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 스타트업 링글의 이승훈(왼쪽)·이성파 공동 대표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에듀테크 스타트업 링글의 이승훈(왼쪽)·이성파 공동 대표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30대~50대 직장인들의 영어 공부는 10대 학생 때 하던 것과는 다르다. 일단 ‘하면 좋고, 안해도 된다’가 문제다. 대입·취직 등 넘어야만 하는 고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실력이 올랐다는 성취감을 자주 느끼기도 어렵다. 본업이 바쁜 와중에 꾸준히 자기계발을 하기 어려운 이유다.

링글은 이같은 직장인들에게 꾸준히 ‘넛지’를 주려는 에듀테크 스타트업이다. 해외 기업·대학원이나 경영대학원(MBA) 과정 등에 필요한 고급 영어 교육을 일대일 화상대화 형식으로 제공한다. 이승훈·이성파 공동대표(사진)가 미국 스탠퍼드대 MBA를 함께 다니던 때 비즈니스 영어를 익히기 위해 각종 시도를 했던 경험에서 착안해 2015년 창업했다.

◆명문대 튜터·AI가 고급 영어공부 도우미

링글은 튜터(선생님), 교재, 교정·복습서비스 등 교육 요소를 모두 직장인 맞춤형으로 고안했다. 영미권 명문대 원어민 학생 700명 이상이 튜터로 활동한다. 경영·재무부터 생물학, 항공우주학, 컴퓨터공학까지 다양한 전공자가 각 분야에서 고급 어휘와 세련된 문장을 쓸 수 있도록 가르친다.

교재도 ‘실전용’ 분야별 특화 콘텐츠로 만들었다. 명함 주고 받는 법이나 비즈니스 이메일 작성법을 소개하는 정도에 그치기 일쑤였던 기존 직장인용 영어 교재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메타버스 산업의 현황과 전망, 아이폰 대 안드로이드폰, 주요 도시 부동산 시장 추이 등 내용을 담은 교재 수백개를 두고 매주 업데이트한다.

시사성을 띠면서 지나치게 지엽적이지도, 너무 포괄적이지도 않도록 교재를 만들고 있다는 게 링글 측의 설명이다. 이승훈 대표는 “비즈니스 환경에선 특정 주제에 대해 내 생각을 논리적으로 다른 이에게 전하는 게 중요하다”며 “단순히 읽은 내용을 점검하는 게 아니라 영어로 심도있는 대화와 토론을 할 수 있도록 교재를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KAIST 연구팀과 공동 개발한 AI 학습진단 시스템도 활용한다. 이용자가 본인의 문제점을 직관적으로 파악해 개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자연어 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화상 수업 대화 내용을 음성과 텍스트로 제공한다. 이용자가 말한 내용을 AI가 분석해 문장의 속도, 단어를 얼마나 다양하게 쓰는지, 말버릇은 무엇인지 등을 짚어준다. 너무 자주 반복하는 어휘에 대해선 대안책을 알려준다.

이성파 대표는 “이용자에게 ‘increase라는 단어를 너무 많이 쓴다’고 튜터가 말하는 경우보다 스크립트를 통해 ‘increase를 30분 동안 20번 말했다’고 보여주는 게 훨씬 학습 자극이 된다”며 “AI를 통해 정보의 시각화를 이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자체 교정 서비스 ‘링글닥스(RingleDocs)’을 들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화상 대화와 함께 튜터가 문서로 교정 피드백을 해주는 서비스다. 구글닥스를 이용하던 기존 방식에 링글의 교육 노하우를 더해 자체 시스템을 마련했다. 링글은 2017년부터 이같은 교정 시스템을 도입해 고도화하고 있다.

이승훈 대표는 “문서 기반 교정 서비스가 없었을 때엔 이용자들이 튜터가 가르쳐준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금방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튜터에게 펜을 쥐어주면서부터 교정 ‘피드백’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직장인들은 자신의 영어 발음이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한국어로 치면 ‘나가 밥가 먹었다’라고 얘기하는 식으로 기본기가 약한 경우가 많다”며 “AI 분석과 문서 교정 서비스를 통하면 내 문제가 뭔지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돼 그만큼 빠르게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발전 키워드'로 학습 유도”

링글은 화상 영어수업을 비롯해 웨비나 영상 강의, 밋업(현장 모임) 등 각종 부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MBA 졸업생들을 모아 MBA 지망생들에게 경험담을 나누는 행사가 그런 예다.

지난달엔 링글 미국 법인이 있는 실리콘밸리 산마테오에서 실리콘밸리에서의 스타트업 활동을 주제로 한 밋업 행사를 열었다. 링글 서비스를 소개하는 것보다 서너배 긴 시간을 참석자간 네트워킹에 쓸 수 있게 했다. 수업만 제공하는 영어교육기업과의 차별점이다.

이는 모두 이용자가 영어 공부를 꾸준히, 잘하도록 돕기 위한 활동이라는 게 링글 측의 설명이다. 이성파 대표는 “직장인의 삶에서 영어 공부 노력이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이유를 고민하다가 이같은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며 “재미, 성취감, 경쟁, 소속감 등 ‘발전 키워드’를 활용한 서비스로 이용자가 꾸준히 영어 공부를 즐길 수 있게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장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기업 규모가 빠르게 크고 있다. 링글의 유료 수강생 수는 지난 3년간 매년 세 배 이상 뛰었다. 지난 6월엔 시리즈A에서 약 215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세계 영어교육 스타트업 중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기업가치평가(밸류에이션)은 약 1000억원에 달한다.

최근엔 10대 학생,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는 비영어권 직장인 등으로 이용자가 늘고 있다. 베트남인·일본인·중국인 등이 미국이나 싱가포르 등에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승훈 대표는 “주로 해외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이 주변에 서비스를 소개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연내 베트남어·일본어·중국어 지원 홈페이지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외국어 서비스로 확장은 아직 계획하고 있지 않다”며 “일단 중심축인 영어 교육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에듀테크 스타트업 링글의 이승훈(왼쪽)·이성파 공동 대표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에듀테크 스타트업 링글의 이승훈(왼쪽)·이성파 공동 대표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링글은 내년엔 각종 서비스 고도화에 힘쓸 예정이다. 이용자가 튜터를 지정해 공부하고 복습하는 전 과정을 보다 편리한 맞춤형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승훈 대표는 “3년 후엔 링글을 전세계 사람들이 영어를 배우는 큰 교육 서비스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성파 대표는 “‘영어’하면 ‘링글’이라는 말이 바로 나왔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는 고급 영어를 비롯해 중고급에서 초급 영어학습자까지 두루 쓸 수 있게 하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