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민간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하는 700억원 규모 시범 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KT와 네이버, NHN 등 국내 클라우드 기업의 물밑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번 사업을 발판으로 향후 수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정부는 2025년까지 약 8700억원을 투입하는 공공 부문의 클라우드 전환·통합 계획을 밝힌 상태다.

지자체 정보시스템 민간 클라우드로

'클라우드 이전' 지자체 잡아라…KT·네이버·NHN, 선점경쟁 치열
3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 활용모델 지자체 시범사업의 선정 심사가 6월 초 마무리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신청 요건의 타당성 검증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곧 외부 전문가 심사를 해 대상 지자체를 확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사업의 핵심은 지자체의 시스템을 민간의 공공 전용 클라우드 인프라에 이전하는 것이다. 광주광역시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 제주도 세종시 등 6개 지자체가 신청했다. 선정이 끝나면 각 지자체는 오는 7월 초까지 사업에 참여할 클라우드 제공 사업자(CSP)를 정하게 된다. 지자체별로 각각 다른 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행안부는 이번 사업에 클라우드 전환 비용 및 1년 이용료 등 700억원과 특별교부세 36억원 등 736억원을 지원한다.

행안부는 지난 4월 지자체 대상 설명회를 열어 민간 위탁형, 민간 주도형, 민간 구축형 등 다양한 민간 클라우드 활용 모델을 소개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클라우드 사용을 촉진하는 게 목적인 만큼 적격성에 문제가 없다면 가능한 한 많은 지자체를 선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T 네이버 NHN 등 공공사업 강화

이번 사업에는 KT 네이버클라우드 NHN 등 국내 주요 CSP가 모두 참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업체 관계자는 “지자체와 사업계획서 작성 단계부터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며 “지자체 선정과 CSP 계약은 별개지만 초기부터 협업해야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5년간 8700억원의 예산을 들여 공공부문의 정보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있다. 올해는 배정된 예산이 2402억원에 달한다. 전환 대상 시스템 1만5369개 가운데 지자체가 8392개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이번 사업의 경험이 다른 지자체 사업을 수주하는 데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클라우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세계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올해 4820억달러(약 597조원)에서 2025년 8375억달러(약 1037조원)로 두 배가량으로 커질 전망이다. 국내 시장 규모도 같은 기간 3조7000억원에서 11조6000억원으로 세 배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국내 민간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등 해외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지만 공공 분야는 상황이 다르다. 정부의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을 받은 업체만 참여할 수 있는데 공공과 민간의 클라우드 서버를 물리적으로 분리해야 하는 조건 때문에 해외 업체는 인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에서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아젠다로 내놓으면서 클라우드사업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분위기”라며 “공공 부문의 경험을 바탕으로 민간 영역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