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올들어 연 2회 진행하던 성과 평가를 1회로 줄였다고 합니다. 어도비는 분기 단위로 직원들에게 피드백을 제공하는 방식을 버렸습니다. 성과 관리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일까요? 정반대입니다. 더 이상 '과거의 속도'로는 사내 구성원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성과를 관리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글로벌 성공 기업들의 바탕에는 혁신의 속도 만큼이나 빠르게 진화한 HR 시스템이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서 HR이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를 추가영 레몬베이스 콘텐츠 리드가 통찰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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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HR)가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화와 함께 '기민성'을 강조한 애자일(Agile) 원칙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이때의 기민성은 고객의 니즈에 빠르게 대응하는 속도라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오늘날 기업의 생존 전략은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혁신을 거듭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애자일,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의 비밀(The Age of Agile)>의 저자 스티브 데닝은 설명한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로 빨라야 할까? 2013부터 2020년까지 IBM의 최고인사책임자(CHRO)를 지낸 다이앤 거슨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와 인터뷰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타이어를 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효율보다 속도를 강조하는 고도성장 전략을 설명하는 저서 <블리츠 스케일링>에서 링크드인 창업자 리드 호프만은 여기서 한술 더 떠 “절벽에서 몸을 던져 떨어지는 동안 비행기를 조립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스타트업이 단기간에 기습적으로 매출과 고객 기반을 늘리면서 조직까지 확장하려면 그만큼의 기민성과 유연성이 요구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빨라지는 HR의 진화 속도 [긱스]
팬데믹을 거치면서 더욱 빨라진 디지털 전환 속에서 지금 요구되고 있는 HR 혁신의 모습은 다음의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겠다. (1) 지속적인 피드백 (2) 구성원 경험 (3) 스킬 중심. 지속적으로, 적시에 피드백을 주고받아 고객에게 계속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제품과 서비스를 혁신하고, 이러한 혁신의 주체인 구성원을 내부 고객으로 대우한다. 즉, 구성원을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지원의 대상으로 본다. 또, 혁신에 필요한 새로운 스킬을 익힐 수 있도록 구성원을 육성하는 것을 HR의 주요 역할로 보고 있다.

IBM 기업가치연구소가 발표한 HR 3.0의 핵심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HR 3.0 여정의 가속화’라는 보고서에서 “HR 3.0에서 기업의 부서는 애자일 컨설팅 조직으로 전환한다”고 강조했다.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은 다른 부서를 통해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HR을 포함한 조직 전체는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의 일하는 방식인 애자일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HR은 이러한 정보의 교류와 학습이 전사적으로 원활히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고객의 니즈와 즉각적인 피드백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토대가 바로 조직 내에서 지속적인 피드백이 자유롭게 흐를 수 있는 문화다.
빨라지는 HR의 진화 속도 [긱스]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한 성장


최근 글로벌 기업의 성과관리 방식의 변화에서 두 가지 큰 방향성을 읽을 수 있는데, 그 첫 번째가 더 자주, 수시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직속 매니저에 의한 하향 평가뿐 아니라, 동료, 고객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툴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글은 올해 들어 연 2회 진행하던 성과 평가를 연 1회로 줄이는 대신, 수시로 성장을 위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제도를 강화했다. 2012년 연말 평가를 폐지하고 수시로 피드백을 제공하는 ‘체크인’ 방식으로 전환한 것으로 주목받아온 어도비는 최근 더욱 자주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성과관리 제도를 정비했다. 포춘의 보도에 따르면, 어도비는 분기 단위로 피드백을 제공하는 방식에서 언제든 리뷰 대상자(피평가자)의 업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내부 이해관계자에게 피드백을 요청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편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 카길 등 업력이 100년을 넘은 기업들도 수시 피드백 제도를 받아들였다.

