장병 환자도 포함된 결과다.
MSD는 감마·델타·뮤 변이에서도 일관적인 데이터가 나왔다고 했다. 약물 관련 부작용은 몰누피라비르 복용군 및 가짜약군에서 각각 12%와 11%로 큰 차이가 없었다. 부작용으로 임상을 중단한 비율은 몰누피라비르 투약군이 1.3%, 가짜약군이 3.4%였다.
몰누피라비르의 공동 개발사인 MSD와 리지백바이오테라퓨틱스는 이날 3상 환자모집이 조기에 중단됐다고 했다. 긍정적인 중간분석 결과에 따라 효능을 충분히 입증해 조기 종료해도 좋다는 독립적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와 FDA의 권고를 받아들인 것이다.
환자모집 중단 시점에 MSD는 글로벌 3상 전체 환자의 90% 이상을 등록했다. MSD는 중간 결과를 발표한 지 열흘 만인 10월 11일 FDA에 몰누피라비르의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했다. 이르면 연내 승인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몰누피라비르는 경증에 사용할 수 있는 경구용 치료제라는 점에서 코로나19의 재택치료를 가능하게 한다. 병원 포화를 막고 병상 확보를 가능하게 해 미국 정부는 신속히 긴급사용승인을 할 것이란 관측이다. 승인이 이뤄지면 몰누피라비르는 세계 최초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가 된다.
미충족 수요 채울 경구용 치료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몸속에 침입한 뒤 세포 안으로 진입을 시도한다. 세포에 들어가면 세포 안에서 증식해 밖으로 빠져나온다. 이후 다시 다른 세포로의 진입을 반복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면역반응이 시작되고 코로나19 관련 증상이 나타난다.
코로나19 치료제들은 각 과정을 막는 방법으로 감염 및 증상을 억제하고자 한다. 바이러스의 세포 내 진입을 막거나, 세포 내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거나, 과도한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것이다.
바이러스의 세포 진입을 막는 대표적인 의약품이 백신과 항체치료제다. 백신은 면역세포들에 바이러스를 미리 학습시켜, 체내 침입 시 공격하게 만든다. 항체치료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 진입에 사용하는 표면 단백질에 먼저 결합해 세포 진입을 무력화시킨다.
다만 항체치료제는 결합하는 표면 단백질에 변이가 일어날 경우, 효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항체치료제에서 변이에 대한 효능이 중요시되는 이유다. 또 정맥주사제이기 때문에 병원에 가서 전문 의료진을 통해 투여받아야 한다. 가격도 비싸다.
바이러스의 세포 내 증식을 막는 항바이러스제로는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가 있다. 이 역시 정맥주사제고, 효능에 대한 논란이 지속 중이다.
악템라와 올루미언트는 류머티즘 관절염에서 코로나19로 적응증을 확대한 의약품이다. 과다 면역에 의한 염증 반응을 억제한다. 항바이러스제인 몰누피라비르는 기존에는 없었던 중증 악화를 막아주는 경구용 치료제란 점에서 위드 코로나를 앞당길 의약품으로 평가받는다. 코로나19를 백신으로 예방하고, 경구용 치료제로 입원 및 사망을 줄여 일상생활 복귀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백신·주사형 치료제 개발사 ‘울상’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의 출현 가시화에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엇갈렸다. 글로벌 3상 중간결과를 발표한 10월 1일, MSD의 주가는 8.4% 급등했다. 시가총액 증가분만 160억 달러(약 19조 원)에 달했다. MSD의 시총은 2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경구용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은 아테아파마슈티컬스의 주가로도 옮겨가 19% 상승을 이끌었다. 반면 리제네론과 비어바이오테크놀로지 등 주사형 항체치료제 개발사의 주가는 각각 5.7%와 21.1% 급락했다. 모더나, 바이오엔텍, 노바백스 등 백신 기업의 주가도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항체치료제는 경구용의 싼 가격 및 복용 편의성, 백신은 새로운 예방·치료 요법에 의해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근희 삼성증권 헬스케어팀장은 “몰누피라비르는 항체치료제 대비 저렴해 의료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며 “백신에 비해서는 비싸 정부 입장에서는 의료 재정의 안정적 배분을 목표로, 백신 접종을 권고하면서 중증을 예방하는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부작용 우려로 백신 접종을 피했던 사람들에게 경구용 치료제의 등장은 접종을 거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봤다.
미국 정부는 지난 6월 몰누피라비르 170만 명 치료분을 12억 달러에 선구매했다. 약가는 1명당 700달러(약 83만 원) 수준이다. MSD는 각 국가의 소득수준에 맞춰 몰누피라비르의 공급가를 다르게 책정할 계획이다. 코로나19 백신의 2회 접종비용은 60달러 내외로 추산된다.
MSD에 이어 화이자도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PF-07321332’의 임상 2·3상에 들어갔다. 올가을 결과를 내놓고, 연내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목표하고 있다. 로슈도 연내 경구용 치료제 ‘AT-527’의 2상이나 3상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관심은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제프리스앤코는 효과적이고 복용이 편한 코로나19 치료제의 연매출은 100억 달러(약 12조 원)에 달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국내에서는 대웅제약과 신풍제약이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의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임상 2상에서 효능의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 실패하는 등 개발이 순조롭지 못하다. 또 다국적 제약사의 경구용 치료제가 먼저 출시된다면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다.
MSD는 투여 시작 이후 긍정적인 임상 3상 결과를 얻는 데 10개월이 걸렸다.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긴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시장 선점 의약품이 나온다면 후발주자들의 입지도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민수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0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