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젠엑스는 2008년에 설립된 네덜란드 신약 개발 전문기업이다. 주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신약은 곧 허가를 앞둔 FcRn(neonatal Fc receptor) 억제제 ‘에프가티지모드’다. 2014년 유로넥스트에 상장한 후 2017년 나스닥에 이중으로 상장했다. 2017년 에프가티지모드의 중증근무력증 임상 2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아르젠엑스는 항체 엔지니어링에 강점이 있다. 자체 임상 중인 물질 3개와 기술이전을 체결한 물질 4개를 보유하고 있다. 기술이전 물질 중 규모가 가장 컸던 계약은 CD70 항체인 쿠사투주맙(Cusatuzumab)이다. 2019년 얀센에 3억 달러의 계약금 및 2억 달러 지분 투자와 더불어 최대 13억 달러 규모로 라이선스 아웃했다. 하지만 올해 시장성에 대한 우려로 반환된 상태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의 새로운 기전 Anti-FcRn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에서 Anti-FcRn 기전이 주목받고 있다. FcRn은 세포 안에서 IgG 재활용에 관여하는 수용체다. 주로 내피세포에 많이 존재한다. 세포 내로 들어온 IgG는 FcRn과 결합하면 리소좀에 분해되지 않고 세포 밖으로 방출된다. FcRn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치료제는 IgG가 FcRn과 결합하지 못하게 만든다.

결합하지 못한 FcRn은 리소좀에 분해돼 혈중 IgG 농도가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병인성 자가항체가 원인인 자가면역질환의 경우 FcRn 저해제로 치료가 가능하다. 혈중 IgG 레벨을 낮춰 효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기전을 가진 자가면역질환의 종류는 다양하기 때문에 FcRn 저해제는 적응증 확장성이 높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후보 에프가티지모드

FcRn 저해제에서 ‘퍼스트 인 클래스(혁신신약)’는 아르젠엑스의 에프가티지모드가 차지할 전망이다. 에프가티지모드는 인간 IgG1 유래 항체의 Fc 부위에 ABDEG 돌연변이 엔지니어링을 추가해 FcRn에 대한 결합력을 향상시킨 물질이다. 다른 경쟁사가 항체 자체를 이용하는 것에 비해 차별화된 전략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Fab 부분이 없는 Fc 분절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알부민 수치 감소가 보고되지 않았다. 경쟁사의 항체는 일반적인 항체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론상 FcRn 결합시 알부민 결합을 방해할 수 있다.

개발 단계가 가장 빠른 적응증은 전신중증근무력증(gMG)으로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에 허가 신청된 상태다. PDUFA 날짜(FDA가 신약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기한)는 2021년 12월 17일로 정해졌다. 전신중증근무력증은 증상이 심한 환자의 경우 가격이 높은 솔리리스나 면역글로불린 정맥주사로 치료하기 때문에 대안 치료법에 대한 수요가 높은 질환이다.

에프가티지모드는 임상 2상에서 우수한 IgG 레벨 감소능을 나타냈다. 임상 3상에서는 아세틸콜린수용체 항체 양성·음성 환자군에서 모두 대조군 대비 임상 평가지표(MG-ADL) 점수 개선이 확연했다. 또한 투여 후 빠른 약물 효능을 나타냈으며, 지속성과 안전성을 다시 증명했다. 3상의 긍정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허가가 기대되며, 허가된다면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보유한 자가면역질환 시장의 새로운 강자가 될 전망이다. 이번 허가로 Anti-FcRn 기전의 효능을 입증한 후 관련 적응증 확장을 통한 시장성 확대가 기대된다. 이미 전신중증근무력증 외에 혈소판 감소증(ITP), 천포창(PV), 만성 탈수초성 신경병증(CIDP) 3가지 적응증에 대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올해 7월 발표한 5, 6번째 적응증인 유천포창(BP)과 특발성 염증성 근육병증의 임상도 연말부터 개시될 예정이다.

제형 변경과 희귀면역질환 후속 물질로 성장동력 확보

적응증 확장뿐만 아니라 제형 변경을 통한 경쟁력 확보도 진행 중이다. 자가면역질환은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지속적인 처방에는 투약 편의성이 중요하며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IV제형보다는 자가 투여가 가능한 SC제형이 선호된다. 후발주자인 이뮤노반트의 IMT-1401이 개발 단계는 늦지만 경쟁력을 보여주는 이유 중 하나가 SC제형이기 때문이다.

아르젠엑스도 2019년 SC제형 변경 플랫폼을 보유한 할로자임과 계약을 체결해 SC제형 개발을 시작했다. FcRn 항체에 대한 독점 권리와 총 3가지 물질에 대한 SC제형 개발 권리를 확보했다. 현재 에프가티지모드의 4가지 적응증에 대해 개발 중 SC제형 임상을 추가하는 공격적인 투자를 선택했다.

올해 발표된 5, 6번째 적응증 역시 SC제형으로 개발 진행 중이다. 중증근무력증과 혈소판감소증 SC제형 임상 톱라인은 2022년 상반기 발표가 예상된다.

후속 파이프라인 중에는 C2(보체의 한 종류)를 타깃하는 ARGX-117의 후기 임상 진입이 기대된다. 대표적인 보체 억제제는 C5를 타깃하는 알렉시온(아스트라제네카에 인수)의 솔리리스와 울토미리스가 있다. C2를 막으면 Classical pathway와 Lectin pathway에서의 C3전환효소(C4b2a) 생성을 억제해 C3 활성화를 막아 면역반응 억제가 가능하다. 임상 1상에서 내약성을 확인했으며, 면역 억제로 인한 감염 증가를 나타내지 않아 안전성 또한 확보했다. 우수한 반감기와 함께 free-C2 레벨을 지속적으로 감소시켜 기전을 입증했다.

다초점성 운동신경병증에 대한 임상 2상을 연말에 개시할 예정이다. 해당 적응증 치료법은 면역글로불린 정맥투여나 면역억제제 치료가 전부로, 미충족 수요가 높아 시장성이 기대된다.
추가적으로 신장 관련 자가면역질환 대상으로도 임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퍼스트 인 클래스’ C2 억제제 ARGX-117 개발을 통한 아르젠엑스의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해본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0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