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일"…카톡방에 '음란 동영상' 쏟아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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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영상에도 "검토중"
n번방 방지법이 '카톡 검열법'?
n번방 방지법이 '카톡 검열법'?
이른바 'n번방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따른 후속 조치로 오늘(10일)부터 카카오톡, 네이버 등에서 '불법 촬영물 필터링' 기능이 적용됐다. 성착취물 등 불법 촬영물 유통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일각에선 카톡 사전 검열 아니냐는 반발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기술 테스트가 충분치 않아 서비스 오류로 이용자 불편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와 함께 텔레그램을 이용한 범죄 대응 대책이 부실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는 지난해 불법 성착취물 문제로 제정된 'n번방 방지법'의 후속 조치로, 정부가 개발한 필터링 기술을 적용해 이용자가 동영상이나 움직이는 이미지를 게재하려 할 때 불법 촬영물 여부를 확인한 뒤 전송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불법 촬영물에 대한 이용자의 신고·삭제 요청 기능을 마련하고 관련 검색결과를 차단해왔다. 여기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필터링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인공지능(AI)이 영상물의 특징값(DNA)을 추출한 후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을 모은 '공공 DNA 데이터베이스(DB)'와 비교해 불법 촬영물 여부를 식별해 걸러내는 방식.
예컨대 카카오톡 오픈채팅 그룹채팅방에서 동영상을 전송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불법 촬영물 등으로 심의·의결한 정보에 해당하는지 검토중'이라는 메시지가 뜬다. 수 초간 검토 작업이 진행된 후 동영상이 전송된다.
카톡 외에도 디시인사이드, 뽐뿌 등 국내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 역시 같은 조치가 적용된다. n번방 금지법에 따르면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연매출 10억원 이상 또는 일평균 이용자 10만명 이상 인터넷 사업자는 의무적으로 해당 조치를 시행한다. 구글·메타(옛 페이스북)·트위터 등 8개 해외 인터넷 사업자와 국내 포털, SNS, 인터넷 개인방송 등 87개 사업자가 여기에 포함된다.
또 다른 누리꾼은 "소수를 대상으로 은밀히 이뤄진 n번방을 막기 위해 오픈채팅방처럼 공개된 장소에서 이뤄지는 일반인 대화를 검토한다는 건데 이해할 수 없다"면서 "빅브라더의 재현"이라고 주장했다.
방통위는 사적 검열 의혹은 오해라고 해명했다. 카톡, 이메일 등에서의 사적 대화는 법 적용 대상이 아니며 공개적으로 유통되는 정보에 한정해 기술적 조치를 시행한다는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문제는 불법 촬영물 유통 온상지였던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엔 속수무책이라는 점이다. 텔레그램은 법인이 해외에 있어 국내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데다, 사적 대화가 이뤄지는 채널이라 이번 법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n번방 유통경로가 된 텔레그램이 정작 'n번방 방지법 사각지대'로 남는 아이러니다.
불법 촬영의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부터 기술적 오류에 대한 대응이 빈약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별것도 아닌 영상인데 이걸 검열한다"는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고양이를 촬영한 동영상에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방심위에서 불법 촬영물 등으로 심의·의결한 정보에 해당하는지 검토 중'는 문구가 뜬 화면이 담겼다.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글이 올라왔다. 일부러 오픈 카톡방에 성인물 자료를 올려봤다는 글쓴이는 "검토 문구가 안 뜬다. 기준이 어떻게 되는 건지 아는 분 있나"라고 물었다. "움직이는 이미지와 동영상이 대상이라길래 고양이 동영상 공유했더니 검토 문구가 떴다"는 댓글이 달렸다.
어디까지 걸러내는지 확인해보자며 카카오톡 오픈채팅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음란 사진과 동영상을 마구 공유하는 부작용도 빚고 있다. 수위 높은 콘텐츠가 계속되면서 채팅방 내 신고가 이어지는 실정이다. 법인이 해외에 소재해 'n번방 방지법' 적용 대상에서 빠진 텔레그램으로 망명 가면 그만이라며 실효성 없는 조치를 조롱하는 듯한 반응도 상당수다.
관련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 인터넷 기업이 이용자 정보를 검열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어서다. 정부의 필터링 기술이 법 시행 3개월 전인 올 8월에야 개발돼 제세 서비스 대상 실증이 부족했던 만큼 오류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류가 많을 수밖에 없는 법이다. 계속 파고 들면 헌법이 보장한 자유까지 건들여야 하는 민감한 상황"이라며 "법적 준비를 마쳤다고 해도 기술적으로 충분하지 않다. 보여주기식의 성급한 조치보단 가해자를 엄벌하고 피해자를 정부가 적극 도우면서 다방면에 걸친 사회적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기술 테스트가 충분치 않아 서비스 오류로 이용자 불편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와 함께 텔레그램을 이용한 범죄 대응 대책이 부실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네이버·카카오 불법촬영물에 기술적 조치 적용
네이버는 불법촬영물 유통 방지를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적용한다고 10일 밝혔다. 카카오 역시 이날부터 카카오톡 오픈채팅 그룹채팅방에 움직이는 이미지나 동영상, 압축파일을 보낼 때 불법촬영물 필터링 기술을 적용했다. 다만 사적 대화 검열 논란을 피하기 위해 카톡 일대일 채팅방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이는 지난해 불법 성착취물 문제로 제정된 'n번방 방지법'의 후속 조치로, 정부가 개발한 필터링 기술을 적용해 이용자가 동영상이나 움직이는 이미지를 게재하려 할 때 불법 촬영물 여부를 확인한 뒤 전송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불법 촬영물에 대한 이용자의 신고·삭제 요청 기능을 마련하고 관련 검색결과를 차단해왔다. 여기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필터링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인공지능(AI)이 영상물의 특징값(DNA)을 추출한 후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을 모은 '공공 DNA 데이터베이스(DB)'와 비교해 불법 촬영물 여부를 식별해 걸러내는 방식.
