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만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대표 / 사진=김영우 기자
유종만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대표 / 사진=김영우 기자
올해 설립 4년 차인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국내 최초의 오가노이드 치료제 기업이다. 줄기세포 분야에서 치료제 개발과 임상 경험이 많은 차바이오그룹이 일찍이 오가노이드의 성장성을 보고 출자한 기업이다. 차의과학대 교수인 유종만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대표는 수년간 오가노이드를 연구하다가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내년 장질환 치료제 임상 1상 진입, 최초의 오가노이드 치료제 탄생할까
현재 세계적으로 승인된 오가노이드 치료제는 아직 한 건도 없다. 국내에서는 오가노이드 치료제의 임상시험도 전무하다. 큰 이변이 없다면 오가노이드사이언스의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인 ‘ATORM-C’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임상에 진입할 전망이다.

ATORM-C는 연내 전임상을 마치고 내년 상반기에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할 계획이다. 유 대표는 “재생치료제 관련 규제가 약한 일본에서 동시에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빠르면 내년 하반기에는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TORM-C의 임상 1상은 항암치료로 인해 장에 누공 등의 염증이 생긴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방광암, 직장암, 전립선암, 자궁경부암 등 골반 내 장기에 종양이 발생해 방사선 치료를 받을 경우 10명 중 1명은 염증성 장질환이 발생한다. 장 조직이 망가진 경우 재생을 하는 것 외에는 근본적인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회사는 ATORM-C의 시장 규모를 2027년까지 7000억 원대로 평가하고 있다. 올해 5월 국제학술지 <바이오머티리얼스>에 발표한 일부 전임상 결과를 보면 장 조직이 손상된 쥐에 ATORM-C를 이식하자 4주 만에 장 조직이 정상에 가깝게 돌아왔다.

내년 상반기에 전임상에 진입하는 ‘ATORM-RX’는 망가진 침샘을 재생시키는 침샘 오가노이드다. 두경부암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는 암 환자의 절반은 침샘이 심각하게 망가진다. 세계적으로 매년 65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국내에도 약 20만 명의 환자가 있다. 유 대표는 “침샘이 망가진 환자들은 구강 건조증, 소화불량, 구강 감염 등 삶의 질을 매우 떨어뜨리는 문제를 안고 살아야 한다”며 “현재 처방되는 침 분비 자극제의 경우 증상을 약간 개선시킬 수는 있지만, 침샘의 기능이 완전히 망가진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올해 가시화되기 시작한 파이프라인은 간 오가노이드 치료제 ‘ATORM-WO’다. 회사 연구진은 최근 성체줄기세포를 간세포로 분화시키는 데 필요한 핵심 인자를 찾았다. 유 대표는 “기존에 알려진 분화 인자들로 줄기세포를 간세포로 분화시키면, 많은 수의 세포가 담관(간에서 만들어진 쓸개즙을 옮기는 관) 세포로 분화된다”며 “간세포로만 분화할 수 있는 핵심 인자를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ATORM-WO는 구리 대사 이상으로 뇌와 간에 과다한 양의 구리(Cu)가 축적돼 간경화와 신경증상 등이 발생하는 유전질환인 윌슨병이 타깃이다. 세계적으로 3만~10만 명당 1명 정도가 발생하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특정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이기 때문에, 바이러스 벡터 등을 이용해 간 오가노이드에 정상 유전자를 도입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유 대표는 “매트리젤에 둘러싸인 오가노이드의 경우 일반 세포에 비해 유전자 도입이 어렵다”며 “자체 연구를 통해 오가노이드에 최적화된 바이러스 벡터를 개발해 정상 유전자 도입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약물 최적화 단계를 거쳐 2023년 전임상 단계에 진입할 계획이다.

면역항암제 테스트 플랫폼으로 캐시카우 확보, 내년엔 마이크로바이옴까지
치료제를 개발하는 동안 회사의 매출을 견인하는 것은 면역항암제 스크리닝 플랫폼 ‘ADIO’다. 저분자화합물인 항암제의 경우 쥐 동물모델에 사람의 암세포를 키워낸 뒤 효능을 확인한다.

반면 면역항암제의 경우 면역기능을 제거한 쥐에 사람의 암세포와 T세포를 모두 주입해야 한다. T세포 표면에 있는 수용체(TCR)와 암세포의 항원이 결합해야 면역관문억제제(PD-1·PD-L1 억제제)가 힘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면역관문억제제의 효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암세포와 T세포가 결합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유 대표는 “ADIO 플랫폼은 면역항암제 효능 평가를 위한 쥐 동물모델을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며 “작년과 올해 10개 안팎의 국내 면역항암제 개발 기업 및 연구소와 협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면역항암제에 이어 내년에는 마이크로바이옴 스크리닝 플랫폼을 출시할 계획이다. 유 대표는 “장에는 너무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기 때문에 신약으로 개발되는 특정 미생물의 효능만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며 “우리의 스크리닝 플랫폼은 단순화된 장의 환경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 플랫폼은 마이크로바이옴의 정확한 생물학적 기전을 밝히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다.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업계에서는 장내 미생물의 효능을 설명할 수 있는 생물학적 기전을 밝히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유 대표는 “이런 업계의 니즈를 반영해 플랫폼 개발에 나섰고,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는 만큼 회사의 매출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스크리닝 플랫폼을 통한 매출이 올해의 10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설립일 2018년 10월
상장 여부 비상장
주요 사업 오가노이드 치료제 및 플랫폼 개발 기업

"자체 특허 기술 바탕으로 오가노이드 임상 의약품 GMP 생산 완료"
by 최용석 아주IB인베스트먼트 이사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오가노이드를 손상된 조직에 이식하여 직접적인 재생을 유도한다는 직관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신약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임상용 의약품 규격에 맞는 생산공정 구축이 필수인데,
이 회사는 자체 특허 기술을 바탕으로 GMP 생산을 완료해 2022년 상반기 임상 개시를 앞두고 있다. 2023년 상반기에 임상 단계에서의 PoC (Proof of Concept) 확인이 가능할 예정이다. 긍정적인 임상 결과가 나오면 오가노이드 세포치료제라는 새로운 모달리티의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지원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