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④COMPANY] 배양육 춘추전국시대, 해외 주요 기업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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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지현근 다나그린 최고기술경영자(CTO)
모사미트(Mosa Meat)
세계 최초의 시식회, 배양육 열풍의 선구자 2013년 세계 최초의 배양육 시식회를 주도한 네덜란드의 마크 포스트 교수가 2016년에 설립한 회사다. 시식회 당시에는 기존 육류와 비교해 식감과 맛이 유사하지만 퍽퍽하다는 평을 받았다.
지금은 배양 지방도 섞어서 이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140g짜리 배양육 햄버거 패티 2개를 만들기 위해 약 7억4000만 원의 예산이 사용됐다.
모사미트는 살아 있는 소에서 채취한 근육조직에서 얻은 근육줄기세포를 사용한다. 근육줄기세포를 배양접시에서 키우면 처음에는 일반적인 세포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분화를 위한 조건이 갖추어지면 세포들이 일렬로 줄지어 하나로 결합한 근관세포(myotube)를 형성하는데, 이때 물리적 자극을 주면 더 분화한 형태의 근섬유(myofiber)를 얻을 수 있다. 모사미트는 근관세포가 콜라겐 기둥 주변에 모이도록 하여 ‘탄성’이라는 물리적 자극을 주고, 이를 통해 굵은 근섬유 다발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시식회 당시에 쓰인 패티는 2만 개의 근섬유 다발을 일일이 사람이 핀셋으로 모아 제작한 것이다. 당연히 가격이 비싸고 대량생산이 어렵다. 지금은 이를 대량으로 제작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퓨처미트(Future Meat Technologies)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한 철저하게 상업적인 회사
마크 포스트 교수의 시식회 이후 대다수 배양육 회사는 마크 포스트 교수의 방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상태였다. 이 틀을 과감하게 깨는 회사가 2018년 혜성처럼 등장하는데, 바로 이스라엘의 퓨처미트다. 퓨처미트의 특징은 ❶섬유아세포 ❷세포주 ❸부유배양 ❹하이브리드로 요약할 수 있다. 모두 저비용 대량생산과 연관된 특징들이다.
기존 배양육 회사들이 주로 사용하던 근육줄기세포는 배양에 많은 비용이 든다. 반면 섬유아세포는 저비용으로 배양할 수 있다. 소태아혈청(FBS)이 없는 배양액에 적응시키기에도 유리하다. 물론 섬유아세포가 근섬유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근육 조직의 일부를 구성하며 콜라겐 등 세포외기질을 다량 생산하므로 근육줄기세포의 대체재로 사용하자는 취지다.
섬유아세포는 세포주로 만들기도 쉽다. 생물학 실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유전자 조작 기술을 사용하지 않은 정상 세포 유래 세포주는 대부분 섬유아세포라는 사실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섬유아세포가 아닌 세포는 암세포를 제외하고는 세포주화 되기 어렵다.
세포주를 사용하면 부유 배양 가능한 클론을 선별해내어 대량으로 부유 배양시킬 수 있다. 특히 이 사실이 대량생산의 핵심인데, 기존 대량 배양 시스템에 손쉽게 탑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위해 교반형 부유배양기가 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기 바란다. 퓨처미트도 이미 생산 시설을 갖추고 시범 운용 중이다.
물론 부유 배양시킨 섬유아세포로 배양육을 만들면 근섬유가 부재하기 때문에 고기의 질감과 맛을 완벽히 재현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로 먹어보면 느슨한 세포 펠릿(loosened cell pellet), 가루 같은 느낌(paste-like)이 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식물성 대체육에 섞어 완제품을 만드는 하이브리드 형태를 띠게 된 것이다.
