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발매 불가 방침에도 이용 확산…입장료 대납 '지주'까지 등장
'코인' 환전 가능해 더 뜨거운 게임…'엑시 인피니티' 위법 논란
게임 좀 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NFT(대체불가토큰) 기반의 이른바 '돈 버는 게임'(P2E·Play To Earn)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엑시 인피니티'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정부의 관리·감독이 요구된다.

'엑시 인피니티' 논란을 시작으로 인터넷의 미래 모델로 떠오른 NFT 게임이 도박이 될지, 차세대 플랫폼이 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 아이템이 암호화폐…'즉각 환급'에 입장료 대납 장사까지
베트남 스타트업 '스카이 마비스'가 개발하고 삼성넥스트투자펀드 등이 투자한 '엑시 인피니티'는 국내에 정식 출시되지 않았지만 게임 개발사의 웹사이트에 가서 'apk 파일'을 내려받아 실행하면 바로 이용할 수 있다.

이 게임은 '엑시'라는 몬스터를 구매해 '던전'을 돌고 다른 엑시들과 겨뤄 이기면 스무스러브포션(SLP)을 받는 형식이다.

이용자는 SLP를 모아 거래소에서 현금화해 돈을 벌 수 있다.

'엑시 인피니티'의 위험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게임 아이템이 바로 암호화폐이고, 이 암호화폐가 업비트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환급이 가능한 점이다.

같은 장르의 인기 게임인 '노블록스'의 경우에도 코인을 이용하지만 게임 내에서만 쓸 수 있고 환전은 되지 않는 반면, '엑시 인피니티'는 바로 환급이 되기 때문에 게임물산업진흥법 위반 소지가 있다.

해당 법 제28조에는 '게임물을 이용해 도박 등 사행 행위를 하게 하지 않을 것'과 '게임머니의 화폐단위를 한국은행에서 발행되는 화폐단위와 동일하게 하는 등 게임물 내용 구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운영방식 또는 기기·장치를 통해 사행성을 조장하지 않을 것'이 명시돼 있다.

이러한 위험성에도 '엑시 인피니티'의 엄청난 인기에 심지어 '지주'도 등장했다.

게임 이용자는 시작할 때 암호화폐를 사서 입장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그 요금이 1천 달러(한화 약 120만 원)에 달한다.

하지만 '바로 환급'이 가능한 점 때문에 너도나도 진입하고 있고, 입장료를 대신 내주고 게임 수익의 일부를 걷어가는 지주들도 등장하고 있다.

'코인' 환전 가능해 더 뜨거운 게임…'엑시 인피니티' 위법 논란
◇ 당장 가능한 조치는 '등급 미필'…정부도 우려 인식
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환호하는 사람이 더 많지만 일각에서는 입장료를 꾸준히 내고 들어오는 이용자가 없으면 결국 코인 가격이 폭락하는 구조라 '사기'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지난달 29일 보도에서 "최근 게임 분석가들이 엑시 인피니티의 지속성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며 "상당 부분 새로운 플레이어에 의존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현재 '엑시 인피니티'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게임등급 부여 거부'뿐이다.

정식 발매를 막겠다는 것인데, 게임을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쉽게 접근할 수 있으니 무용지물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5일 "등급 미필 게임들은 사후 관리로 조치하지만 우회 접속을 모두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게임 내에서의 거래가 아니라 외부까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보니 사행성 문제가 커질 수 있어 많은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직 눈에 띄는 피해 사례 신고가 보고되지 않은 가운데 경찰은 관계기관의 관리·감독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심각한 피해 사례가 나온다면 게임물산업진흥법 28조 등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위법 논란에 개발사 측은 사행성 논란의 한 축인 환급성은 불가피한 부분으로 남겨두고, 시스템 개선을 통해 또 다른 축인 '일확천금' 가능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위법의 소지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 새로운 온라인 카지노냐 차세대 플랫폼이냐 '기로'
위메이드가 다음 달 국내 첫 게임 NFT 거래소인 '미르4NFT'를 선보이기로 하는 등 국내 게임업계는 제2의 '엑시 인피니티'를 꿈꾸는 상황이다.

실제로 플레이를 통해 원화 환금이 가능한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 게임이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게임 순위에서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NFT 기반 P2E 게임들이 '21세기판 바다이야기'가 될지 차세대 플랫폼이 될지 갈림길에 서 있는 셈이다.

'엑시 인피니티'는 그 논의 과정의 시작점에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즉각 환급이 되는 게임은 바다이야기와도 같다.

환전되는 순간 문제가 생긴다"며 "게임은 즐거움의 대상인데 이걸로 돈을 벌고자 하면 조직적인 세력이 들어와 변질한다"고 우려했다.

위 회장은 "결국 이 분야가 산업화하는 방향으로 가겠지만 거래 기능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사회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논의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장 당국이 규제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강정수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행정관은 "사행성 여부를 판단하려면 가장 먼저 봐야 하는 게 재구매율이나 재판매율이다.

아직 초기 단계에서 다리를 더듬는 상황이라 거래 빈도를 측정하기엔 이르고, 가격상승률과 사기성 등도 지켜봐야 한다"며 "당장 당국의 규제로 나아갈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NFT 산업 자체가 거품이 좀 있다.

지금은 게임 발표만 해도 주가가 오르지만 2000년대 초반 웹 기업들이 쏟아졌어도 한두 개만 살아남았듯 NFT 업계도 그럴 것"이라며 "다만 초기에 진입한 사람들이 순수하게 투자 가치를 보고 들어왔다가 재판매 시장이 작동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예측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