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안에 화학항암제 없이 림프종 치료하는 시대 올 것"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림프계에 생기는 암인 림프종은 ‘복잡하고 까다로운 암’으로 꼽힌다. 세부 아형이 60여 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를 한데 묶어 림프종으로 분류할 뿐 각 아형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치료법도 제각각이다. 치료 옵션은 세포독성항암제, 항체치료제, 면역치료제, 방사선치료, 조혈모세포 이식,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등 다양하다. 글로벌 기업들이 가장 활발하게 개발하는 분야여서 임상 기회도 많다.

이중 어떤 치료법을 어떤 시점에, 어떤 상태의 환자에게 쓸지 정하는 건 오롯이 의사의 몫이다. 경험 많은 의사, 최신 연구 트렌드에 밝은 의사,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넓고 깊게 볼 수 있는 의사가 림프종 분야에서 유독 각광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석구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여의도성모병원 림프종센터장, 가톨릭대 의생명산업연구원장·산학협력단장 겸임·사진)는 국내에서 림프종을 ‘가장 잘 아는’ 명의로 손꼽힌다. 임상강사가 된 1995년부터 27년 동안 림프종 한 분야만 파고든 덕분이다. 그가 몸담은 서울성모병원은 그사이 국내 림프종 치료의 ‘메카’로 성장했다. 조 교수는 “오는 21일 서울성모병원에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CAR-T치료센터를 연다”며 “다양한 신개념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는 만큼 10년 안에 화학항암제 없이 림프종을 치료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림프종은 어떤 암인가.

“면역세포인 B세포와 T세포 등으로 구성된 림프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질환이다. 별다른 증상은 없다.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에 통증 없는 혹이 만져지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 림프종은 생각보다 ‘흔한’ 암이다. 2019년에만 5696명이 진단받았다. 모든 암 가운데 10~11번째로 많이 발병했다. 1999년에 확진된 사람이 2227명이었으니 20년 동안 2.55배 늘었다.”

▷발병 원인은 뭔가.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일부 림프종의 원인이 헬리코박터균이나 엡스타인바 바이러스로 확인된 정도다. 유전적인 요인도 없다. 다만 면역 기능이 저하된 사람이 잘 걸리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확한 원인을 모르니 마땅한 예방법이나 재발 방지법도 없다. 평소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 등으로 면역기능을 끌어올리는 게 최선이다.”

▷림프종은 어떻게 치료하나.

“혈액을 타고 암세포가 돌아다니는 만큼 암덩어리가 만져져도 반드시 수술할 필요는 없다. 세부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항체치료제와 세포독성항암제를 섞어 암을 녹인다. 필요에 따라 방사선 치료를 더한다. 재발했거나 재발 가능성이 높은 경우 조혈모세포이식을 통해 생존 확률을 높인다. 다른 선택권이 없을 때는 임상 신약을 쓰기도 한다. 림프종은 세부 아형이 60여 개에 달하는 데다 치료법도 다양한 만큼 ‘환자 맞춤형 치료’가 필수다.”

▷치료 성적은 어떤가.

“통상 5명 중 1명은 약에 반응하지 않고, 1명은 재발한다. 5명 중 2명은 림프종으로 사망한다는 얘기다. 그래도 1995년 임상강사로 림프종을 접할 때에 비하면 생존율이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앞으로는 더 밝다. CAR-T가 상용화된 데다 이중항체 치료제, CAR-NK 등 신개념 치료제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어서다. 10년 안에 부작용이 큰 화학항암제 없이 림프종을 치료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본다. 생존율도 크게 오를 것이다.”

▷CAR-T치료센터를 개소한다.

“스위스 제약사인 노바티스가 개발한 ‘킴리아’를 처방한다. 킴리아는 외부 치료물질이 아닌 환자 몸속에 있는 T세포를 활용해 암을 없앤다. 환자 몸에서 추출한 T세포가 유도탄처럼 암세포만 공격하도록 조작한 뒤 배양 과정을 거쳐 다시 환자 몸에 집어넣는다. 효과는 획기적이다. 모든 치료에 실패해 남은 수명이 3~6개에 불과한 재발성·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환자의 39.1%에서 암이 완전히 사라졌다. 환자에게는 ‘히든카드’가 생긴 셈이다. 성모병원은 림프종 치료에 필요한 ‘마지막 퍼즐’을 맞추게 됐고.”

▷CAR-T 치료가 너무 비싼데.

“원래 치료비는 5억5000만원이지만 조만간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면 환자 부담금은 수백만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한 번만 맞으면 되니 큰 부담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림프종 환자가 킴리아를 맞을 수 있는 건 아니다. 2회 이상 치료를 받았지만 차도가 없는 성인 DLBCL 환자만 대상이다. B형 간염 등 감염성 질환이 있어도 안 된다. 대다수 림프종 환자는 지금처럼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 조혈모세포 이식으로 완전 관해에 도전해야 한다. 시간이 흘러 CAR-T 치료제 가격이 떨어지고 유효성이 더 입증되면 치료 대상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