퓨처미트는 다른 배양육 회사들보다 먼저 대량생산 시설을 완공하고, 꾸준한 공정 개선을 통해 제작 단가를 낮춰가고 있다. 현재 배양육 kg당 37달러 수준까지 낮춘 것으로 파악된다. 글로벌 식품회사인 네슬레와 협력하고 있는데, 네슬레의 식물성 대체식품 생산 기술이 접목된 제품이 곧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퓨처미트의 투자자인 타이슨푸드가 인수합병할 거라는 소문도 있다. 섬유아세포 세포주를 최초로 사용한 만큼, 이를 이용한 연구개발 수준도 높아서 섬유아세포를 식품소재 배양액만을 이용해서 지방으로 분화시키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퓨처미트의 기술이 배양 지방을 연구하는 많은 후속 업체에 영향을 준 듯하다. 업사이드푸드(Upside Foods)
새로 오픈한 생산시설에서 무엇을 생산할 것인가
2015년에 설립되어 사실상 현존하는 배양육 업체 중 가장 오래된 회사다. 원래 멤피스미트(Memphis Meats)라는 이름을 사용하다가 2021년 5월에 사명을 변경했다. 모사미트와 유사하게 근섬유를 배양접시 위에서 구현해내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근섬유 다발보다는 근섬유 시트에 가깝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 방식으로 만들어낸 배양육 쇠고기 미트볼을 시식해본 쿼츠(Quartz)의 체이스 머디 기자는 잇저스트(Eat Just)의 제품에 비해 식감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2021년 11월 4일 미국 캘리포니아에 약 1500평 규모의 생산시설을 완공하고 개소식을 진행하였다. 아직 명확하게 알기는 어렵지만, 새로운 시설에서는 근섬유 시트 기술을 버리고 잇저스트처럼 부유 배양법으로 하이브리드 치킨 배양육을 만드는 공정을 택한 듯하다. 만약 그렇다면, 식품 허가도 단기간에 얻을 것으로 생각된다.
누적투자금의 규모가 상당하며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계속 교류해왔기 때문이다. 업사이드푸드의 부사장인 에릭 슐츠는 FDA 출신으로 배양육 업계를 대변하여 2019년 FDA-USDA의 배양육 규제 관련 협의를 이끌어낸 전력도 있다.
잇저스트(Eat Just)
패스트 팔로어, 세계 최초의 식품 허가
2011년 설립되어 햄튼크릭(Hampton Creek), 저스트(Just Inc.) 등의 이름을 거쳐 2020년 말 현재의 사명을 가지게 된 회사다. 설립 이후 식물성 대체식품인 저스트마요, 저스트에그 등이 성공하면서 자산가치 1조 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이 됐다. 2016년부터는 동물성 배양육 연구개발도 시작하여 2020년 말 세계 최초로 배양육의 식품 허가를 받는다. 배양육 생산은 식품 허가 당사국인 싱가포르에 굿미트(Good Meat)라는 자회사를 설립하여 진행하고 있다.
잇저스트가 가진 특허를 살펴보면 퓨처미트의 대량생산 전략을 빠르게 따라한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에서 허가받은 제품 또한 하이브리드 배양육이며 식물성 재료가 70%에 달한다. 잇저스트가 원래 식물성 대체식품을 생산하는 회사였기 때문에 빠른 시장 진입이 가능했다고 본다.
미트테크(Meatech 3D)
최초의 상장사, 배양 지방 생산
배양육 업계 최초로 2021년 3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초기에는 3D 프린팅을 이용한 고급육 생산에 매진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가, 지금은 배양 지방 생산에 매진하고 있다. 상장 직전 인수한 벨기에의 피스오브미트(Peace of Meat)가 보유하고 있던 지방 배양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3D 프린팅 기술 수준에서도, 배양 지방 생산에 관련해서도 타 기업과의 명확한 차별성은 보이지 않는다.
배양육, 미래 산업의 또 다른 ‘파이’
배양육 업체는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모사미트, 알레프팜스 등의 업체는 기존 육류를 그대로 모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면 퓨처미트, 잇저스트 등의 업체는 대량생산의 경제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존 육류를 모사해 스테이크와 같은 고급육을 만들려는 업체는 시장에 진입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대량생산 방법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배양육은 기존 육류의 미세한 풍미를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근육 외의 장기에서 생성되거나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되는 대사체는 체외 대량 배양을 통해 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직 관련 연구는 미진하지만 앞으로 관련된 학술 연구결과가 쌓이면 쌓일수록 그 간격을 체감할 수 있으리라 본다.
따라서 기존 축산업은 가공육 등 저가육 시장에서 유기농 고급육 시장으로의 중심이동이 예상된다. 저가육의 주 생산방식인 공장식 축산은 지속적인 팬데믹 상황에서 저비용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반면 배양육 업체들은 하이브리드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해가고 있다. 무엇보다 인구증가와 기후변화 공장식 축산업에는 불리하게, 배양육 산업에는 유리하게 작용하는 인자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상대적으로 기존 축산업이 경쟁력을 가지는 분야는 고급육 시장이다.
