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드라마 '안녕하쉐어' 속 제인의 출연 장면. 펄스나인 제공.
웹드라마 '안녕하쉐어' 속 제인의 출연 장면. 펄스나인 제공.
가상 인간이 정식 배역을 맡은 드라마가 처음으로 나왔다. 인공지능(AI) 기술로 만들어진 걸그룹 멤버가 배우로 등장한 것이다. 광고나 소셜미디어 등에 머무르던 가상 인간이 영역을 한층 넓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그래픽 스타트업 펄스나인은 웹드라마 ‘안녕하쉐어’에 자사가 만든 가상 인간 걸그룹 ‘이터니티’ 멤버인 ‘제인’이 출연했다고 28일 밝혔다. 네이버TV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안녕하쉐어는 쉐어하우스에서 벌어지는 일상을 그리는 4부작 로맨틱코미디 웹드라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자회사 레디엔터테인먼트가 함께 제작했다.

제인은 남자 주인공이자 대학생인 ‘정우’의 짝사랑 대상을 맡았다. SNS 인플루언서이자 여주인공인 ‘미주’의 친구이기도 하다. 작중에서 제인은 평범한 대화뿐만 아니라 키스신도 촬영하는 등 실제 배우처럼 연기했다.
‘딥리얼 AI’가 바탕이 됐다. 국내 가요계 스타들의 20년치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표정과 입모양 등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펄스나인은 이를 바탕으로 촬영한 얼굴을 바꿔 끼우는 ‘페이스 스와프’ 기술을 적용해 대역 배우의 동작 데이터와 AI 이미지를 합쳤다. 컴퓨터 의존도가 높은 3차원(3D) 기반 시각특수효과(VFX)보다 싸고 빠른 구조다.

제인은 드라마를 바탕으로 활동 영역을 넓힌다. 오는 29일에는 이터니티 3번째 싱글 ‘파라다이스’에서 서브보컬로 참가한다. 패션 디자이너로 변신해 이터니티의 ‘룩북(의류 착용을 보여주기 위한 사진이나 영상)’ 콘텐츠도 만들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이름도 기존에 쓰던 '재인'에서 영문명을 본뜬 '제인'으로 최근 바꿨다.

이터니티 제작사인 펄스나인은 2017년 설립됐다. 박지은 대표가 9년간 직장 생활을 하다가 AI 대학원에 진학하며 창업했다. 최근엔 가상 아이돌 사업을 비롯해 기업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는 가상 인간 제작에도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사 넵튠 등이 주요 투자사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