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프라이즈 "AI 기반 무인상점 내년 상용화"
26㎡(8평) 남짓한 공간에 들어서자, 각종 과자가 가득한 매대가 눈에 띈다. 안면인식 기기를 지나선 이용자들이 과자를 집어 들면 천장에 설치된 카메라 10대가 바쁘게 데이터를 취합한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경기 판교 본사에 구현한 인공지능(AI) 기반 무인상점 모습이다. 여기엔 사람이 없다. 매대에 설치된 감지 센서와 카메라가 사람 역할을 대신한다.

무인상점 프로젝트를 지휘한 신종주 카카오엔터프라이즈 AI랩 이사(사진)는 “내년도 상용화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 이사는 AI랩 내부 이미지인식 기술 조직 ‘비전팀’을 이끌고 있다.

비전팀이 만들어낸 무인상점은 ‘관절 트래킹’ 기술이 핵심이다. 설치된 카메라에 이용자들이 비치면, AI가 이를 14개의 관절 단위로 쪼개 움직임을 파악한다. 2019년 말부터 기술 개발에 착수해 지난해 8월 프로토타입을 처음 완성했다. 최근까지는 이미지 인식 정확도 개선에 주력해왔는데, 약 1년 만에 추적 성공률이 88.5%에 달해 상용화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학습 데이터는 전사 직원을 동원했다. 약 900명의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직원 중 80%를 대상으로 동의서를 직접 받아 출입문에 이미지 센서를 달고 AI 모델을 학습시킬 데이터를 구했다. 프로토타입을 고도화할 때는 “방문을 부탁드린다”는 사내 방송까지 했다. 카메라 동조율을 맞추는 것도 관건이었다. 신 이사는 “카메라들이 모아오는 이용자 데이터들을 한 사람분으로 합쳐 재구성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카메라 장비 업체들의 조력은 큰 도움이 됐다.

신 이사는 무인상점을 “비전 AI 기술의 집약체”로 표현했다. 이용자가 상점 입구로 들어와서, 물건을 들고 결제하는 전 과정에 고도의 기술들이 녹아들기 때문이다. 그만큼 유통업계에 예상되는 파급력도 크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내년도 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편의점 업체들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구축 비용 문제는 장비 업체들과의 논의를 통해 보다 저렴한 구조를 짤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신 이사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무인상점 기술의 특징은 일반 카메라로도 3차원 공간 이미지를 재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전용 장비가 필요 없어 가격 경쟁력이 뛰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