다행히도 기존 축산업과 배양육 산업이 한정된 파이를 두고 싸우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듯하다. 추후 가공육 분야는 식물성 대체육(plant-based meat), 세포배양육(cell-based meat), 기존 육류(animal-based meat)가 삼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가 증가하고 육류 소비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육류 소비량은 선진국에서 정체되지만 신흥국,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급증하여 전 세계적으로는 증가하고 있다. 중국인의 절반이 미국인처럼 스테이크를 썰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라. 늘어나는 수요를 공급량의 증대로 메워주지 못하면 식량 대란이 벌어질 것이다.
식량 문제는 국가의 식량 주권과도 연계해서 생각해야 한다. 배양육 산업은 기존 축산업에 비해 기후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장소에 무관한 생산이 가능하다. 한국 시장을 노리는 외국 배양육 업체들이 한국 가까운 곳에 생산시설을 세우고 국내로 배양육을 빠르게, 저렴하게 들여오는 시나리오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역으로 중국과 가깝고, 이미 송도에서 대규모 배양시설(바이오의약품)이 여럿 운영되고 있으며, 따라서 관련 인력이 양성되어있는 한국도 추후 얼마든지 배양육의 생산기지로 선택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의 선택에 따라 배양육 수출국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기타 배양육 업체
알레프팜스(Aleph Farms)는 이스라엘 기업으로 언론 인터뷰에서 non-GMO, non-immortal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아 GMO 기술이나 세포주를 사용하지 않고 일차배양(primary culture)을 이용하여 세포를 얻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의 슐라밋 레벤버그 교수가 공동창업자로 2020년 3월에 투고한 논문을 통해 상당한 기술 수준을 보여주었지만 대량생산 전략에 대한 특별한 언급은 없다. 3D 프린팅을 이용하여 근사한 스테이크 형태의 배양육을 제조하기도 하고, 우주에서도 배양육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듯 학술적 활동이 활발하다. 한국의 CJ 제일제당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블루날루(BlueNalu)는 모사미트, 알레프팜스와 마찬가지로 일차배양을 이용한 배양육 생산 전략을 가지고 있다. 블루날루는 수산물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일차배양에 사용하는 배양액의 조성을 최적화하여 세포의 개체 간 편차를 줄이고 체외 증식 가능 기간을 연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풀무원이 초기 투자자로 참여하였기 때문에 시식회 장면이나 제품의 콘셉트 사진을 보면 김치가 함께 올라가 있는 경우가 많다.
쉬오크미트(Shiok Meats)는 싱가포르 회사로 새우, 랍스터 등 갑각류 세포의 배양에 집중하고 있다. 지지체를 사용하지 않고 부유 배양법으로 세포를 대량 키워내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현재 식품 허가를 얻기 위해 대량생산 시설을 만드는 중이다. 배양육 업체들은 현재 미국, 유럽, 아시아에 각각 협의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데 쉬오크미트는 아시아 업체들의 협의체 모임을 주도하고 있다.
슈퍼미트(SuperMeat)는 퓨처미트의 기술과 동일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퓨처미트의 창업자인 야코프 나미아스(Yaakov Nahmias) 교수가 원래 슈퍼미트의 공동창업자로 10개월간 같이 일했던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유럽 최대의 가금류 유통회사인 PHW의 투자를 받았다. 배양육을 시식할 수 있는 레스토랑 ‘더 치킨(The Chicken)’을 운영하고 있다.
미션반스(Mission Barns)는 잇저스트의 배양육 팀원 중 일부가 갈라져 나와 설립한 회사다. 배양 지방의 생산에 집중하고 있는데, 식물성 베이컨이나 식물성 소시지에 배양 지방을 더해 출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저자 소개>
지현근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를 졸업하고 서울의대에서 생물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중앙의료원, 기초과학연구원(IBS),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등에서 근무한 후 배양육 회사인 다나그린을 공동창업했다. 아시아권 배양육 업체들의 모임인 APAC-SCA(출범 준비 중)에서 임원으로 활동 중이다. 회사를 운영하며 얻게 된 글로벌 배양육 업체 동향을 분석하여 다양한 매체에 지속적으로 투고하고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
세계 최초의 시식회, 배양육 열풍의 선구자 2013년 세계 최초의 배양육 시식회를 주도한 네덜란드의 마크 포스트 교수가 2016년에 설립한 회사다. 시식회 당시에는 기존 육류와 비교해 식감과 맛이 유사하지만 퍽퍽하다는 평을 받았다.
