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 MARKET] 다국적 제약사 발 빼는 항생제 시장, 바이오텍에겐 기회의 땅
항생제 오남용과 그로 인한 내성 문제는 의료 시장의 심각한 문제로 여겨진다. 광범위한 항생제 사용으로 다수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슈퍼박테리아 출현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균 감염용 신약 부족이 전세계 공중 보건에 대한 심각한 위협임을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또한 2019년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항생제 내성균 감염 환자는 연간 280만 명이 넘으며 이 중 3만5000명 이상의 항생제 내성 환자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41년 페니실린이 임상에서 놀라운 효능을 증명한 이후 항생제가 본격적으로 의료 현장에 적용됐다.

1960년대까지 최대 14개에 달하는 새로운 항생제 기전이 개발됐으며 현재까지 100여개 이상의 항생제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됐다. 1970~1980년대는 항생제 신약 개발이 정점에 달했던 시기로 꼽히는데 1980년대에는 약 30개 이상의 항생제 신약이 등장하기도 한다.

수지가 안 맞는 항생제 신약?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항생제 신약 개발 속도는 점차 느려지고 있다. 1960년대에는 매년 2.9개의 항생제 신약이 FDA 신약 승인을 받았으나 2000년대에는 매년 1.6개 정도로 줄어든 상황이다.

2020년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대형 제약사들이 항생제 신약 개발을 꺼리는 이유로 항생제 개발의 상업성이 구조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꼽고 있다. 항생제 개발의 상업성은 치료제 가격(P), 판매량(Q), 개발 비용(C) 등 3가지 측면에서 다른 적응증 대비 열위에 있다는 것이다.

우선 의약품 가격을 관리하는 각국 정부는 긴급성 측면에서 항생제 신약의 프리미엄을 높게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의료진은 내성균 등장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항생제 신약 처방을 서두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각국 규제기관들의 정책도 항생제 처방 주기를 비교적 짧게 관리하면서 항생제 오남용 문제를 완화하고자 노력한다. 항생제 처방량이 증가하는 것을 지향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고가의 항암제나 반복적인 처방이 가능한 만성질환 치료제 대비 항생제의 수익성이 열위에 놓이는 배경이 된다.

마지막으로 항생제는 1950년대 이후 이미 다양한 기전 개발이 완료된 상황으로 새로운 항생제 개발 비용은 제약사에게 큰 부담이 된다. 2017년 국제학술지 <건강정책(Healthy Policy)> 논문에 따르면 항생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약 15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나 연간 항생제 평균 매출은 460만 달러에 그친다고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2018년 이후 등장한 항생제 신약의 효능과 상업적 결과가 그리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2018년 6월 FDA로부터 승인을 받은 복잡성 요로감염 항생제 신약 ‘젬드리’를 개발한 아차오젠은 상업성 부족에 직면하여 승인 1년 뒤인 2019년 파산 신청을 했다. 또한 2018년 8월 승인을 받은 테트리사이클린계 항생제인 ‘제라바(Xerava)’의 2021년 상반기 매출이 430만 달러에 그쳤고 이를 개발한 라호야파마슈티컬의 시가총액도 1억1000만 달러 내외에 불과하다.

또한 2018년 세이사라, 뉴지라 등 FDA로부터 승인받은 항생제 신약을 2개나 개발한 파라텍파마슈티컬스의 시가총액 역시 2억2000만 달러 내외에 불과하다.

또한 2018년 11월 앰콜로를 개발한 코스모파마슈티컬스 역시 앰콜로의 2020년 매출은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심지어 2019년 8월 FDA로부터 승인받은 젠라타를 개발한 나브리바테라퓨틱스의 시가총액은 6100만 달러에 불과하다. 또한 MSD가 인수한 큐비스트파마슈티컬스의 2019년 매출도 인수 당시인 2014년 대비 25% 수준으로 축소되기도 했다.

이처럼 항생제 사업의 낮은 시장성은 많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항생제 연구를 중단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2016년에는 아스트라제네카가, 2018년에는 노바티스와 사노피 등이 항생제 사업부를 사실상 축소·철수 결정을 내린 바 있으며 현재 4개 정도의 글로벌 제약사만이 항생제 연구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기전의 바이오텍 파이프라인 대거 등장

최근에는 이러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항생제 개발 공백이 바이오텍들에 의해 채워지고 있다. 이는 바이오텍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개발 중인 50여 개 항생제 신약 파이프라인 중 다수가 여전히 소규모의 바이오텍에 의해 개발되고 있다. 50여 개 항생제 신약 임상 파이프라인 중 19개 후보물질이 그람음성균용 항생제이며 이 중 15개가 가장 시급한 카바페넴 내성균을 목표로 한다.

이런 바이오텍들의 연구 방향은 WHO가 2017년 공개한 항생제 신약 개발이 시급한 세균 목록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WHO는 가장 위험한 세균으로 카바페넴 내성 그람음성균을 꼽았다. 카바페넴 항생제에 내성을 나타낼 경우 다른 항생제에도 동시에 내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반코마이신 내성 엔테로코커스 페칼리스,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 항생제 등도 개발의 필요성이 높은 세균들이다.

국내에서는 인트론바이오, 레고켐바이오, 크리스탈지노믹스 등이 항생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인트론바이오는 MRSA 타깃의 항생제 신약 ‘SAL200’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SAL200은 세균의 증식을 막는 것이 아니라 항생제가 직접 세균을 공격하는 기전으로 개발되어 내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SAL200은 2020년 국내 임상 2a상을 종료했으며 SAL200을 기술 도입한 로이반트는 2021년 하반기 미국 2b상 IND를 신청할 예정이다.

델파졸리드를 개발 중인 레고켐바이오 역시 2021년 8월 MRSA 균혈증 환자 대상으로 반코마이신, 델파졸리드 병용요법으로 국내 2a상에 진입했다. 또한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지난 2020년 7월 MRSA 항생제 신약인 CG-549의 제형을 바꿔 네덜란드에서 임상 1상을 성공적으로 완료했음을 밝혔다. 결론적으로 국내 3개사 모두 WHO에서도 인정한 개발이 시급한 균 타깃의 항생제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제내성균을 이겨낼 수 있는 항생제 개발의 필요성은 많은 의료계 종사자가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위에서 언급한 항생제 개발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나섰다. 특히 미국 FDA에서는 ①감염질환제품인증(QIDP) 승인을 받은 항생제의 특허기간을 5년 연장하는 혜택을 부여했으며 ②환자 수 제한성 항균제 심사절차(LPAD)를 통해 항생제 품목허가 기준을 보다 유연하게 가져가고 있다.

동시에 제약사도 AI 디스커버리 모델을 적용하는 등 새로운 임상 기간과 비용을 줄이기를 요구받고 있다. 결론적으로 지금은 슈퍼박테리아와의 전쟁에서 정부, 산업, 학계 모두의 지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자 소개>

[Issue - MARKET] 다국적 제약사 발 빼는 항생제 시장, 바이오텍에겐 기회의 땅
김정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를 거쳐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의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다양한 국내 바이오 기업의 동향을 파악하고 관련 리포트를 발표하고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0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