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것을 바꿔놨습니다. 국내에선 '비대면 서비스'가 급성장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중 하나는 '모바일 세탁 서비스'입니다. 이젠 더 이상 세탁소를 찾아가 옷을 맡기고, 찾아올 필요가 없습니다. 집 앞에 세탁물을 내놓으면 알아서 수거해 가고, 하루 만에 모든 세탁을 마친 뒤 집 앞으로 배송해 줍니다. 이런 서비스가 어떻게 가능할까요. '스마트 공장' 덕분입니다. 공장 르포를 포함해 국내 모바일 세탁 서비스를 주도하는 런드리고와 세탁특공대의 경쟁력을 집중 해부해봤습니다.이 사진이 무엇일까요. 모바일 세탁 대행 서비스 런드리고(회사명 의식주컴퍼니)의 '런드렛'이란 제품입니다. 세탁물을 이곳에 넣어 집 앞에 내놓으면 밤중에 수거해 간 뒤 모든 세탁을 마치고 하루 만에 가져다줍니다. 처음 주문하는 사람들은 그냥 쇼핑백 같은 곳에 옷을 집어넣어 내놓으면 세탁을 마친 뒤 런드렛에 담아 배송해 줍니다. 받은 런드렛은 계속 재활용하는 거죠.
이 사진을 가져온 이유는 국내 비대면 세탁 서비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입니다. 저렇게 아파트, 오피스텔 곳곳에 런드렛이 보인다는 것은 비대면 세탁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급증했다는 뜻이겠죠.
런드렛만 얘기하면 또 다른 모바일 세탁 서비스 '세탁특공대'(회사명 워시스왓)가 서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세탁특공대는 세탁 스타트업의 원조 회사입니다. 런드리고와 함께 모바일 세탁 서비스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세탁 서비스는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들 앱을 내려받아 회원 가입을 한 뒤 드라이클리닝이나 물빨래 등을 신청하면 됩니다. 단순히 의류뿐만 아니라 이불, 운동화 등도 세탁이 가능합니다. 물론 일반 세탁소처럼 옷 수선도 됩니다.
수도권서만 하루 5000가구 이상 이용
국내 모바일 세탁 서비스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일반 세탁소에 비해 가격이 비싸지 않은 데다 집 앞에서 바로 수거하고 집 앞으로 바로 배송해 준다는 편리함이 더해진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모두가 100% 만족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여러 벌을 공장에서 세탁하다 보면 꼼꼼히 처리하지 못할 것이란 불신도 아직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용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업계에서는 국내 세탁시장 규모가 드라이클리닝과 물빨래를 포함해 내년에는 5조7000억원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 2028년에는 시장 규모가 7조2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현재 스마트폰을 통한 비대면 세탁 서비스 비중은 전체 세탁 시장의 4% 정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2028년에는 20~25%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모바일 세탁 서비스 선두 업체인 런드리고와 세탁특공대는 각각 하루에 2500~3000가구 정도의 물량을 받고 있습니다. 이 두 업체는 아직 수도권(서울과 경기 일부)에서만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도권에서만 하루 5000가구 이상이 이들 업체를 통해 세탁을 맡기고 있다는 뜻이죠. 가구당 평균 7~10벌 주문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 두 업체가 하루에 5만 벌가량 세탁하는 셈입니다.
세탁 비용은 의류별로 조금씩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주문이 많은 와이셔츠 기준으로 1벌에 1800원 정도입니다. 10벌(1만8000원)을 세탁하면 배송비(3500원)를 포함해 2만1500원가량 내면 됩니다.
이들 업체는 요즘 몰리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주문을 조기 마감하거나 수거일을 늦추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세탁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네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야외 활동과 출근이 늘어난 점도 세탁 수요가 폭증한 배경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작년 초와 비교하면 매출과 이용자 수가 모두 3배 이상 증가했다는 게 이들 세탁 스타트업의 설명입니다. 런드리고와 세탁특공대는 지난해 각각 매출 150억원 안팎을 올렸습니다. 올해는 각각 450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세탁 공장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그러면 스마트폰으로 이용하는 비대면 세탁 서비스는 정말 품질에서 믿을 만할까요. 그래서 최근 세탁특공대 양주 공장을 방문해봤습니다. 세탁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양주 공장은 1000평 규모입니다. 사진은 양주 공장 외관(위)과 내부(아래) 모습입니다. 공장 안으로 들어오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이 수거해온 제품을 '케어라벨'에 따라 분류하는 작업장입니다. 이곳에서 사람이 케어라벨을 한번 읽혀 주기만 하면 어떤 옷인지, 어떤 세탁 방법을 써야 하는지 자동으로 입력이 되는 것이죠.(위 영상 참고)
케어라벨을 읽혀주면 알아서 인공지능(AI)으로 처리가 된다고 합니다. 케어라벨 인식과 분류를 자동화하는 AI 시스템 개발과 연구에만 약 7억원을, 구축과 설치에 9억3000만원을 투자했다고 합니다. 1만5000개 이상의 케어라벨 데이터를 학습한 AI는 99.9%의 정확도를 보인다네요. 케어라벨 입력 뒤에는 이처럼 컨베이어벨트에 실려 이동하게 되고, 검수하는 곳으로 옮겨집니다. 위 사진은 실려 온 제품을 검수하는 곳입니다. 혹시라도 옷 안에 동전, 립스틱 등이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또 세탁 전에 제품이 어딘가 찢어진 곳이 없는지 등도 확인해서 소비자들에게 알려준다고 합니다. 세탁하지 못하는 제품들을 거르는 작업이기도 하겠죠. 검수가 끝난 제품은 카트에 실려 옮겨집니다. 카트에 실려 옮겨진 옷들은 이곳에서 세탁 방법에 따라 자동으로 분류가 됩니다. 위에 있는 카트가 90도로 꺾이면서 아래 선반으로 옷들이 떨어지는 게 신기했습니다.