지금은 배양 지방도 섞어서 이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140g짜리 배양육 햄버거 패티 2개를 만들기 위해 약 7억4000만 원의 예산이 사용됐다.
모사미트는 살아 있는 소에서 채취한 근육조직에서 얻은 근육줄기세포를 사용한다. 근육줄기세포를 배양접시에서 키우면 처음에는 일반적인 세포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분화를 위한 조건이 갖추어지면 세포들이 일렬로 줄지어 하나로 결합한 근관세포(myotube)를 형성하는데, 이때 물리적 자극을 주면 더 분화한 형태의 근섬유(myofiber)를 얻을 수 있다. 모사미트는 근관세포가 콜라겐 기둥 주변에 모이도록 하여 ‘탄성’이라는 물리적 자극을 주고, 이를 통해 굵은 근섬유 다발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시식회 당시에 쓰인 패티는 2만 개의 근섬유 다발을 일일이 사람이 핀셋으로 모아 제작한 것이다. 당연히 가격이 비싸고 대량생산이 어렵다. 지금은 이를 대량으로 제작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퓨처미트(Future Meat Technologies)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한 철저하게 상업적인 회사
마크 포스트 교수의 시식회 이후 대다수 배양육 회사는 마크 포스트 교수의 방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상태였다. 이 틀을 과감하게 깨는 회사가 2018년 혜성처럼 등장하는데, 바로 이스라엘의 퓨처미트다. 퓨처미트의 특징은 ❶섬유아세포 ❷세포주 ❸부유배양 ❹하이브리드로 요약할 수 있다. 모두 저비용 대량생산과 연관된 특징들이다.
기존 배양육 회사들이 주로 사용하던 근육줄기세포는 배양에 많은 비용이 든다. 반면 섬유아세포는 저비용으로 배양할 수 있다. 소태아혈청(FBS)이 없는 배양액에 적응시키기에도 유리하다. 물론 섬유아세포가 근섬유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근육 조직의 일부를 구성하며 콜라겐 등 세포외기질을 다량 생산하므로 근육줄기세포의 대체재로 사용하자는 취지다.
섬유아세포는 세포주로 만들기도 쉽다. 생물학 실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유전자 조작 기술을 사용하지 않은 정상 세포 유래 세포주는 대부분 섬유아세포라는 사실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섬유아세포가 아닌 세포는 암세포를 제외하고는 세포주화 되기 어렵다.
세포주를 사용하면 부유 배양 가능한 클론을 선별해내어 대량으로 부유 배양시킬 수 있다. 특히 이 사실이 대량생산의 핵심인데, 기존 대량 배양 시스템에 손쉽게 탑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위해 교반형 부유배양기가 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기 바란다. 퓨처미트도 이미 생산 시설을 갖추고 시범 운용 중이다.
물론 부유 배양시킨 섬유아세포로 배양육을 만들면 근섬유가 부재하기 때문에 고기의 질감과 맛을 완벽히 재현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로 먹어보면 느슨한 세포 펠릿(loosened cell pellet), 가루 같은 느낌(paste-like)이 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식물성 대체육에 섞어 완제품을 만드는 하이브리드 형태를 띠게 된 것이다.
