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아니네"…사우디 왕세자가 선택한 전기차 살펴보니 [실리콘밸리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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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가 사랑한 럭셔리 전기차 루시드
위기일까 투자 기회일까
위기일까 투자 기회일까
럭셔리 전기차 루시드가 최근 올해 생산량 목표치를 연초에 이어 두 번째로 하향조정했습니다. 물류시스템의 한계를 이유로 제시했는데요 현재 예약물량은 3만7000대로 연간 생산능력(3만4000대)를 넘어서는 수치입니다. 포뮬러E에 납품하며 인정받은 배터리팩 기술력으로 동급 최장 주행거리를 자랑하며 고급스런 인테리어로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루시드. 서기열 특파원이 꼼꼼히 뜯어봤습니다.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원픽, 럭셔리 전기차 루시드가 올해 생산목표치를 크게 낮췄습니다. 물류시스템의 한계로 원하는 만큼 생산을 하지 못한 건데요. 루시드가 과연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제가 지금 나와있는 곳은 실리콘밸리 동쪽 뉴왁에 있는 루시드 본사입니다.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하며 럭셔리 전기차를 지향하는 전기차 스타트업입니다. 럭셔리 세그먼트에서는 테슬라를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죠. 2007년 설립된 루시드는 작년 7월 스팩과 합병하며 나스닥에 상장했는습니다. 이어 지난해 9월부터 애리조나주 카사그란데에 있는 공장에서 전기차 양산을 시작했습니다. 루시드의 상위 트림인 에어드림은 한번 배터리를 충전한 뒤 최장 836km를 달리며 성능을 입증했죠. 이제 시장의 관심은 루시드가 얼마나 많은 전기차를 생산하느냐에 맞춰져있었습니다. 최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그 내용이 공개됐는데요.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줬습니다. 올해 생산 목표를 6000~7000대로 낮춘 것이지요. 그런데 이게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월에 이미 2만대였던 생산 목표를 1만2000~1만4000대로 낮춰잡았는데, 이번에 그 절반으로 낮춘 겁니다. 왜일까요. 피터 롤린스 CEO는 "전기차 업계 전반적으로 공급망과 물류 문제를 겪었지만 우리는 물류 시스템의 한계로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반도체, 유리, 카페트 등의 부품이 부족해 자동차를 만들지 못한 거죠. 여기에 인프라 업그레이드까지 겹치면서 애리조나 공장은 2주 반 동안이나 생산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루시드는 물류 시스템을 내재화하기로 했습니다. 푸조·시트로앵과 피아트·크라이슬러가 합병한 회사 스텔란티스의 베테랑 스티븐 데이비드를 선임 부사장으로 고용해 제조, 물류, 품질관리 업무를 맡겼습니다. 이 대목에서 주목할 부분은 그래서 얼마를 생산했고, 얼마의 주문이 들어왔느냐겠죠. 2분기에는 고객에게 679대, 앞선 1분기에는 360대를 배송했습니다. 상반기에 총 1000여대를 배송했네요. 그리고 상반기 생산량은 총 1405대였습니다. 연간 생산 목표치를 감안하면 하반기에 4600~5600대를 생산할 수 있다는 거네요. 현재 루시드가 밝힌 예약물량은 3만7000여대입니다. 지난 5월에 3만대였는데 빠르게 증가하고 있네요. 얼마를 기다려야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루시드를 타겠다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설치된 설비를 기준으로 연간 생산능력은 3만4000대인데 이를 뛰어넘는 물량이 쌓여있는 거네요. 이 예약물량을 소화한다는 가정했을 때 예상 매출을 약 35억달러로 회사는 예측했습니다. 결국 공급망과 물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생산 속도를 얼마나 빨리 끌어올리느냐가 루시드 실적을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예약물량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발주한 약 10만대가 빠진 수치라고 합니다. 