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섭 대표 "매월 10만건씩…AI가 '짝퉁 명품' 찾아냅니다"
글로벌 온라인 상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일명 ‘짝퉁(가짜 제품)’도 늘었다. 소비자들이 제품 사진과 설명 등 인터넷상의 한정된 정보만 접하기 때문이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상거래 시장의 위조 상품 규모는 1200조원에 달했다. 해당 브랜드 업체의 피해도 크다. 매출이 줄고 기업 신뢰도가 떨어진다.

이런 문제를 인공지능(AI)으로 해결하겠다는 경제학도 출신의 국내 청년 창업가가 주목받고 있다. AI 기반 위조상품 모니터링 솔루션업체 마크비전의 이인섭 대표(사진)가 주인공이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업체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를 주요 고객사로 둘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이 대표는 28일 “현재 국내외 100여 개 브랜드의 위조 상품을 인터넷에서 찾아내 삭제하고 있다”며 “한 달 적발 건수만 10만 건이 넘는다”고 말했다. 마크비전이 2020년부터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찾아낸 위조 상품의 누적 규모는 지난해 2조원에서 올해 25조원 수준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객사는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고가 제품을 판매하는 글로벌 명품업체를 고객사로 대거 확보했다.

기존에도 위조 상품을 찾아내는 업체는 있었다. 대부분 사람이 일일이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일부 해외 업체는 이런 업무를 수천 명의 인도 직원에게 맡긴다. 비용과 시간 단축에 한계가 있다. 반면 마크비전은 위조 상품을 찾아 분석하고 신고하는 과정을 전부 AI로 자동화했다. 이 대표는 “제품 사진 확인은 기본이고 위조 제품 판매자의 습관적인 패턴, 제품 후기, 댓글 등을 AI가 학습해 위조품을 찾아낸다”고 설명했다.

마크비전의 ‘짝퉁’ 적발 정확도는 90%가 넘는다. 지난 2월 기술력을 인정받아 구글의 ‘TCRP(Trusted Copyright Removal Program)’ 공식 파트너사가 됐다. 구글은 6개월 이상 높은 수준의 정확도로 구글 서비스에서 각종 지식재산권(IP)을 보호한 업체에만 TCRP 자격을 준다.

이 대표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컨설팅업체 맥킨지, 하버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거쳐 마크비전을 창업했다. 처음부터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위조품 적발 솔루션은 창업 후 네 번째 사업 아이템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AI와 기업 간 거래(B2B)로 사업 방향을 정하고 관련 물류 서비스 등을 내놨지만 모두 실패했다”며 “단순히 잘될 것 같은 사업 아이템보다는 평소 관심이 있고 잘 아는 아이템에 집중한 덕분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크비전의 서비스 대상은 최근 패션 제품에서 웹툰, 배터리, 주류, NFT(대체불가능토큰) 등으로 다양해졌다.

마크비전은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해 국내외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IP 보호 기업 옵섹에서 마케팅총괄을 지낸 브랜디 스펜스 이사를 채용했다. 마크비전에는 스펜스 이사처럼 이 대표(1990년생)보다 나이가 많은 직원이 전체의 30% 정도다. 이 대표는 “회사를 운영하는 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며 “오히려 저보다 스무살 정도 연상인 스펜스 이사처럼 업계 경험과 연륜을 가진 분들의 능력이 갓 성장하기 시작한 마크비전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김주완 기자/사진=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