퓨처미트는 다른 배양육 회사들보다 먼저 대량생산 시설을 완공하고, 꾸준한 공정 개선을 통해 제작 단가를 낮춰가고 있다. 현재 배양육 kg당 37달러 수준까지 낮춘 것으로 파악된다. 글로벌 식품회사인 네슬레와 협력하고 있는데, 네슬레의 식물성 대체식품 생산 기술이 접목된 제품이 곧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퓨처미트의 투자자인 타이슨푸드가 인수합병할 거라는 소문도 있다. 섬유아세포 세포주를 최초로 사용한 만큼, 이를 이용한 연구개발 수준도 높아서 섬유아세포를 식품소재 배양액만을 이용해서 지방으로 분화시키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퓨처미트의 기술이 배양 지방을 연구하는 많은 후속 업체에 영향을 준 듯하다. 업사이드푸드(Upside Foods)
새로 오픈한 생산시설에서 무엇을 생산할 것인가
2015년에 설립되어 사실상 현존하는 배양육 업체 중 가장 오래된 회사다. 원래 멤피스미트(Memphis Meats)라는 이름을 사용하다가 2021년 5월에 사명을 변경했다. 모사미트와 유사하게 근섬유를 배양접시 위에서 구현해내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근섬유 다발보다는 근섬유 시트에 가깝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 방식으로 만들어낸 배양육 쇠고기 미트볼을 시식해본 쿼츠(Quartz)의 체이스 머디 기자는 잇저스트(Eat Just)의 제품에 비해 식감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2021년 11월 4일 미국 캘리포니아에 약 1500평 규모의 생산시설을 완공하고 개소식을 진행하였다. 아직 명확하게 알기는 어렵지만, 새로운 시설에서는 근섬유 시트 기술을 버리고 잇저스트처럼 부유 배양법으로 하이브리드 치킨 배양육을 만드는 공정을 택한 듯하다. 만약 그렇다면, 식품 허가도 단기간에 얻을 것으로 생각된다.
누적투자금의 규모가 상당하며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계속 교류해왔기 때문이다. 업사이드푸드의 부사장인 에릭 슐츠는 FDA 출신으로 배양육 업계를 대변하여 2019년 FDA-USDA의 배양육 규제 관련 협의를 이끌어낸 전력도 있다.
잇저스트(Eat Just)
패스트 팔로어, 세계 최초의 식품 허가
2011년 설립되어 햄튼크릭(Hampton Creek), 저스트(Just Inc.) 등의 이름을 거쳐 2020년 말 현재의 사명을 가지게 된 회사다. 설립 이후 식물성 대체식품인 저스트마요, 저스트에그 등이 성공하면서 자산가치 1조 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이 됐다. 2016년부터는 동물성 배양육 연구개발도 시작하여 2020년 말 세계 최초로 배양육의 식품 허가를 받는다. 배양육 생산은 식품 허가 당사국인 싱가포르에 굿미트(Good Meat)라는 자회사를 설립하여 진행하고 있다.
잇저스트가 가진 특허를 살펴보면 퓨처미트의 대량생산 전략을 빠르게 따라한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에서 허가받은 제품 또한 하이브리드 배양육이며 식물성 재료가 70%에 달한다. 잇저스트가 원래 식물성 대체식품을 생산하는 회사였기 때문에 빠른 시장 진입이 가능했다고 본다.
미트테크(Meatech 3D)
최초의 상장사, 배양 지방 생산
배양육 업계 최초로 2021년 3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초기에는 3D 프린팅을 이용한 고급육 생산에 매진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가, 지금은 배양 지방 생산에 매진하고 있다. 상장 직전 인수한 벨기에의 피스오브미트(Peace of Meat)가 보유하고 있던 지방 배양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3D 프린팅 기술 수준에서도, 배양 지방 생산에 관련해서도 타 기업과의 명확한 차별성은 보이지 않는다.
배양육, 미래 산업의 또 다른 ‘파이’
배양육 업체는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모사미트, 알레프팜스 등의 업체는 기존 육류를 그대로 모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면 퓨처미트, 잇저스트 등의 업체는 대량생산의 경제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존 육류를 모사해 스테이크와 같은 고급육을 만들려는 업체는 시장에 진입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대량생산 방법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배양육은 기존 육류의 미세한 풍미를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근육 외의 장기에서 생성되거나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되는 대사체는 체외 대량 배양을 통해 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직 관련 연구는 미진하지만 앞으로 관련된 학술 연구결과가 쌓이면 쌓일수록 그 간격을 체감할 수 있으리라 본다.
따라서 기존 축산업은 가공육 등 저가육 시장에서 유기농 고급육 시장으로의 중심이동이 예상된다. 저가육의 주 생산방식인 공장식 축산은 지속적인 팬데믹 상황에서 저비용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반면 배양육 업체들은 하이브리드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해가고 있다. 무엇보다 인구증가와 기후변화 공장식 축산업에는 불리하게, 배양육 산업에는 유리하게 작용하는 인자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상대적으로 기존 축산업이 경쟁력을 가지는 분야는 고급육 시장이다.
