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경기 군포시 당정동에 첨단 바이오 연구개발(R&D)센터를 세우기로 했다. 사진은 R&D센터가 들어설 부지 전경.    /유한양행  제공
유한양행이 경기 군포시 당정동에 첨단 바이오 연구개발(R&D)센터를 세우기로 했다. 사진은 R&D센터가 들어설 부지 전경. /유한양행 제공
최근 몇 년간 유한양행의 곳간을 넉넉하게 채워준 일등 공신은 ‘삐콤씨’(종합비타민)도, ‘트라젠타’(당뇨약)도 아니었다. 직접 개발한 5개 신약 후보물질을 글로벌 제약사에 넘기면서 받은 기술료였다. 최근 3년 동안 수익만 2300억원이 넘는다. 최종 개발에 성공하면 추가로 4조원가량이 유한양행 계좌에 들어온다.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이 회사의 미래를 ‘연구개발(R&D) 중심 신약개발 기업’으로 그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한양행이 ‘글로벌 R&D 명가’로 도약하기 위해 경기 용인 기흥에 이어 새로운 ‘터’를 잡았다. 경기 군포에 첨단 바이오 R&D센터를 짓기로 한 것. 유한양행은 이곳에 신약개발을 함께할 바이오벤처를 입주시켜 R&D 시너지를 끌어올리기로 했다.

‘바이오 R&D 허브’ 군포에 둥지

유한양행, 신약개발 '원스톱 허브' 조성
유한양행은 17일 군포시와 바이오연구소 및 의약품품질관리센터(CMC센터) 건립 협약을 맺었다. R&D센터는 유한양행의 100% 자회사인 유한메디카가 보유한 군포시 당정동 공업지역에 들어선다. 800억원을 투입, 내년 2분기에 착공해 2025년 2분기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유한양행은 이곳을 ‘바이오 R&D 허브’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대세가 된 바이오 시장을 잡기 위해선 이에 걸맞은 시설을 갖춘 전담센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유한양행은 보유하고 있는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30개 중 17개를 바이오 물질로 채우는 등 화학의약품 중심이던 R&D 포트폴리오를 바이오로 전환하고 있다.

군포에 둥지를 튼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서울과 가까워 인재 확보에 유리한 데다 유한메디카 땅을 활용하는 만큼 부지 확보에 돈과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군포 R&D센터를 항체치료제, 면역항암제 등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설로 만들 계획”이라며 “군포 R&D센터가 문을 열면 기흥 R&D센터는 화학의약품 개발을 전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망 바이오벤처 입주…R&D 속도↑

유한양행은 군포 R&D센터 설립 이유 중 하나로 ‘개발 기간 단축’을 꼽았다. 이를 위해 신약을 함께 개발하는 바이오벤처기업을 센터에 입주시키기로 했다. ‘소통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유한양행의 핵심 R&D 전략은 국내 바이오벤처들이 찾아낸 물질을 갈고 다듬어 그럴듯한 신약 후보물질로 키우는 것이다. 지난해 ‘31호 국산 신약’으로 데뷔한 폐암 치료제 ‘렉라자’(국내 바이오벤처 제노스코가 물질 발굴)가 그랬다. 2019년 베링거인겔하임에 1조52억원을 받고 기술수출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제넥신과 협업) 등 20여 개 파이프라인을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확보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통상 신약을 개발하려면 10년이 넘는 시간과 조(兆) 단위 개발 비용이 들어간다”며 “군포 R&D센터가 문을 열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신약 개발 기간이 단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