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중국서 백신사업 착수…2024년 현지 공장 준공
오리온이 중국에서 백신 사업에 도전한다. 중국 정부가 '중점관리 전염성 질병'으로 지정한 결핵을 예방하는 성인용 백신 개발·생산 사업이다. 이를 위해 2024년 준공을 목표로 중국 산둥성에 최첨단 백신 생산설비를 갖춘 공장 설립을 추진한다.

성인 결핵 백신 시장 진출

오리온홀딩스는 13일 중국 산둥성 지닝시와 ‘중국 백신 개발사업 지원·협력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중국 백신 개발사업은 합자법인 ‘산둥루캉하오리요우생물기술개발유한공사’(이하 산둥루캉하오리요우)가 국내 백신 전문기업 큐라티스와 손잡고 추진하게 된다. 산둥루캉하오리요우는 오리온홀딩스가 65%, 중국 국영 제약기업 산둥루캉의약이 35%의 지분을 투자해 설립됐다.

이번 계약을 통해 산둥루캉하오리요우는 지닝시 고신구에 위치한 바이오 산업단지 내에 백신 생산공장 건설을 위한 약 4만9600㎡ (1만5000평)규모의 부지를 확보하게 됐다.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총 900억여 원을 투자해 최첨단 백신 생산설비를 갖춘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현재 백신공장 설계에 착수했으며, 공장이 완공되면 임상시험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재 결핵은 전 세계적으로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백신만 상용화돼 있다. 청소년 및 성인용 결핵백신은 전무하다. 중국의 경우 청소년과 성인의 결핵 발병이 많아 정부 차원에서 결핵을 중점관리 전염성 질병으로 지정하고 있다. 산둥성 정부는 올해 초 결핵백신 개발 사업을 ‘중점 프로젝트’로 선정하기도 했다.

오리온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중국 시장 진출 시 가장 중요한 과정으로 꼽히는 공장 부지 확보 및 인허가 등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제과 이어 바이오도 중국에 집중

오리온그룹은 신수종 사업으로 바이오를 추진하고 있다. 집중 공략 대상은 16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중국 제약·바이오시장이다.

앞서 오리온은 중국에서 '암 중증질환'을 조기 발견하는 진단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5월 국내 암 체외진단 전문기업 지노믹트리와 대장암 체외진단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11월엔 중국 현지에 암 체외진단 제품 양산을 위한 실험실과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오리온이 중국 바이오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던 데는 지난 30년간 현지에서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다져온 덕분이다. 오리온은 1993년 중국에 진출해 '좋은 친구'라는 뜻의 하오리요우(好麗友)로 법인명을 짓고 현지화 전략을 펴왔다.

오리온의 중국 실적은 이미 한국을 앞섰다. 지난해 오리온이 국내에서 올린 매출은 8074억원, 중국 매출은 1조1056억원이다. 초코파이는 중국 파이류 매출 선두 자리를 고수하고 있으며 하오리요우는 중국 대표 브랜드평가기관(Chnbrand)에서 발표하는 중국 고객 만족지수에서 수 년째 1위에 올라있다.

다만, 오리온의 중국에 사업 비중이 집중된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최근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등은 오리온의 목표주가를 9.0~15.6% 하향조정 이유 중 하나로 중국 사업의 위험을 꼽았다. 2017년 사드 사태 때는 오리온 중국법인 연 매출이 직전 1조원에서 7000억원대로 축소되기도 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