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설립된 아보메드는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희귀난치성 질환들을 타깃으로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ARBM-101은 아보메드 초창기에 독일 헬름홀츠 연구소와 미국 미시간대, 아이오와주립대로부터 디스커버리 단계에서 도입한 후, 2023년 임상 진입을 목표로 약물 개발에 인적·물적 역량을 대거 투입하고 있는 아보메드의 중점 과제다.

약물 특성
ARBM-101은 메탄자화균이 서식지 환경으로부터 박테리아의 번식과 생존에 필요한 구리를 취하는 용도로 분비하는 메타노박틴의 일종으로, 구리에 매우 높은 선택적 결합력을 보이는 저분자 펩타이드다. 구리 특이적 결합력을 가진 메타노박틴 펩타이드가 구리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체내 구리를 배출하지 못하게 되는 윌슨병 치료제의 대안으로 고려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약물 개발 필요성
윌슨병은 구리 대사에 관여하는 ATP7B 유전자에 변이가 생겨 발생하는 열성 희귀유전질환이다. 음식물로부터 섭취된 후 체내에 필요한 적정량을 제외하고 배출되어야 하지만, 구리가 적절히 배출되지 않고 간에 과량 축적되면 간기능 저하와 뇌기능 손상을 유발한다. 현재 FDA나 EMA의 승인을 받고 이용되고 있는 치료제들은 작용 기전에 따라 크게 구리 킬레이터이자 구리 배출제인 페니실라민(D-PA·D-Penicillamine)과 트리엔틴(Trientine), 그리고 구리흡수 억제제인 아연(Zinc)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기존 치료제들은 수개월 투여해야만 약효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발병 후 평생 고용량의 약물을 매일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또 구리의 정상적 대사경로인 담즙을 통해 대변으로 배출시키지 못하고 소변으로 천천히 배출시키는 데 그친다. 이 때문에 음식물에서 섭취되는 구리 중 일부만을 배출시킬 뿐 간에 이미 축적되어 있는 구리는 제거하지 못하는 뚜렷한 한계를 지닌다. 더욱이, 급성 간경화로 악화된 후에는 간이식 이외에 대처할 방법이 없어 신속한 구리 배출을 유도하여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간기능을 어느 정도 유지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치료제의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파이프라인 아카이브] 아보메드 ‘ARBM-101’
약물의 효능
ARBM-101은 매우 높은 선택적 구리 친화력을 바탕으로, 기존 치료제들과는 달리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구리의 신속한 대변 배출을 촉진하는 효능이 있다. 윌슨병 동물모델에서 효능이 확인되었고, 메타노박틴 중에서도 가장 탁월한 구리 배출 효능이 관찰되었다. 윌슨병 동물모델인 ATP7B 유전자 결핍 쥐 동물모델(LPP rat)에서 ARBM-101을 복강 내 혹은 정맥주사로 투여했을 때, 소변으로 배출되는 구리양은 투여 전과 별 차이가 없던 반면, 담즙을 통한 대변으로의 구리 배출은 투여 후 신속하게 이뤄져 짧은 시간 안에 과량의 구리가 배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우측 데이터).

수일간 반복 투여할 경우 간에 축적되어 있던 과량의 구리가 정상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더불어 정상 수준으로 낮아졌던 간수치(ALT·TBIL)가 투여 중지 후에도 정상 범위 안에서 2~3개월 동안 유지돼 2~3개월 정도의 비투여 휴지기를 가질 수 있었다. 더욱이 실험에 사용된 윌슨병 쥐 동물모델은 결국 간기능 저하로 생존기간이 대략 생후 110일에 그치는 데 반해, ARBM-101 투여군은 간헐적인 반복투여를 통해 시험 종료시까지 1년 이상 정상적인 쥐와 비슷한 수준의 간수치와 체중을 유지하며 생존했다.

이렇듯 동물모델에서 확인된 탁월한 치료 효능이 임상시험에서도 재현될 경우, 장기간 매일 고용량의 약물 복용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하는 기존 치료법을 대체할 대안으로 부각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간세포의 미토콘드리아 활성이 투여 전에 비해 유의한 수준으로 크게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는 ARBM-101이 신속한 구리 배출을 통해 간세포 기능을 회복시킬 가능성을 시사한다<위 그림 C>. 현상 유지에 그치는 기존 치료법과는 명확히 구분되는 뚜렷한 치료 효능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기존 치료제를 쓸 수 없는 급성 간경화 환자들에게도 간이식 대기 시간을 벌어줄 수 있는 새로운 기전의 독보적인 치료 옵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파이프라인 아카이브] 아보메드 ‘ARBM-101’
임상 전략
ARBM-101은 앞에서 언급한 동물모델에서의 탁월한 효능 데이터를 바탕으로, 비임상 독성시험 등을 통하여 약물 안전성을 확인한 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동시에 임상시험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전 세계적으로 3만 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 희귀질환 윌슨병 치료제 후보로서 미국 FDA에 희귀약물 지정(orphan drug designation)을 신청할 계획이다.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임상시험 비용 절감과 허가 후 7년간의 시장 독점권 등 특혜를 적용받을 수 있다.

더욱이, 윌슨병 신약 후보는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에서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할 가능성이 있는 의약품으로 취급돼 미국의 신속 심사제도 중 가속심사(Accelerated Approval)·패스트 트랙·우선 심사에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ARBM-101은 윌슨병의 주요 사망 원인인 급성 간경화 증상을 완화시키는 중간임상 지표로 가속심사 대상에 지정될 수 있어 조기 시장 진입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아보메드는 임상 1상 단계에서 글로벌 제약사와의 공동 개발 혹은 기술 이전을 계획하고 있으며, 위와 같은 투트랙 전략으로 개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단계별 마일스톤을 확보함으로써 일정 수준의 연매출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사용되는 치료제들은 1970년에 FDA에서 허가받은 후 지금까지 1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D-PA와 이를 사용하지 못하는 환자에게 사용되는 ‘트리엔틴’이다. 두 치료제 모두 환자당 약가가 연간 20만~30만 달러에 달한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희귀질환 치료제가 국내 시장에 도전하는 데 부담을 느껴 국내 진입을 주저하고, 결국 국내 희귀질환 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치료제들은 미국의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게 현실이다.

아보메드는 ARBM-101을 FDA에서 허가받아 미국에서 동일 적응증의 현재 치료제 약가에 준하는 높은 약가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국내 식약처에도 동시에 허가를 신청하여 국내 해당 희귀질환 환자들에게는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된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치료 대안을 제공할 계획이다.
[파이프라인 아카이브] 아보메드 ‘ARBM-101’
편집=최지원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