물세탁은 아래 이곳에서 이뤄지는데요. 일본 야마모토 세탁 기계는 세제와 물의 양은 물론, RPM(회전수), 세제가 자동 투입되는 타이밍까지 세밀하게 설정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세탁기라고 합니다. 세탁특공대는 다양한 소재의 의류에 맞는 세탁을 위해 100여 개의 '세탁 레시피'를 자체 개발했다고 합니다. 이 제품은 한 세트가 1억원 이상 나가는 고가의 드라이클리닝 세탁기라고 합니다. 이른바 '웨트 드라이클리닝'이 가능한 제품인데, 물세탁과 일반 드라이클리닝의 중간 방식이라고 하네요. 고가의 명품 세탁 등이 가능하고 한 번에 의류 하나만 집어넣어 처리한다고 합니다.
일렉트로룩스 제품으로 ‘라군 세탁기’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세탁 과정에서 환경 오염 물질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 아주 특별한 세탁기라네요.
라군 세탁기는 의류 마찰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고, 전용 건조기와 전용 세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고급 실크 소재는 물론 비즈, 스팽글 등 많은 장식이 달린 옷도 손상 없이 세탁할 수 있는 제품이라네요. 이 기계는 '셔츠 프레스'라는 제품입니다. 셔츠 다림질을 자동으로 해줍니다. 세탁도 중요하지만 다림질을 어떻게 했는지에 따라 세탁 퀄리티가 다르게 느껴질 수 있기에 이런 고가 제품을 쓴다고 합니다.
이탈리아 MACPI라는 회사의 제품으로 4개의 다림질 몸판이 회전하며 한 번에 4벌의 셔츠를 다림질할 수 있습니다. 스팀 에어가 안에서 밖으로 나오면서 주름을 제거해 의류 손상을 최소화한다고 합니다. 다림질이 완료된 셔츠를 자동으로 옷걸이에 걸어주기까지 하는 이 기계는 값이 약 2억원 정도라고 합니다. 이곳은 일종의 자연 건조실입니다. 세탁 후 건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냄새는 물론, 곰팡이가 생길 수도 있겠죠. 보통 보일러실 혹은 세탁소 밖에 장기간 옷을 걸어두고 자연 건조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자연 건조가 세탁 공정에서 정말 중요한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했고, 5000만원을 투자해 최상급 편백을 공수해 오로지 자연 건조만을 위한 편백 자연 건조실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편백 자연 건조실은 기름 냄새를 잡아주고 자연스럽고 은은한 향을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건조실의 온도는 35~40도, 습도는 20%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세탁특공대 양주 공장에서 가장 비싼 기계는 무엇일까요. 바로 이탈리아에서 온 메탈프로게티, 줄여서 MPT라고 부르는 기계입니다. 세탁물의 바코드만 스캔하면 한 고객의 여러 세탁물을 자동으로 모아 합포장하는 자동 분류 시스템입니다. 사람들이 직접 세탁물을 포장할 때 분실되거나 잘못 포장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 도입했다고 하네요.
자동으로 패킹해서 고객별로 옷을 분류해 주는 기계입니다. MPT 설치에는 총 11억원을 투자했다고 합니다.
불붙은 스타트업 세탁 전쟁
세탁 스타트업들은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런드리고는 다음 달 경기 군포에 축구장 2개 크기(1만1900㎡)의 제3공장을 엽니다. 조성우 런드리고 대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일반 소비자 대상 세탁 공장”이라며 “하루 8000가구 정도 물량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드라이클리닝 기준으로 최대 6만~7만 벌, 물빨래는 최대 15만L가량(셔츠 기준 20만 벌) 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군포 공장 설립에 들어간 1차 투자액은 300억원가량이며 설비 확충에 추가로 100억원을 쓸 예정이라고 합니다. 런드리고는 산업은행을 비롯해 알토스벤처스, 디에스자산운용, 삼성벤처투자,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735억원의 누적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최근 7000억원대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추가 투자 유치도 추진 중이라고 하네요.
런드리고는 공장 증설과 함께 사업 확장을 위한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입니다. 지난해 미국 세탁공장업체 에이플러스머시너리를 인수한 데 이어 올 초에는 아워홈이 운영하는 세탁공장 사업 크린누리를 사들였습니다. 최근에는 무인 세탁소 업체 펭귄하우스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세탁특공대 역시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경기 양주 공장은 지난해 설립됐습니다. 예상욱 세탁특공대 공동대표는 “양주 공장은 하루 3만 벌가량의 의류를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안에 파주 지역에 제3공장 설립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세탁특공대는 우리은행, KB증권 등에서 누적 295억원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세탁특공대는 최근 세탁 후 옷을 보관해 주는 서비스도 선보였습니다. 앞으로 중고 의류 거래 서비스 등도 내놓는다는 계획입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