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①REPORT] 위고비의 출현, 본격적인 비만 시장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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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승민 미래에셋대우 연구위원
비만은 다양한 질병의 위험을 높인다. 예로 2형 당뇨병, 심혈관질환, 골다공증 등이다. 전 세계 글로벌 비만(신체질량지수(BMI) 30 이상) 인구는 약 6억 5000만 명에 달할 만큼 흔한 질병이다. 그럼에도 의약품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의 비중은 불과 2% 밖에 되지 않는다. 임상적으로 유의미하고 안전한 약품이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환자가 상당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만성질환에 비해서 블록버스터(연간 매출액 10억 달러 이상)가 삭센다를 제외하고는 없다. 이는 곧 좋은 의약품이 출시될 경우 침투할 수 있는 영역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지난해 6월 노보노디스크가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를 출시하며, 업계에서는 비만 시장에 또 다른 블록버스터가 탄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안전성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한 삭센다…
지난해 매출 1조 원 돌파 전망
현재까지 출시된 비만 약품은 9개다. 그러나 대부분의 약품이 다양한 부작용으로 판매가 중단됐다. 1990년대 출시된 덱스펜플루라민과 시부트라민은 심장마비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켜 판매가 중단됐다. 2000년대 출시된 리모나반트 또한 정신질환 부작용으로 미국에서는 허가되지 않았고, 유럽에서는 판매가 중단됐다.
2012년 출시된 벨빅(성분명 로카세린)은 8년간 판매가 되었지만 발암 부작용으로 판매가 중단됐다. 현재 큐시미아(2012년 허가)와 콘트라베(2014년 허가)가 경구제형으로 미국에서 판매 중이지만, 부작용에 대한 이슈로 처방이 부진하다.
유일한 블록버스터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는 GLP-1 유사체 계열의 펩타이드 바이오의약품이다. 인슐린 분비 촉진, 위 배출 속도 지연, 식욕감퇴 등의 작용을 함으로써 혈당 조절과 체중감소에 효과가 있다. 당뇨로 허가(제품명 빅토자)받아 비만으로 적응증을 확대한 약품이다. 그러나 다소 떨어지는 체중 감소 효과(평균적으로 base line에서 6%)와 하루에 한 번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기존 비만 약품들과는 다르게 향정신성약품이 아니라, 2010년부터 당뇨 적응증으로 허가 받아 장기간의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한 안전한 의약품이기 때문에 가장 많이 처방되고 매출액도 높다. 삭센다의 글로벌 매출액은 지난해 약 10억 달러(약 1조 원)를 돌파한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 체인저가 될 위고비
위고비는 어떤 약품일까. 삭센다의 개량형이라고 보면 된다. 위고비는 삭센다와 마찬가지로 GLP-1 유사체 계열의 펩타이드 바이오의약품이다. 위고비 역시 당뇨로 먼저 허가(제품명 오젬픽)를 받고 비만으로 2021년 6월에 적응증을 확대 승인받았다.
위고비는 삭센다와 안전성 프로필은 거의 동일하다. 그럼에도 삭센다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높다(위고비 평균 -17% vs. 삭센다 약 -7%). 현재까지 출시된 비만 약품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체중 감량 효과다.
편의성도 뛰어나다. 삭센다는 하루에 한 번 주사를 맞아야 하지만 위고비는 일주일에 한 번 주사를 맞으면 된다. 주사제형이기 때문에 환자 편의성 측면에서 혁신적으로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시장의 반응이 뜨겁다. 미국의 소매 처방을 보면, 위고비는 출시한 지 13주 만에 삭센다의 처방 건수를 돌파했다. 삭센다가 출시되고 5년 만에 이룬 성과를 위고비가 단 3개월 만에 이룬 것이다. 놀라운 속도다.
삭센다는 출시 초기에 한국, 일본 등 미국 외 지역에서 반응이 더 좋았다. 반면 위고비는 출시 초기부터 반응이 매우 좋다. 경구제형 비만 신약이 출시됐던 속도를 넘어서 처방이 되고 있다. 올해 위고비의 전체 매출액은 삭센다의 연간 매출액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보노디스크의 독주될까
최근 위고비 관련 생산 이슈가 발생했다. 위고비 생산 과정에 필링(filling) 공정을 외부 CMO를 활용하고 있는데, 여기서 우수위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cGMP) 규정 준수 문제로 일시적으로 생산이 중단된 것이다.
