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 면역세포와 유전자를 조절해 각종 질환을 고치는 세포·유전자 치료제가 제약·바이오산업의 ‘대세’가 되고 있다. 신생 바이오테크업체는 물론 다양한 기술을 갖춘 전통 제약사들도 세포·유전자 치료제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어서다. 유전자 기술을 이용한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이 대성공을 거둔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바이오산업의 주인공이 저분자 화합물과 항체 치료제에서 점차 세포·유전자 치료제로 옮겨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노바티스, “유전자 치료제 대세”

바산트 나라시만 노바티스 최고경영자(CEO)는 10일(현지시간) 개막한 세계 최대 바이오투자 행사인 JP모간 헬스케어콘퍼런스에서 “2020년 5% 수준이던 유전자 치료제와 단백질 재조합 치료제 매출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신 70% 안팎인 저분자 화합물 매출 비중을 절반 이하로 낮추겠다고 했다.

‘대표 메뉴’를 대대적으로 손보겠다는 의미다. 노바티스는 제네릭이 주력인 산도스를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업계에선 “제약업계 빅3인 노바티스가 사실상 ‘합성 신약 엑시트’를 선언한 것”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화이자도 세포·유전자 치료제로의 대전환을 예고하는 기술도입 계약 두 건을 이날 공개했다. 첫 번째는 아퀴타스테라퓨틱스와의 협력이다. 이 회사는 mRNA 코로나19 백신을 운반하는 전달체인 지질나노입자(LNP)를 개발해 주목받은 바이오테크업체다. 두 회사는 최대 10개 적응증을 타깃으로 하는 mRNA 기반 백신 및 치료제를 개발하기로 했다. 화이자가 손을 내민 두 번째 바이오테크업체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보유한 빔테라퓨틱스다. 화이자가 빔테라퓨틱스에 13억5000만달러(약 1조6000억원)를 건네는 조건으로 간과 근육, 중추신경 분야 희귀 유전질환 치료제를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독일 제약사 바이엘도 이날 미국 바이오회사 매머드바이오사이언스의 유전자 편집 기술을 약 10억달러에 도입했다고 발표했다. 간 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협력이다.

모더나, “M&A 검토”

모더나도 유전자 치료제 올인 전략을 공개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공으로 잡은 ‘mRNA 기술 패권’을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CEO는 “mRNA 연구개발(R&D)과 생산 설비 구축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며 “기술 도입과 인수합병(M&A)도 모색하겠다”고 했다.

모더나는 백신뿐 아니라 mRNA 기술을 활용한 면역항암제와 희귀 질환, 심혈관 질환, 자가면역질환 등의 치료제 영역으로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4개 분야에서 14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바이오회사인 메타제노미와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에도 들어갔다.

일본 다케다제약은 T세포 활용 기술을 보유한 영국 바이오회사 어댑테이트바이오테라퓨틱스 인수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작년 말 같은 종류의 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영국 감마델타테라퓨틱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들도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CAR-T(키메릭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신약벤처 중엔 큐로셀이 가장 앞서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유전자가위 원천특허를 보유한 툴젠도 CAR-T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GC셀은 미국 관계사 아티바와 함께 미국 머크(MSD)와 2조원대 세포치료제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이 밖에 올릭스, 올리패스, 바이오오케스트라 등도 RNA 기술을 활용한 세포·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한재영/이우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