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비엘바이오 “사노피 계약 후 입지↑…초기 기술수출 전략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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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대표 화상 인터뷰
“앞으로도 3~5년까지는 지금처럼 플랫폼 기반의 기술이전 전략을 유지할 계획입니다. 그 후로 다시 5년이 지나면 신약을 자체적으로 상업화하는 역량을 갖출 것입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지난 18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롤모델인 글로벌 제약사 리제레논도 초기에는 플랫폼 기술이전 회사였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달 12일 다국적 제약사로의 초대형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인 ‘ABL301'을 총 10억6000만달러(약 1조2700억원)에 사노피에 기술이전했다. 반환 의무 없는 계약금 7500만달러(900억원)와 단계별기술료(마일스톤)로 최대 9억8500만달러(1조1800억원)를 받는 조건이다.
이번 계약은 다국적 제약사와의 ‘빅딜’인 동시에 계약금 및 단기에 받을 수 있는 마일스톤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연내 수령 가능한 단기 마일스톤은 540억원이라고 했다. 계약금을 포함하면 1440억원으로, 전체 계약 규모의 11% 수준이다.
전임상 단계의 물질임에도, 앞서 이뤄진 글로벌 제약사의 기술이전에 비해 비중이 높은 편이다. 경쟁사인 디날리 테라퓨틱스는 2018년 사노피에 뇌혈관장벽(BBB)을 투과하는 임상 1상 단계의 ‘DNL747’ 등 총 2개의 물질을 기술이전했다. 당시 계약금은 총액의 9.6%였다.
별도로 받을 수 있는 경상기술사용료(로열티) 조건도 유리하다고 했다. 로열티는 상업화 이후 발생하는 매출의 일정 비율 금액을 기술료로 받는 것이다.
이상훈 대표는 “로열티 비율은 공개할 수 없지만, 그동안 이뤄진 에이비엘바이오 기존 기술이전 계약의 조건보다 유리하다”고 말했다.
세부 계약 조건(non binding termsheet)은 지난해 9~10월 정도에 정해졌지만, 계약에 대한 구속력은 없는 상태였다. 사노피는 물질이전계약(MTA)을 체결하고 물질을 받아 직접 검증을 시작했다. 올해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기간 중 본계약이 체결됐으니 전체 검증 및 협의에 꼭 1년이 걸렸다.
사노피 외에도 여러 다국적 제약사들이 ABL301을 놓고 경쟁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계약 구조와 협상 과정, 상호 신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적으로 사노피를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올해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는 에이비엘바이오를 대하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사노피와의 계약이 발표된 이후 다수의 회의 요청이 잇달았다. 사노피가 에이비엘바이오의 BBB 투과 플랫폼 기술인 ‘그랩바디B’를 검증하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상훈 대표는 “작년까지는 우리가 손님을 찾아가 소개했다면 올해는 이미 맛집으로 소문나 찾아오는 손님을 응대한 것”이라며 “단순한 기술 소개에 그치지 않고 더욱 심도 있는 논의가 오갔다”고 말했다.
이번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는 이중항체 항암제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에이비엘바이오는 ‘4-1BB를 표적해 T세포 활성을 높이는 ‘그랩바디T’와 ‘PD-L1’을 표적하는 ’그랩바디I’ 플랫폼도 보유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나스닥 상장사인 중국 아이맵 바이오파마와 그랩바디T 기반의 ’ABL-503’ 및 ’ABL-111’의 미국 임상 1상을 공동으로 진행 중이다. 양사는 두 물질의 임상 1상 중간결과 발표 이후 기술이전을 목표하고 있다.
아이맵은 2020년에 ’CD47’을 표적하는 단일클론항체를 총 2조원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계약금 규모는 2000억원대였다. 큰 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있는 두 기업이 공동개발하는 만큼 또다른 대형 계약을 기대해도 좋다고 했다.
이상훈 대표는 “올해 JP모건에서 그랩바디B뿐 아니라 그랩바디T와 관련해서도 많은 논의가 오갔다”며 “임상 1상 중간결과가 좋게 나온다면 글로벌 제약사들이 더욱 많은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비엘바이오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약 47억원이다. 올해는 1500억원이 넘는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노피와의 계약으로 올해 받을 계약금 900억원, 단기 마일스톤 540억원과 기존 기술이전 계약에 대한 마일스톤 약 100억원이 포함됐다. 앞으로 새로운 기술이전이 체결되면 매출 및 보유 자금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축적되는 자금과 경험을 기반으로 에이비엘바이오는 자체 개발 역량을 가진 글로벌 제약사로 천천히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아이맵과의 공동개발로 내부에 임상팀을 구축했고, 항암제 글로벌 임상에 대한 경험도 쌓기 시작했다.
ABL301에 대한 사노피와의 공동 임상 1상은 에이비엘바이오 주도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사노피의 중추신경계(CNS) 임상 역량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지금까지 기술이전한 후보물질들에 대한 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 상업화 시점은 이르면 6~7년 뒤로 예상했다. CNS와 항암제 등의 자체 임상개발 역량을 갖추는 데는 7~10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훈 대표는 “시간적으로도 5년 이내에는 단독 임상 3상이 불가능하다”며 “하지만 10년이 지나면 충분히 자체 임상 개발 역량과 자금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인혁 기자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지난 18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롤모델인 글로벌 제약사 리제레논도 초기에는 플랫폼 기술이전 회사였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달 12일 다국적 제약사로의 초대형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인 ‘ABL301'을 총 10억6000만달러(약 1조2700억원)에 사노피에 기술이전했다. 반환 의무 없는 계약금 7500만달러(900억원)와 단계별기술료(마일스톤)로 최대 9억8500만달러(1조1800억원)를 받는 조건이다.
