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로핏 뇌영상 분석 솔루션 구동 장면 일부
뉴로핏 뇌영상 분석 솔루션 구동 장면 일부
치매 정복을 위한 인공지능(AI)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세계에서 조기 진단 기술의 고도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에선 스타트업들이 두각을 보이며 해외 진출을 타진하는 모습이다.

최근 영국 엑서터대 연구진은 AI 시스템이 92% 확률로 2년 안에 치매에 걸릴지를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엑서터대는 1만5300명가량의 미국 환자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했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 알츠하이머관리센터(NACC)에 등록된 데이터가 기반이다. 관련 내용은 미 의학협회 저널네트워크오픈(JNO)에 발표됐다.

치매는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전조증상이 나타나는 기간이 3~5년인데, 이때 병원에 가더라도 늦은 경우가 많다. 미리 알고 대비하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일단 발병하고 나면 치료법이 뚜렷하지 않은 점도 변수다. 10년 가까이 치매로 고생하다 결국 가족 얼굴조차 못 알아보는 사연이 부지기수다.

AI는 복잡한 뇌 영상 데이터와 구조 변화를 학습해 잡아낼 수 있다. 사람이 육안으로 판별해내기 힘든 영역까지 단시간에 분석한다. 엑서터대 연구팀은 기존 치매 진단의 약 8%가 오진으로 나타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데이터를 먹고 자란 AI가 내린 판단이다.

일본에는 AI로 말투를 분석해 치매를 진단하는 시스템도 있다. 일본 AI 업체 프론테오는 환자가 하는 말을 AI로 분석해 치매 여부를 판정한다. 5분 남짓 대화로도 1분 이내에 치매 판정이 가능하며, 정확도는 85%에 이른다.

세계에서 연구가 집중되는 가운데, 국내 스타트업들도 AI 기반 치매 정복에 한창이다. 스타트업 뉴로핏은 AI로 1분 만에 97개 뇌 영역을 쪼개서 변화를 측정하는 기술력을 보유했다. 뇌 부피나 두께를 1㎜ 단위로 측정할 수도 있다. 치매뿐만 아니라 퇴행성 뇌질환이나 비정상적 위축을 모두 잡아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말엔 19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치매 진단 표준화를 위한 글로벌 임상시험에 쓰일 자금이다.

스타트업 뉴로젠은 광주치매코호트연구단을 통해 8000명 규모의 치매 추적 데이터를 확보했다. 정상인과 치매 상태 데이터만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무증상·경도·중증 등 다양한 수준의 사례를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기반으로 뉴로젠은 알츠하이머 원인 물질로 지목되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AI가 탐색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기술을 녹여낸 솔루션 뉴로에이아이는 올해 하반기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