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출 엔젠바이오 대표 / 사진=김기남 기자
최대출 엔젠바이오 대표 / 사진=김기남 기자
유전자증폭(PCR) 검사는 적은 용량의 염기서열 데이터를 이용해 하나의 바이오마커가 존재하는지 유무를 확인한다. 이 방법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이 특정 유전영역에 대한 적은 양의 염기서열 데이터를 검사할 때는 효과적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유전체 데이터는 100기가바이트(GB)에 달하는 대용량이다. 또 암이나 희귀질환 진단의 경우 특정 유전자의 유무만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돌연변이 유전자를 한 번에 확인하고 복합적으로 진단해야 한다. 이에 암 및 희귀질환과 관련된 유전체 정보의 정밀진단을 위해서는 NGS 기술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최대출 엔젠바이오 대표는 “암이나 백혈병, 골수이식 등의 정밀진단을 위해서는 NGS 기술을 기반으로 유전체 데이터를 생산하고, 이 데이터를 분석하는 능력이 필수”라며 “엔젠바이오는 정밀진단 패널과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속도와 정확도 등에서 차별화된 유전체 데이터 분석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 NGS 진단시약·소프트웨어 결합 제품 상용화
NGS는 대용량의 유전체를 수많은 조각으로 만든 후, 각 조각의 염기서열을 데이터로 변환시키는 기술이다. 최 대표는 “NGS는 유전자를 300~500메가바이트(MB) 크기의 텍스트 데이터로 변환하고, 이를 해석해 수백 개의 돌연변이를 찾아낸다”며 “이 중 환자에게 영향을 주는 돌연변이를 분석하고, 이를 표적하는 치료제를 처방케 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엔젠바이오는 바이오인포매틱스(생물정보학)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능이 좋은 패널로부터 아무리 좋은 데이터를 생산해내도, 이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엔젠바이오는 NGS 정말진단에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를 활용한다. 패널로부터 생산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문서로 바꿔주는 소프트웨어 ‘엔젠어날리시스’다.

엔젠바이오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NGS 패널과 분석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정밀진단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최초로 제조 허가를 받은 ‘브라카아큐테스트’가 그것이다. NGS 기술을 기반으로 유방암 및 난소암을 정밀진단하는 제품이다. 이 제품은 유전성 유방암 및 난소암을 일으키는 ‘BRCA1’, ‘BRCA2’ 유전자 돌연변이를 검사할 수 있는 NGS 시약과 분석 소프트웨어로 구성된다.

엔젠바이오는 같은해인 2017년 브라카아큐테스트에 대해 ‘유럽 체외진단 의료기기 인증(CE-IVD)’도 받았다.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NGS 기반 유방암 검사제품이 유럽 인증을 받은 것은 아시아 최초다. 최 대표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사전에 이 유전자 돌연변이를 보유했는지를 확인함으로써, 유방암 및 난소암의 발병 위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후속 제품인 ‘힘아큐테스트’, ‘솔리드아큐테스트’는 각각 혈액암과 고형암을 진단하고 환자에 맞는 치료방법을 알려주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온코아큐패널’은 위암, 폐암, 대장암 등과 관련된 300여 개의 유전자를 한 번에 검사한다.

올 5월에는 식약처로부터 신제품 ‘에이치엘에이아큐테스트’에 대해 체외진단 의료기기 제조허가도 받았다. 이 제품은 골수이식을 할 때 공여자와 수여자의 조직 적합성을 보는 정밀진단 제품이다.

엔젠바이오는 이들 제품을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강남성모병원, 충남대병원, 화순전남대병원 등 국내 18개 의료기관에 공급 중이다. 현재 다른 대형병원 세 곳과도 제품 공급을 논의 중이다. 해외 고객도 확보했다. 현재 유럽과 중동, 동·서남아시아 등 23개 대리점과 계약을 체결해 프랑스 병원과 싱가포르 국립대병원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미국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실험실표준인증 연구실(클리아랩) 인수나 지분투자를 통해서다. 최 대표는 “현재 클리아랩 세 곳과 인수 혹은 지분투자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연내 이 중 한 곳의 클리아랩을 확보해 내년에는 미국에서 NGS 서비스를 상용화하겠다“고 했다.

정밀진단 넘어 액체생검·동반진단 등으로 확대
엔젠바이오는 앞으로도 NGS 기반 암 정밀진단, 항암제 동반진단(CDx), 액체생검 정밀진단 분야 등에서 기술개발과 함께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다.

엔젠바이오는 정밀진단 기술을 바탕으로 현재 국내 항암제 개발 기업 다섯 곳과 동반진단 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동반진단은 항암제를 투여하기 전에 환자의 유전자를 분석해 항암제의 효능과 안전성을 예측하는 기술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암 환자들에게 표적항암제를 투약하기 전에 동반진단 검사를 의무화하고 있다고 최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동반진단으로 바이오마커를 확인해 약효가 있을 환자를 미리 선별하고, 이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면 임상의 성공률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항암제가 상용화되면 공동 개발한 동반진단 제품도 함께 쓰일 수 있어, 장기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게 된다”며 “미국에 확보한 클리아랩을 통해 내년 하반기에는 국내 동반진단 협력사의 미국 임상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액체생검 분야에서는 대형 의료기관과 함께 암 예후 진단 관련 제품을 개발 중이다. 최 대표는 “암 조직을 뗄 수 없는 환자에 대해 혈액으로 검사하는 진단 제품도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엔젠바이오는 소비자직접의뢰(DTC) 방식의 개인 유전자 검사 서비스에서도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보건복지부로부터 DTC 허용 기관으로 선정돼 47개 항목에 대한 DTC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내년에는 70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기업간거래(B2B) 위주로 영업 중이다.

엔젠바이오는 지난해와 올해 가정용 의료기 기업 세라젬과 제휴를 맺고, DTC 유전자 검사 기반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엔젠바이오는 세라젬 고객을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 및 식생활 습관 분석 결과 등을 제공한다. KT와도 ‘유전자 정보 분석 기반 맞춤형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공동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계약을 맺었다.

엔젠바이오의 올 상반기 DTC 사업 매출은 19억1000만 원으로, 작년 연간 매출 5억9000만 원보다 223% 늘었다. DTC 사업 확대에 힘입어 회사는 올 상반기에 27억 원의 매출을 냈다. 상반기에만 작년 매출인 25억 원을 넘어섰다. 최 대표는 “세라젬에 대한 DTC 서비스 공급 호조로 내년에 추가 계약도 예상된다”며 “관련 매출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더욱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해외 대리점 확대를 통해 진단제품의 수출이 늘고 있고, DTC 사업을 위해 다양한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2021년 매출은 작년의 2~3배에 달할 것으로 최 대표는 기대했다.

그는 “내년에는 본격적인 미국 진출과 해외 수출 증가로 매출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DTC 서비스 확대와 내년 1월 새롭게 선보일 마이크로바이옴 분야 기술 상용화를 통해 성장을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핫 컴퍼니] 엔젠바이오 “클리아랩 인수로 美 진출… 올 매출 작년 2~3배 기대”
김예나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