다행히도 기존 축산업과 배양육 산업이 한정된 파이를 두고 싸우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듯하다. 추후 가공육 분야는 식물성 대체육(plant-based meat), 세포배양육(cell-based meat), 기존 육류(animal-based meat)가 삼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가 증가하고 육류 소비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육류 소비량은 선진국에서 정체되지만 신흥국,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급증하여 전 세계적으로는 증가하고 있다. 중국인의 절반이 미국인처럼 스테이크를 썰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라. 늘어나는 수요를 공급량의 증대로 메워주지 못하면 식량 대란이 벌어질 것이다.
식량 문제는 국가의 식량 주권과도 연계해서 생각해야 한다. 배양육 산업은 기존 축산업에 비해 기후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장소에 무관한 생산이 가능하다. 한국 시장을 노리는 외국 배양육 업체들이 한국 가까운 곳에 생산시설을 세우고 국내로 배양육을 빠르게, 저렴하게 들여오는 시나리오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역으로 중국과 가깝고, 이미 송도에서 대규모 배양시설(바이오의약품)이 여럿 운영되고 있으며, 따라서 관련 인력이 양성되어있는 한국도 추후 얼마든지 배양육의 생산기지로 선택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의 선택에 따라 배양육 수출국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기타 배양육 업체
알레프팜스(Aleph Farms)는 이스라엘 기업으로 언론 인터뷰에서 non-GMO, non-immortal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아 GMO 기술이나 세포주를 사용하지 않고 일차배양(primary culture)을 이용하여 세포를 얻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의 슐라밋 레벤버그 교수가 공동창업자로 2020년 3월에 투고한 논문을 통해 상당한 기술 수준을 보여주었지만 대량생산 전략에 대한 특별한 언급은 없다. 3D 프린팅을 이용하여 근사한 스테이크 형태의 배양육을 제조하기도 하고, 우주에서도 배양육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듯 학술적 활동이 활발하다. 한국의 CJ 제일제당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블루날루(BlueNalu)는 모사미트, 알레프팜스와 마찬가지로 일차배양을 이용한 배양육 생산 전략을 가지고 있다. 블루날루는 수산물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일차배양에 사용하는 배양액의 조성을 최적화하여 세포의 개체 간 편차를 줄이고 체외 증식 가능 기간을 연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풀무원이 초기 투자자로 참여하였기 때문에 시식회 장면이나 제품의 콘셉트 사진을 보면 김치가 함께 올라가 있는 경우가 많다.
쉬오크미트(Shiok Meats)는 싱가포르 회사로 새우, 랍스터 등 갑각류 세포의 배양에 집중하고 있다. 지지체를 사용하지 않고 부유 배양법으로 세포를 대량 키워내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현재 식품 허가를 얻기 위해 대량생산 시설을 만드는 중이다. 배양육 업체들은 현재 미국, 유럽, 아시아에 각각 협의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데 쉬오크미트는 아시아 업체들의 협의체 모임을 주도하고 있다.
슈퍼미트(SuperMeat)는 퓨처미트의 기술과 동일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퓨처미트의 창업자인 야코프 나미아스(Yaakov Nahmias) 교수가 원래 슈퍼미트의 공동창업자로 10개월간 같이 일했던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유럽 최대의 가금류 유통회사인 PHW의 투자를 받았다. 배양육을 시식할 수 있는 레스토랑 ‘더 치킨(The Chicken)’을 운영하고 있다.
미션반스(Mission Barns)는 잇저스트의 배양육 팀원 중 일부가 갈라져 나와 설립한 회사다. 배양 지방의 생산에 집중하고 있는데, 식물성 베이컨이나 식물성 소시지에 배양 지방을 더해 출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저자 소개>
지현근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를 졸업하고 서울의대에서 생물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중앙의료원, 기초과학연구원(IBS),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등에서 근무한 후 배양육 회사인 다나그린을 공동창업했다. 아시아권 배양육 업체들의 모임인 APAC-SCA(출범 준비 중)에서 임원으로 활동 중이다. 회사를 운영하며 얻게 된 글로벌 배양육 업체 동향을 분석하여 다양한 매체에 지속적으로 투고하고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