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연초부터 국내외 정보기술(IT) 스타트업에 실탄을 퍼붓고 있다. 올 들어 자회사인 크림, 네이버제트 등을 통해 투자한 기업이 11곳(투자 예정 포함)에 이른다. 업계에선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리셀(되팔기) 플랫폼 크림 등 잇달아 흥행작을 내놓은 스노우가 이들 투자를 바탕으로 또 어떤 서비스를 출시할지 주목하고 있다.

28일 IT업계에 따르면 스노우 자회사 크림은 패션 중고 거래 플랫폼 콜렉티브를 운영하는 크레이빙콜렉터에 55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콜렉티브는 젊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의류 중고 거래 플랫폼이다. 크림은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 시그먼트의 운영사 팹에도 70억원을 투자해 지분 70%를 확보할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싱가포르의 가전제품 중고 거래 플랫폼 리벨로를 운영하는 키스타테크놀로지에도 35억원을 투자했다. 국내 1위 리셀 플랫폼업체인 크림은 패션, 명품 등 특정 분야의 중고 거래 서비스에 투자해 관련 사업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스노우의 다른 자회사인 네이버제트는 올 들어 8개 이상 업체에 투자했다. 네이버제트는 아시아 1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의 운영사다. 지난 1월 모바일 게임사 루노소프트와 합작해 설립한 IT 콘텐츠업체 피노키오의 지분 33.33%를 40억원에 인수했다. 네이버제트는 비슷한 시기에 연예인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메타버스 콘텐츠를 개발하는 페르소나스페이스에 10억원을 투자했다.

네이버제트는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솔루션 개발업체 머플, 메타버스 전문업체 메타스페이스컴퍼니, 음악 콘텐츠 전문 스타트업 숫자쏭컴퍼니 등에도 각각 2억~18억원을 투입했다. 해외 기업과도 손을 잡았다. 싱가포르 블록체인 개발사 하데레크의 지분 5.29%를 10억원에 인수했고 미국 게임 개발사 브레이브터틀스, 싱가포르 메타버스 서비스 업체인 굿갱랩스에도 투자했다.

스노우의 공격적인 투자 배경에는 모회사인 네이버가 있다. 네이버는 지난달 스노우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1500억원을 추가로 출자하기로 했다. 네이버가 지금까지 스노우에 투자한 금액은 5000억원이 넘는다. 스노우는 모회사에서 받은 자금으로 영업손실을 메우며 사세를 공격적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스노우는 2020년 기준 107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일각에선 ‘밑 빠진 독’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네이버는 ‘확실한 미래 투자’라는 입장이다. 네이버가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대상 서비스를 강화해 미래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취지다. 스노우는 MZ세대 이용자 비중이 높은 영어학습 서비스 케이크,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잼라이브, 이모티콘 제작 서비스 스티컬리 등을 개발했다. 스마트폰 카메라 앱 스노우와 B612 등 글로벌 이용자 1억 명이 넘는 인터넷 서비스도 개발했다. 이용자가 급증하고 사업성을 인정받은 제페토, 크림, 케이크는 스노우에서 모두 분사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