이처럼 수시로 피드백을 주고받고, 빠른 변화에 유연하고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단기(주로 분기) 목표를 수립하여 더 짧은 주기로 체크인(목표 달성에 대한 진척도 확인)하는 ‘지속적인 성과관리(Continuous Performance Management, CPM)’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CPM을 운영하면서 어도비는 자발적 이직이 30% 줄었고, IBM의 직원 몰입도도 크게 올랐다.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 파타고니아도 분기별 목표 수립과 체크인을 진행한 결과, 업무에 대한 기대치가 분명해지고 피드백의 품질이 향상되었다고 자체 평가했다.

이에 따라, 어도비의 ‘체크인’과 IBM의 ‘체크포인트’와 같이 자체적인 체계와 도구를 개발하는 IT 기업들이 나타났고, 레몬베이스, 래티스 등 성과관리 소프트웨어(SaaS) 역시 피드백과 체크인 기능을 필수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글로벌 직원 몰입(employee engagement) 및 피드백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가 2019년 8억1700만달러(약 1조800억원)에서 2026년 21억3000만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구성원(내부 고객) 경험 중시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 역시 고객 경험처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HR 3.0의 핵심 중 하나다. 직원 경험을 설계하고 관리할 때 유념해야 할 단어 하나를 꼽자면 ‘개인화’다.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권한을 갖고 유의미한 피드백을 제공하기 위해선 개인화된 직원 경험의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화를 위해선 우선 직원의 목소리(VOE)를 경청하고,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상시로 운영해야 한다. 기업의 제도와 문화, HR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일종의 순 고객 추천 지수(Net Promoter Score; NPS)를 조사・추적하고, 펄스 체크 등을 통해 구성원의 기분과 컨디션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등의 방법이 고안되고 있다. 이 밖에도 정기적인 직원 몰입도 조사, 퇴직자 면접 등을 통해서도 구성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사내외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도 구성원들의 불만을 확인할 수 있다.

스킬 중심 채용, 학습개발(L&D)

핵심 인재의 보유와 채용을 위해 직원 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 해법으로 미국 인적자원관리협회(SHRM)는 ‘커리어 및 기술 개발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링크드인 역시 지난 4월 발표한 ‘커리어를 개발하기 좋은 미국 기업 50’ 목록을 통해 SHRM과 같은 관점을 드러냈다. 링크드인은 잦은 승진/이직 기회, 스킬 증가, 직장 안정성, 직원들 간의 친밀감, 젠더 및 학력 다양성 등 7가지 항목에 대한 자체 데이터를 분석해 이 목록을 뽑았다. 이 가운데 입사 후 스킬 증가 항목은 채용된 뒤 습득한 새로운 기술이 측정 대상이다. 비즈니스 전문 매체 앙트러프러너도 “업스킬링은 직원 보유율(retention rate)을 높이는 방법의 하나”라고 전했다. ‘업스킬링’이란 지금 하는 일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술을 익히거나 더 복잡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숙련도를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구성원 입장에선 필요한 기술 교육이나 지원이 원활한 기업을 찾아 떠나기 마련이다. 기업 입장에선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는 것보다 기존 직원을 교육하는 편이 비용과 시간이 덜 들어간다.

이에 따라 기존 직원을 업스킬링한 뒤 추가로 필요한 스킬을 보강하기 위해 채용이나 아웃소싱하는 등의 스킬 기반의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스킬 분류 체계를 마련하고, 모든 구성원에게 적시에 개인화된 학습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 것이 HR 3.0으로 나가기 위한 길에 놓인 숙제다.
빨라지는 HR의 진화 속도 [긱스]
추가영 | 레몬베이스 콘텐츠 리드(Content & Communications Lead)
일하는 사람들이 성과를 내고 성장하는 방식을 혁신하는 스타트업 레몬베이스에서 쌓은 지식을 콘텐츠에 담아 널리 알리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레몬베이스에 합류하기 전엔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며 창업 정책, 혁신 기업을 일군 기업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으며 넷플릭스의 ‘자유와 책임의 문화’를 담은 『파워풀』을 번역했다. 이후 혁신을 이끄는 사람과 문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