지난 4월에 사우디 정부는 향후 10년 동안 최대 10만대를 구입하겠다고 했었죠. 사우디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 리야드의 자동차 30%를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구상을 실행하기 위해 루시드를 택했습니다. 사실 사우디는 루시드의 든든한 투자자입니다.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 국부펀드인 PIF는 2019년 루시드에 10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완료했죠. 현재 루시드의 지분 약 62%를 보유한 최대 투자자입니다. MBS 왕세자가 사랑한 루시드의 매력이 무엇인지 제가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루시드 에어 내부 영상>
파노라마처럼 넓게 펼쳐진 계기판
태블릿으로 차량 전체 컨트롤 전면 유리로 탁 트인 개방감 제공 벤츠 E클래스 정도 외부 바디 사이즈
벤츠 S클래스 정도 넓은 내부 공간 옆면까지 열리는 넓은 트렁크
보닛 안에도 넓은 공간 루시드는 기술력으로도 굉장히 인정받은 회사죠. 모터 사이즈가 굉장히 작습니다. 테슬라의 2분의 1, 폭스바겐의 3분의 1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의 성능을 내고 있죠. 또 배터리도 굉장히 뛰어납니다. 전기차들의 포뮬러 대회인 포뮬러E에 2018년부터 지금까지 전체 출전팀에 배터리팩을 공급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습니다. 내년부터는 파워트레인을 공급한다고 합니다. 포뮬러E를 통해서 기술을 갈고닦으면서 루시드의 성능은 굉장히 뛰어난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루시드는 굉장히 다양한 트림이 있는데요 최상위 트림인 에어드림에디션은 주행거리 417마일에 1111마력인 퍼포먼스 모델과 930마력에 주행거리 520마일인 레인지 모델 2종으로 구분. 가격은 16만9000달러부터라고 하네요. 그 다음 모델은 지금 팔고 있는 에어 그랜드투어링인데 주행거리 516마일을 자랑하며 15만4000달러부터입니다. 에어 투어링은 406마일에 10만7400달러부터, 에어 퓨어는 8만7400달러부터입니다. 루시드의 매력을 충분히 확인하셨나요? 루시드는 이번 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새로운 소식을 몇가지 더 밝혔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생산공장을 착공했다고 합니다. 연간 약 15만대 생산능력을 보유한 공장을 짓겠다고 올 3월 발표했는데요. 여기서 생산한 전기차는 중동, 아시아, 유럽에 수출할 계획입니다. 또 현재 3만4000대 수준인 애리조나 공장의 생산능력을 늘리기 위한 2단계 확장공사도 진행중입니다. 향후 생산능력은 9만대까지 확대될 예정입니다. 사진을 보시면 주변에 부지가 굉장히 넓은데요 이 주변의 땅을 다 루시드가 확보한 상태입니다. 수요 증가에 따라 확장을 계속하면 생산능력은 최대 36만5000대까지 늘릴 수 있다고 합니다. 사우디공장까지 합치면 연 51만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되는 거죠. 또 현금 보유량이 46억달러라고 밝혔습니다.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에 현금 보유량은 굉장히 중요한데요. 1분기말 54억달러에서 8억달러가 줄었네요. 회사는 이 현금으로 내년까지 영업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이런 소식도 있습니다. 디지털 금융플랫폼 루시드파이낸셜서비스를 출범시켰습니다. 가격이 아무래도 좀 부담스럽다보니 리스와 대출을 제공하는 금융사도 함께 만들어서 구매를 더 진작하겠다는 거죠. 또 자동차의 본산인 유럽에도 진출했습니다. 그것도 핵심 국가라 할 수 있는 독일 뮌헨에 유럽 첫 스튜디오를 열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실적 발표 이후 루시드에 대한 우려가 많이 불거졌습니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자본력이 충분한 든든한 투자자가 버티고 있고, 생산능력을 뛰어넘을 정도로 밀려있는 주문 등 좋은 소식도 있네요. 호재와 악재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셔서 성투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