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영임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초빙교수는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를 해본 이용자 12명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게임 이용자와 캐릭터 간의 관계에 따라 게임 만족도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최근 밝혀냈습니다. 관련 논문은 지난달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즈 인 사이컬러지’에 실렸습니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의 발레리 에르브(Valérie Erb) 석사과정 학생과 이세연 박사후연구원이 각각 제1, 제2 저자로 참여했습니다. 한국, 스위스, 미국, 필리핀, 에콰도르 등 다양한 국적의 게임 이용자의 반응을 분석했습니다.
2013년 미국 게임 개발사 너티독이 만든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The Last of Us)’는 게임 이용자와 게임 비평가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동충하초 변이균이 퍼져 감염병에 걸린 인간들이 좀비처럼 변하고 파괴된 도시를 배경으로 한 게임입니다. 어린 딸을 잃고 밀수꾼으로 사는 주인공 조엘이 주인공입니다. 게임 이용자는 주로 조엘이라는 캐릭터를 이용해 게임을 따라갑니다. 게임은 조엘은 감염병에 면역력을 가진 소녀 엘리를 특정 장소로 데려다주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는 후속작입니다. 출시 전부터 수많은 게임 애호가들이 출시만 기다린 게임입니다. 하지만 출시 이후 이용자의 반응 극단적으로 갈렸습니다. 게임 내용 때문입니다. 애비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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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비는 1편에서 조엘이 엘리를 살리기 위해 죽여야 했던 의사의 딸입니다. 애비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조엘을 죽입니다. 이후 게임 이용자는 애비를 조정해야 합니다. 주인공을 죽인 인물로 게임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수많은 이용자들은 당황했습니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에 대한 평가는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보여줬다는 의견과 게임 이용자를 희롱하는 끔찍한 내용이라는 혹평이 맞섰습니다.
연구진은 게임 이용자와 캐릭터와 관계를 맺는 방식이 차이에 따라 반응이 나타날 것으로 생각하고 분석에 나섰습니다. 연구진은 연구 참가자들에게 각 캐릭터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자신과 각 캐릭터와의 관계는 어땠는지, 게임을 플레이하며 캐릭터에 대한 생각이 변했는지 등의 질문을 했습니다. 연구진은 게임 이용자와 게임 캐릭터의 관계에서 중요한 심리적인 요인 세 가지를 밝혀냈습니다. 첫 번째는 ‘강제적인 캐릭터 전환에 대한 관용성’입니다. 이는 컨트롤하는 게임 캐릭터가 강제로 다른 캐릭터로 전환되었을 때의 저항감의 정도 차이를 뜻합니다.
게임 이야기 전개상 적대적 캐릭터인 애비를 이용해야 했을 때 대부분의 게이머는 처음에 저항감을 가졌습니다. 게임에 불만족한 플레이어는 게임이 끝날 때까지 저항감을 유지했습니다. 컨트롤하는 캐릭터가 강제적으로 바뀐 것에 대해 게임 이용자로서 권한을 빼앗겼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면 게임을 만족한 플레이어는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처음에 느꼈던 저항감이 점차 줄어습니다. 캐릭터 전환 기법을 스토리를 이어가는 대담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두 번째는 ‘캐릭터 애착 형성의 유연성’입니다. 기존 캐릭터와의 애착을 넘어 다른 캐릭터와 추가로 애착을 형성할 수 있는지를 의미합니다. 이 게임에 불만족했던 플레이어들은 전작에서 강한 애착을 형성한 조엘과 엘리를 자신의 분신처럼 여겼습니다. 새롭게 등장해 이들과 적대적인 애비라는 캐릭터를 끝까지 거부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반면 게임에 만족했던 플레이어는 애비 캐릭터와도 새로운 애착을 형성했습니다. 한 캐릭터에 대해 자신의 감정이 변화하는 것을 의미 있는 경험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마지막은 ‘캐릭터 이미지의 변화 수용성’입니다. 불만족한 플레이어는 자신이 인식한 캐릭터 이미지에 반하는 새로운 정보나 행동을 비논리적이라고 여기고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반면 만족한 게임 이용자는 새로운 정보들과 캐릭터 행동을 스스로 해석해서 캐릭터의 이미지를 새롭게 변화시키고 이해하려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도 교수는 “게임의 경우 책이나 영화와 달리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직접 움직이면서 캐릭터의 감정에 깊이 몰입할 수 있다”며 “이런 특성을 잘 활용한다면 게임은 내러티브 경험의 효과적인 전달 매체로 사회문화적, 예술적인 영향력을 더욱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주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