이에 대해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 약품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며 복구하는 동안 인하우스 소규모 캐파와 대규모 CMO 듀얼 소싱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공급 정상화는 올해 하반기로 예상된다. 위고비가 멀티블록버스터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 같다.
위고비를 잡아라!
기대를 모으는 비만 신약들
그렇다면 다른 기대할 만한 다른 비만 신약도 있을까. 우선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의 경구 버전에 대한 임상 3상을 준비 중이다. 당뇨 적응증으로도 경구 버전(제품명 라이벨서스)을 출시했기 때문에 위고비의 경구 버전도 기대해볼 수 있다. 환자 편의성을 또 한 번 개선할 수 있는 약품이 될 것이라 기대된다.
또한 일라이릴리의 GLP-1/GIP 이중 유사체 ‘티르제파타이드’가 있다. 이 제품 역시 당뇨와 비만 임상시험을 같이하고 있고, 당뇨에 대해서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신청을 완료했다.
비만에 대해서는 현재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임상 2상 데이터에 따르면 기존에 사용되는 당뇨병 치료제인 트레시바(성분명 디글루덱)와 비슷한 수준으로 빠르게 혈당이 떨어지며, 체중 감량 효과 역시 위고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첫 번째 임상 3상 데이터는 올해 중순 정도 발표될 것으로 보이며, 2024년 정도 허가가 예상된다.
이 외에도 현재 개발되고 있는 글로벌 비만 파이프라인으로는 글루카곤(GCG), GLP-1/GIP/GCG 삼중 유사체, GLP-1/GCG 이중 유사체, GDF15, 펩타이드 YY(PYY) 호르몬 등을 타깃으로 한 아이템들이 초기 임상시험 중이다.
비만 시장의 강자, 노보노디스크의 장기 비전은 어떨까. 이제 성장 초입 국면에 진입했다는 판단이다. 삭센다와 위고비를 넘어 경구용 치료제, 20~30% 수준의 체중감량 효과도 목표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정상 체중을 타깃하는 수준까지 크게 체중 감량할 수 있는 약품을 출시하려 하고 있다.
“The obesity market is now opening up.” 노보노디스크의 CEO가 최근 콘퍼런스 콜에서 한 말이다. 비만 시장에 주목해야 하는 시기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2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
같은 이유로 환자가 상당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만성질환에 비해서 블록버스터(연간 매출액 10억 달러 이상)가 삭센다를 제외하고는 없다. 이는 곧 좋은 의약품이 출시될 경우 침투할 수 있는 영역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지난해 6월 노보노디스크가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를 출시하며, 업계에서는 비만 시장에 또 다른 블록버스터가 탄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안전성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한 삭센다…
지난해 매출 1조 원 돌파 전망
현재까지 출시된 비만 약품은 9개다. 그러나 대부분의 약품이 다양한 부작용으로 판매가 중단됐다. 1990년대 출시된 덱스펜플루라민과 시부트라민은 심장마비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켜 판매가 중단됐다. 2000년대 출시된 리모나반트 또한 정신질환 부작용으로 미국에서는 허가되지 않았고, 유럽에서는 판매가 중단됐다.
2012년 출시된 벨빅(성분명 로카세린)은 8년간 판매가 되었지만 발암 부작용으로 판매가 중단됐다. 현재 큐시미아(2012년 허가)와 콘트라베(2014년 허가)가 경구제형으로 미국에서 판매 중이지만, 부작용에 대한 이슈로 처방이 부진하다.
유일한 블록버스터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는 GLP-1 유사체 계열의 펩타이드 바이오의약품이다. 인슐린 분비 촉진, 위 배출 속도 지연, 식욕감퇴 등의 작용을 함으로써 혈당 조절과 체중감소에 효과가 있다. 당뇨로 허가(제품명 빅토자)받아 비만으로 적응증을 확대한 약품이다. 그러나 다소 떨어지는 체중 감소 효과(평균적으로 base line에서 6%)와 하루에 한 번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기존 비만 약품들과는 다르게 향정신성약품이 아니라, 2010년부터 당뇨 적응증으로 허가 받아 장기간의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한 안전한 의약품이기 때문에 가장 많이 처방되고 매출액도 높다. 삭센다의 글로벌 매출액은 지난해 약 10억 달러(약 1조 원)를 돌파한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 체인저가 될 위고비
위고비는 어떤 약품일까. 삭센다의 개량형이라고 보면 된다. 위고비는 삭센다와 마찬가지로 GLP-1 유사체 계열의 펩타이드 바이오의약품이다. 위고비 역시 당뇨로 먼저 허가(제품명 오젬픽)를 받고 비만으로 2021년 6월에 적응증을 확대 승인받았다.
