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보다 한 발 빨랐다…삼성이 꺼낸 '비장의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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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나노 vs TSMC 1.4나노…'신의 영역' 접어든 파운드리 전쟁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인 대만 TSMC가 1.4나노(㎚·1㎚는 10억분의 1m) 공정 개발에 속도를 높여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격차를 더 벌리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1.4나노로 TSMC의 지위가 더 공고해질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기술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이 동시에 나오는 상황이다.
1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만 연합보는 TSMC가 기존 3나노 공정 연구개발팀을 1.4나노 연구개발팀으로 전환해 다음 달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TSMC의 승부수는 파운드리에서 삼성전자와 인텔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고 기술 격차를 통해 업계 1위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현재 5나노 양산 체계를 갖춘 TSMC는 올해 안에 3나노, 2025년까지 2나노를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른 투자도 공격적으로 집행하고 있다. TSMC는 올해 설비 투자에 최대 440억달러(한화 약 56조4000억원)를 쓸 계획이다. 이는 전년 300억 달러보다 47% 증가한 수준.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에 총 17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이 금액을 전액 파운드리에 투자한다 해도 연간 20조원이 되지 않는 만큼 양사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염려가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1'을 통해 2025년 2나노 공정 양산 계획을 밝혔지만 TSMC가 이보다 한발 앞선 후속 제품 개발 계획을 먼저 공식화한 것이다. 때문에 삼성전자도 차기 제품 개발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10나노 이하 미세공정은 TSMC와 삼성전자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시장 지배력 면에서는 TSMC가 단연 압도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TSMC가 52.1%로 삼성전자(18.3%)에 크게 앞서 있다.
삼성전자는 TSMC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올해 차세대 기술인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를 선제 적용한 3나노 제품의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기술은 반도체 칩의 기본 소자인 '트랜지스터'를 더 적은 전력 소모로도 작고 빠르게 만드는 최신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업계 1위 TSMC보다 한 발 더 빨리 기술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TSMC를 만약 따라잡는다면 GAA 조기 도입이 추격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TSMC가 삼성전자보다 한발 앞서 1.4나노 연구개발 계획을 밝힌 것은 삼성전자에 추격의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기술 로드맵보다 현실화 가능성이 더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운드리에서 가장 먼저 2나노 이하 공정 계획을 발표한 곳은 인텔이다. 인텔은 지난해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했고 TSMC와 삼성전자에 비해 빠른 오는 2024년 하반기께 1.8나노 제품을 양산하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다만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파운드리 업체들은 초미세 공정에서 수율(양품 비율) 문제로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1나노는 머리카락 한 올을 10만 개로 쪼갠 것과 같다. 그만큼 칩의 크기가 작아지기에 회로로 더욱더 세밀하게 그려 넣어야 한다. 즉, 공정의 난도가 높고 수율 관리가 어렵다는 말이다. 2나노에서 1나노로 바로 가지 못하고, 1.8나노이나 1.4나노 등 기술 경쟁이 옹스트롬(0.1㎚) 단위로 전환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매체 콰지커지는 "TSMC의 2나노 제품이 2024년 시험 예정이라 실제 대량 생산은 2026년이 될 것"이라며 "1.4나노 반도체는 개발이 순조롭게 이뤄져도 2027~2028년에나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 반도체 학과 교수는 "초미세 공정이 워낙 정교해져서 앞으로는 나노 경쟁보다 수율 경쟁이 관건이 될 것"이라며 "똑같은 조건에서 똑같은 시스템으로 뽑아내도 매번 달라지는 게 수율이지 않나, 파운드리 싸움이 '신의 영역'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1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만 연합보는 TSMC가 기존 3나노 공정 연구개발팀을 1.4나노 연구개발팀으로 전환해 다음 달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TSMC의 승부수는 파운드리에서 삼성전자와 인텔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고 기술 격차를 통해 업계 1위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현재 5나노 양산 체계를 갖춘 TSMC는 올해 안에 3나노, 2025년까지 2나노를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른 투자도 공격적으로 집행하고 있다. TSMC는 올해 설비 투자에 최대 440억달러(한화 약 56조4000억원)를 쓸 계획이다. 이는 전년 300억 달러보다 47% 증가한 수준.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에 총 17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이 금액을 전액 파운드리에 투자한다 해도 연간 20조원이 되지 않는 만큼 양사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염려가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1'을 통해 2025년 2나노 공정 양산 계획을 밝혔지만 TSMC가 이보다 한발 앞선 후속 제품 개발 계획을 먼저 공식화한 것이다. 때문에 삼성전자도 차기 제품 개발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10나노 이하 미세공정은 TSMC와 삼성전자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시장 지배력 면에서는 TSMC가 단연 압도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TSMC가 52.1%로 삼성전자(18.3%)에 크게 앞서 있다.
삼성전자는 TSMC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올해 차세대 기술인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를 선제 적용한 3나노 제품의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기술은 반도체 칩의 기본 소자인 '트랜지스터'를 더 적은 전력 소모로도 작고 빠르게 만드는 최신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업계 1위 TSMC보다 한 발 더 빨리 기술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TSMC를 만약 따라잡는다면 GAA 조기 도입이 추격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TSMC가 삼성전자보다 한발 앞서 1.4나노 연구개발 계획을 밝힌 것은 삼성전자에 추격의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기술 로드맵보다 현실화 가능성이 더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운드리에서 가장 먼저 2나노 이하 공정 계획을 발표한 곳은 인텔이다. 인텔은 지난해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했고 TSMC와 삼성전자에 비해 빠른 오는 2024년 하반기께 1.8나노 제품을 양산하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다만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파운드리 업체들은 초미세 공정에서 수율(양품 비율) 문제로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1나노는 머리카락 한 올을 10만 개로 쪼갠 것과 같다. 그만큼 칩의 크기가 작아지기에 회로로 더욱더 세밀하게 그려 넣어야 한다. 즉, 공정의 난도가 높고 수율 관리가 어렵다는 말이다. 2나노에서 1나노로 바로 가지 못하고, 1.8나노이나 1.4나노 등 기술 경쟁이 옹스트롬(0.1㎚) 단위로 전환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매체 콰지커지는 "TSMC의 2나노 제품이 2024년 시험 예정이라 실제 대량 생산은 2026년이 될 것"이라며 "1.4나노 반도체는 개발이 순조롭게 이뤄져도 2027~2028년에나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 반도체 학과 교수는 "초미세 공정이 워낙 정교해져서 앞으로는 나노 경쟁보다 수율 경쟁이 관건이 될 것"이라며 "똑같은 조건에서 똑같은 시스템으로 뽑아내도 매번 달라지는 게 수율이지 않나, 파운드리 싸움이 '신의 영역'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