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벤처기업들이 정보기술(IT)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단순 제휴를 넘어 IT 기업 지분을 사들이면서까지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술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약 개발은 물론 진단 등에 IT가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피플바이오는 최근 건강관리 플랫폼 업체인 제이어스에 14억원을 투자했다. 지분 26.2%를 확보해 2대 주주가 됐다. 지난해 7월 30억원 투자에 이은 추가 투자다. 피플바이오는 세계 최초로 혈액 기반 알츠하이머 치매 조기진단키트 상용화에 성공한 업체다. 피플바이오는 제이어스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알츠하이머에 머물지 않고 퇴행성 뇌질환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제이어스는 움직이는 사람에게서 근육, 관절, 신경 등의 상태 변화를 측정해 얻은 정보를 빅데이터로 구축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이 기술을 토대로 피플바이오는 혈액 속 질병 단백질을 분석하는 기술을 결합해 치매 진단뿐 아니라 파킨슨병 등을 포함한 뇌질환 관리 플랫폼을 개발하기로 했다.

랩지노믹스는 지난해 10월 AI 플랫폼 업체인 제노코어BS의 지분 48.5%(5억원 규모)를 취득해 최대주주가 됐다. 기존 유전자검사 서비스와 개인별 건강 정보 데이터를 AI로 통합하고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와인 추천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유전자검사 기술을 제노코어BS의 인공지능에 얹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랩지노믹스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해진 유전자 진단 시장에서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AI 분석 플랫폼을 도입했다”며 “AI 알고리즘을 유전자 분석에 접목하면 진단 데이터 자체의 정확도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를 신약 개발에 접목하는 업체도 빠르게 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지난 24일 온코크로스와 AI 기반 신약 공동 연구계약을 체결했다. JW중외제약이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면, 온코크로스가 AI로 이 물질이 어떤 질병에 약효를 내는지 찾기로 했다. 지니너스도 파로스아이바이오와 신약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지니너스가 약물 표적으로 삼을 단백질을 결정한 뒤 파로스아이바이오가 AI로 이 단백질을 겨냥할 수 있는 후보 약물을 도출하는 방식이다. 종근당도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약 개발에 AI 기술을 접목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수만 개의 약물을 설계하거나 임상 전에 미리 약효를 예측하는 데 AI를 활용할 수 있다”며 “신약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고 임상 실패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AI 기술 도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