위고비는 삭센다와 안전성 프로필은 거의 동일하다. 그럼에도 삭센다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높다(위고비 평균 -17% vs. 삭센다 약 -7%). 현재까지 출시된 비만 약품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체중 감량 효과다.
편의성도 뛰어나다. 삭센다는 하루에 한 번 주사를 맞아야 하지만 위고비는 일주일에 한 번 주사를 맞으면 된다. 주사제형이기 때문에 환자 편의성 측면에서 혁신적으로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시장의 반응이 뜨겁다. 미국의 소매 처방을 보면, 위고비는 출시한 지 13주 만에 삭센다의 처방 건수를 돌파했다. 삭센다가 출시되고 5년 만에 이룬 성과를 위고비가 단 3개월 만에 이룬 것이다. 놀라운 속도다.
삭센다는 출시 초기에 한국, 일본 등 미국 외 지역에서 반응이 더 좋았다. 반면 위고비는 출시 초기부터 반응이 매우 좋다. 경구제형 비만 신약이 출시됐던 속도를 넘어서 처방이 되고 있다. 올해 위고비의 전체 매출액은 삭센다의 연간 매출액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보노디스크의 독주될까
최근 위고비 관련 생산 이슈가 발생했다. 위고비 생산 과정에 필링(filling) 공정을 외부 CMO를 활용하고 있는데, 여기서 우수위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cGMP) 규정 준수 문제로 일시적으로 생산이 중단된 것이다.
이에 대해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 약품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며 복구하는 동안 인하우스 소규모 캐파와 대규모 CMO 듀얼 소싱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공급 정상화는 올해 하반기로 예상된다. 위고비가 멀티블록버스터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 같다.
위고비를 잡아라!
기대를 모으는 비만 신약들
그렇다면 다른 기대할 만한 다른 비만 신약도 있을까. 우선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의 경구 버전에 대한 임상 3상을 준비 중이다. 당뇨 적응증으로도 경구 버전(제품명 라이벨서스)을 출시했기 때문에 위고비의 경구 버전도 기대해볼 수 있다. 환자 편의성을 또 한 번 개선할 수 있는 약품이 될 것이라 기대된다.
또한 일라이릴리의 GLP-1/GIP 이중 유사체 ‘티르제파타이드’가 있다. 이 제품 역시 당뇨와 비만 임상시험을 같이하고 있고, 당뇨에 대해서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신청을 완료했다.
비만에 대해서는 현재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임상 2상 데이터에 따르면 기존에 사용되는 당뇨병 치료제인 트레시바(성분명 디글루덱)와 비슷한 수준으로 빠르게 혈당이 떨어지며, 체중 감량 효과 역시 위고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첫 번째 임상 3상 데이터는 올해 중순 정도 발표될 것으로 보이며, 2024년 정도 허가가 예상된다.
이 외에도 현재 개발되고 있는 글로벌 비만 파이프라인으로는 글루카곤(GCG), GLP-1/GIP/GCG 삼중 유사체, GLP-1/GCG 이중 유사체, GDF15, 펩타이드 YY(PYY) 호르몬 등을 타깃으로 한 아이템들이 초기 임상시험 중이다.
비만 시장의 강자, 노보노디스크의 장기 비전은 어떨까. 이제 성장 초입 국면에 진입했다는 판단이다. 삭센다와 위고비를 넘어 경구용 치료제, 20~30% 수준의 체중감량 효과도 목표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정상 체중을 타깃하는 수준까지 크게 체중 감량할 수 있는 약품을 출시하려 하고 있다.
“The obesity market is now opening up.” 노보노디스크의 CEO가 최근 콘퍼런스 콜에서 한 말이다. 비만 시장에 주목해야 하는 시기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2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