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라이엇게임즈코리아가 주관하는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가 15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개막전에선 광동 프릭스와 한화생명 e스포츠가 맞붙었다. 지난 스프링 시즌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던 광동의 우세가 점쳐졌다. 하지만 한화생명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예상과 달리 접전 끝에 광동이 2:1로 신승을 거뒀다.
이어진 농심 레드포스와 DRX가 맞대결을 펼친 2경기도 치열했다. 1세트부터 46분이라는 보기드문 장기전이 펼쳐졌다. 초반에는 농심이 우위였다. 첫 드래곤을 앞둔 교전에서 DRX의 서포터인 베릴을 잡아냈다. 하지만 DRX도 곧바로 따라갔다. 첫 전령을 과감히 시도했고, 이어진 교전에서도 상대를 잡아내며 킬 스코어를 맞췄다.
농심 레드포스, 장로 드래곤에 집착하다가 한타 대패
장기전으로 이어진 1세트의 승부를 가른 건 두 번의 장로 드래곤 한타였다. 장로 드래곤이란 롤에 존재하는 강력한 버프를 부여하는 대형 오브젝트다. 블루나 레드 진영 중 어느 한쪽이 드래곤 4마리를 처치했을 때 등장한다.획득 시 드래곤의 성위라는 버프를 받는다. 버프의 지속 시간은 2분 30초이다. 챔피언이 사망할 경우 사라진다. 총 두 가지 효과가 생긴다. 첫 번째 효과는 불태우기 효과로 적에게 피해를 주면 3초 동안 대상에게 고정 손해를 입힌다. 두 번째 효과는 불태우기 효과가 적용된 적 챔피언의 체력이 20% 이하로 떨어질 경우 즉시 처치한다. 즉 상대는 나의 체력을 100% 깎아야 하지만 나는 80%만 때리면 되는 상황이 된다. 이 때문에 장로 드래곤은 소위 게임을 굳히는 오브젝트로 간주한다.
실제로 첫 번째 장로 드래곤을 차지한 DRX는 수많은 이점을 얻어 갔다. 버프의 위력으로 이어진 전투에서 승리하며 2000골드 가량 차이 나던 골드 격차를 뒤집었다. 또 다른 대형 오브젝트인 내셔 남작까지 획득했다. 반면 두 번째 장로 드래곤을 처치한 농심은 오히려 경기에서 패했다. 이유는 ‘집착’이었다. 유리한 상황에서 첫 장로 드래곤을 뺏긴 농심은 시야가 좁아졌다. 농심이 먼저 장로 드래곤을 공격하는 사이 DRX는 사방에서 포위망을 좁혔다.
한곳에 뭉쳐 있던 농심 선수들에게 베릴의 궁극기를 시작으로 DRX 선수들의 공격이 쏟아졌다. 결국 장로 드래곤을 처치했지만 이미 농심 선수들의 체력은 바닥이었다. 이어진 한타에서 DRX가 5명의 농심 선수들을 모두 잡아냈고 그대로 게임을 승리로 마무리 지었다. DRX는 2세트도 승리하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내구성 패치로 길어진 경기시간, 본질에 집중해야 이긴다
장로 드래곤, 내셔 남작과 같은 대형 오브젝트는 승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처치한다고 해서 TCG 카드게임인 유희왕의 엑조디아처럼 바로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줄 뿐 진짜 승리는 상대 넥서스를 파괴해야 한다. 이번 시즌부터 적용된 챔피언 내구성 패치로 챔피언들의 기본 체력과 성장 체력 그리고 레벨당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이 모두 증가했다. 그 결과 탱커 챔피언들과 이를 잡기 위한 성장형 챔피언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자연스레 초반 움직임을 통해 이득을 보는 경우가 줄어들었다.이에 따라 킬 스코어가 줄어들고 경기 시간도 길어지는 추세다. 지난 16일에 펼쳐진 담원 기아와 프레딧 브리온의 1경기의 경우 34분간 단 한 번의 킬도 안 나오기도 했다. 16일 기준 총 9번의 세트 중 3번의 세트가 40분 이상 장기전으로 진행됐다. 평균 경기 시간대도 37분대로 지난 스프링 시즌 평균 경기 시간인 30분 초반대보다 길어졌다.
상대적으로 장기전이 늘어나면서 이번 시즌엔 대형 오브젝트의 출현 빈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롤은 장로 드래곤과 내셔 남작을 많이 처치하는 팀이 아니라 상대 넥서스를 깨는 팀이 승리한다. 승리의 조건이 아닌 본질에 집중하는 팀만이 이번 시즌 더 높은 곳으로 향할 수 있다. 대형 오브젝트에 집착해 승리를 놓치는 주객전도의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