예컨대 카카오톡 오픈채팅 그룹채팅방에서 동영상을 전송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불법 촬영물 등으로 심의·의결한 정보에 해당하는지 검토중'이라는 메시지가 뜬다. 수 초간 검토 작업이 진행된 후 동영상이 전송된다.
카톡 외에도 디시인사이드, 뽐뿌 등 국내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 역시 같은 조치가 적용된다. n번방 금지법에 따르면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연매출 10억원 이상 또는 일평균 이용자 10만명 이상 인터넷 사업자는 의무적으로 해당 조치를 시행한다. 구글·메타(옛 페이스북)·트위터 등 8개 해외 인터넷 사업자와 국내 포털, SNS, 인터넷 개인방송 등 87개 사업자가 여기에 포함된다.
정작 텔레그램 이용한 범죄에는 속수무책
하지만 논란은 법 시행 첫날부터 불거졌다. 특히 "사적 대화에 대한 검열 아니냐"는 반문이 많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카톡 검열 근황'이라는 글을 올린 한 이용자는 "오픈카톡 검열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이용자 간 오고가는 이미지를 검열할 수 있는 물꼬를 터줘서 걱정된다"고 했다.또 다른 누리꾼은 "소수를 대상으로 은밀히 이뤄진 n번방을 막기 위해 오픈채팅방처럼 공개된 장소에서 이뤄지는 일반인 대화를 검토한다는 건데 이해할 수 없다"면서 "빅브라더의 재현"이라고 주장했다.
방통위는 사적 검열 의혹은 오해라고 해명했다. 카톡, 이메일 등에서의 사적 대화는 법 적용 대상이 아니며 공개적으로 유통되는 정보에 한정해 기술적 조치를 시행한다는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문제는 불법 촬영물 유통 온상지였던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엔 속수무책이라는 점이다. 텔레그램은 법인이 해외에 있어 국내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데다, 사적 대화가 이뤄지는 채널이라 이번 법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n번방 유통경로가 된 텔레그램이 정작 'n번방 방지법 사각지대'로 남는 아이러니다.
불법 촬영의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부터 기술적 오류에 대한 대응이 빈약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별것도 아닌 영상인데 이걸 검열한다"는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고양이를 촬영한 동영상에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방심위에서 불법 촬영물 등으로 심의·의결한 정보에 해당하는지 검토 중'는 문구가 뜬 화면이 담겼다.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글이 올라왔다. 일부러 오픈 카톡방에 성인물 자료를 올려봤다는 글쓴이는 "검토 문구가 안 뜬다. 기준이 어떻게 되는 건지 아는 분 있나"라고 물었다. "움직이는 이미지와 동영상이 대상이라길래 고양이 동영상 공유했더니 검토 문구가 떴다"는 댓글이 달렸다.
어디까지 걸러내는지 확인해보자며 카카오톡 오픈채팅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음란 사진과 동영상을 마구 공유하는 부작용도 빚고 있다. 수위 높은 콘텐츠가 계속되면서 채팅방 내 신고가 이어지는 실정이다. 법인이 해외에 소재해 'n번방 방지법' 적용 대상에서 빠진 텔레그램으로 망명 가면 그만이라며 실효성 없는 조치를 조롱하는 듯한 반응도 상당수다.
정치권 'n번방 방지법' 개정카드 만지작
정치권에서도 'n번방 방지법' 개정이 거론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n번방 방지법은) 헌법 18조가 보장하는 통신의 자유를 심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는 데다, 텔레그램 등에는 적용이 어려워 결국 실효성이 떨어지는 조치"라며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재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관련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 인터넷 기업이 이용자 정보를 검열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어서다. 정부의 필터링 기술이 법 시행 3개월 전인 올 8월에야 개발돼 제세 서비스 대상 실증이 부족했던 만큼 오류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류가 많을 수밖에 없는 법이다. 계속 파고 들면 헌법이 보장한 자유까지 건들여야 하는 민감한 상황"이라며 "법적 준비를 마쳤다고 해도 기술적으로 충분하지 않다. 보여주기식의 성급한 조치보단 가해자를 엄벌하고 피해자를 정부가 적극 도우면서 다방면에 걸친 사회적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