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이 내년 발사 예정인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6호’의 전자파 환경시험을 하고 있다.  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이 내년 발사 예정인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6호’의 전자파 환경시험을 하고 있다. 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반도를 정밀하게 내려다볼 수 있는 ‘레이더 정찰 위성’ 내 신호 제어장치가 국산화됐다. 그동안 이탈리아 독일 등에 의존하던 위성 탑재체 핵심 기술이다. 지난달 21일 초도비행 시험을 마친 3단 로켓 ‘누리호’로 확인된 발사체 기술 국산화에 이은 성과로, 우주기술 자립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성체 완전독립’ 향한 이정표

21일 우주업계 등에 따르면 내년 말 러시아 모스크바 북쪽 플레세츠크 우주 기지에서 앙가라 로켓으로 발사할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6호’ 탑재체인 합성개구레이더(SAR) 신호 제어장치를 LIG넥스원 등 국내 기업이 자력 개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리랑 6호는 정찰 임무에 최적인 태양 동기궤도 505㎞ 상공에서 하루 두 번 한반도를 관측해 영상을 보낸다. 가로, 세로 50㎝ 크기의 물체까지 선명하게 식별할 수 있어 정찰 위성으론 세계적 수준에 오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사업을 주관하고 LIG넥스원, AP위성이 탑재체를 개발했다. 위성 본체 제작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 두원중공업 등이 참여했다. KAIST 인공위성연구소 관계자는 “위성을 많이 쏘아 올려야 한다는 목적에 집중하다 보니 해외 기술 의존도가 개선되지 않았다”며 “아리랑 6호 제어장치 국산화는 위성 개발 방향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AR 위성은 전자파를 지상 목표에 쏜 뒤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 데이터를 합성해 영상을 만든다. 주·야간, 악천후에 관계없이 관측과 정찰이 가능하다. 기상 조건에 따라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지는 광학 위성보다 제작 난도가 훨씬 높다. SAR 위성 탑재체는 제어장치와 안테나, 전파 송·수신 장치가 3대 핵심 구성품이다. 그동안 모두 해외 기술에 의존했지만, 이번에 제어장치 국산화에 최초로 성공했다.

‘최신 전투기의 눈’ 장착

SAR 위성은 KF-21 등 최신형 전투기에 장착되는 에이사(AESA: 능동형 위상배열) 레이더와 원리가 같다. 에이사는 전파 송·수신 기능이 함께 들어가 있는 첨단 모듈 수천 개가 들어간다. 레이더 표면을 바둑판에 비유하면, 조그만 칸 하나하나가 전부 독립적 송·수신 기능을 갖는다는 뜻이다. 통상 떠올리는 ‘회전형 접시’가 필요없는 첨단 레이더다. SAR도 마찬가지다. 다만 전투기에 들어가는 에이사는 추적, SAR은 촬영에 특화 설계하는 게 차이점이다.

SAR 제어장치는 제어 컴퓨터, 디지털 송·수신기, 파형 발생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지상 기지국에서 ‘추적’ 명령을 받으면 위성 안테나가 이 신호를 받아 파형을 만든다. 이를 SAR 신호로 변환해 탐색 목표 지점에 발사한다. 제어장치엔 위성 전용 반도체인 FPGA(필드 프로그래머블 로직 어레이) 반도체가 들어간다. 이 반도체를 회로 기판에 얹어 안테나, 송·수신 모듈 등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작업이 고난도 기술이다. 1500여 곳 넘는 접합 부위를 일일이 연결하고 성능을 확인하는 데만 5년이 걸렸다. 시스템을 마련한 뒤엔 우주 특수환경인 고·저온 환경과 충격, 진동 테스트 등 500여 회 넘는 반복 검증을 거쳤다. 아리랑 6호 SAR 제어장치 개발을 주도한 LIG넥스원 관계자는 “국내에서 전례 없는 기술 개발을 시도해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영상 해상도가 50㎝로 아리랑 5호(1m)보다 두 배 개선된 것도 주목받고 있다. 해상도를 올리려면 방사하는 신호 대역폭을 그만큼 늘려야 한다. 방사 신호는 파형장치에서 만드는데 이 역시 국산화된 제어장치의 일부다.
[단독] '위성기술 독립' 한발 더…정찰위성 '아리랑 6' 제어장치 국산화

한반도 ‘그물망 감시’체계 구축 시동

KAI는 아리랑 6호 본체 제작을 맡고 한화는 추진시스템 개발, 두원중공업은 열 제어부품 개발 등을 담당했다. 탑재체 안테나와 X-L 밴드 변환 및 송·수신 장치는 유럽 최대 방산기업 에어버스DS에서 조달했다. 아리랑 6호는 현재 비행모델(FM) 총조립을 마치고 전자파 환경시험 등을 진행 중이다.

역시 SAR 위성인 차세대소형위성 2호도 내년 12월 발사 예정이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에 실어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한다. 가로, 세로 1m 크기인 차세대소형위성 2호는 해상도 5m급 X-대역 SAR을 탑재했다. KAIST 주도로 개발 중이며 쎄트렉아이 등이 개발에 참여했다.

차세대소형위성 2호는 아리랑 6호보다 해상도가 떨어지는 ‘미니 SAR 위성’이지만 개발 의미가 작지 않다. 2029년까지 40기를 발사할 군용 SAR 위성의 시제품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개발이 본격화하는 군용 SAR 위성 40기는 한국이 2031년까지 발사 예정인 ‘초소형 위성 100기’ 프로젝트 가운데 핵심이다. 이들 SAR 위성은 2024년 1기, 2026년과 2027년 각각 5기를 누리호에 실어 발사할 소형 광학위성 11기와 함께 새로운 한반도 감시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