이번 계약은 다국적 제약사와의 ‘빅딜’인 동시에 계약금 및 단기에 받을 수 있는 마일스톤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연내 수령 가능한 단기 마일스톤은 540억원이라고 했다. 계약금을 포함하면 1440억원으로, 전체 계약 규모의 11% 수준이다.
전임상 단계의 물질임에도, 앞서 이뤄진 글로벌 제약사의 기술이전에 비해 비중이 높은 편이다. 경쟁사인 디날리 테라퓨틱스는 2018년 사노피에 뇌혈관장벽(BBB)을 투과하는 임상 1상 단계의 ‘DNL747’ 등 총 2개의 물질을 기술이전했다. 당시 계약금은 총액의 9.6%였다.
별도로 받을 수 있는 경상기술사용료(로열티) 조건도 유리하다고 했다. 로열티는 상업화 이후 발생하는 매출의 일정 비율 금액을 기술료로 받는 것이다.
이상훈 대표는 “로열티 비율은 공개할 수 없지만, 그동안 이뤄진 에이비엘바이오 기존 기술이전 계약의 조건보다 유리하다”고 말했다.
1년 검증 끝에 계약 체결…발표 후 회의 요청 쇄도
에이비엘바이오와 사노피는 지난해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부터 이번 딜의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이후 비밀유지계약(CDA)를 맺고 2차례의 실사를 통해 비임상 자료를 공유했다.세부 계약 조건(non binding termsheet)은 지난해 9~10월 정도에 정해졌지만, 계약에 대한 구속력은 없는 상태였다. 사노피는 물질이전계약(MTA)을 체결하고 물질을 받아 직접 검증을 시작했다. 올해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기간 중 본계약이 체결됐으니 전체 검증 및 협의에 꼭 1년이 걸렸다.
사노피 외에도 여러 다국적 제약사들이 ABL301을 놓고 경쟁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계약 구조와 협상 과정, 상호 신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적으로 사노피를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올해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는 에이비엘바이오를 대하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사노피와의 계약이 발표된 이후 다수의 회의 요청이 잇달았다. 사노피가 에이비엘바이오의 BBB 투과 플랫폼 기술인 ‘그랩바디B’를 검증하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상훈 대표는 “작년까지는 우리가 손님을 찾아가 소개했다면 올해는 이미 맛집으로 소문나 찾아오는 손님을 응대한 것”이라며 “단순한 기술 소개에 그치지 않고 더욱 심도 있는 논의가 오갔다”고 말했다.
中 아이맵 공동개발 항암제, 1상 중 기술이전 목표
ABL301에는 ‘그랩바디B’가 적용됐다. 그랩바디B는 질환단백질을 표적하는 항체와 BBB를 투과하는 기능을 하는 ‘1GF1R’ 항체를 연결하는 기술이다. ABL301은 파킨슨병을 일으키는 알파시뉴클레인 단백질을 표적하는 항체를 연결했다. 그랩바디B는 아밀로이드베타와 타우 등 다른 뇌질환 유발 단백질을 표적하는 항체에도 적용할 수 있어, 새로운 기술이전 계약을 기대하고 있다.이번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는 이중항체 항암제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에이비엘바이오는 ‘4-1BB를 표적해 T세포 활성을 높이는 ‘그랩바디T’와 ‘PD-L1’을 표적하는 ’그랩바디I’ 플랫폼도 보유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나스닥 상장사인 중국 아이맵 바이오파마와 그랩바디T 기반의 ’ABL-503’ 및 ’ABL-111’의 미국 임상 1상을 공동으로 진행 중이다. 양사는 두 물질의 임상 1상 중간결과 발표 이후 기술이전을 목표하고 있다.
아이맵은 2020년에 ’CD47’을 표적하는 단일클론항체를 총 2조원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계약금 규모는 2000억원대였다. 큰 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있는 두 기업이 공동개발하는 만큼 또다른 대형 계약을 기대해도 좋다고 했다.
이상훈 대표는 “올해 JP모건에서 그랩바디B뿐 아니라 그랩바디T와 관련해서도 많은 논의가 오갔다”며 “임상 1상 중간결과가 좋게 나온다면 글로벌 제약사들이 더욱 많은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비엘바이오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약 47억원이다. 올해는 1500억원이 넘는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노피와의 계약으로 올해 받을 계약금 900억원, 단기 마일스톤 540억원과 기존 기술이전 계약에 대한 마일스톤 약 100억원이 포함됐다. 앞으로 새로운 기술이전이 체결되면 매출 및 보유 자금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축적되는 자금과 경험을 기반으로 에이비엘바이오는 자체 개발 역량을 가진 글로벌 제약사로 천천히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아이맵과의 공동개발로 내부에 임상팀을 구축했고, 항암제 글로벌 임상에 대한 경험도 쌓기 시작했다.
ABL301에 대한 사노피와의 공동 임상 1상은 에이비엘바이오 주도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사노피의 중추신경계(CNS) 임상 역량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지금까지 기술이전한 후보물질들에 대한 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 상업화 시점은 이르면 6~7년 뒤로 예상했다. CNS와 항암제 등의 자체 임상개발 역량을 갖추는 데는 7~10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훈 대표는 “시간적으로도 5년 이내에는 단독 임상 3상이 불가능하다”며 “하지만 10년이 지나면 충분히 자체 임상 개발 역량과 자금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