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유럽심장학회지는 심장 분야 혁신 기술로 망막진단을 꼽았다. 이 분야 선도기업으로는 한국 스타트업 메디웨일을 지목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닥터눈’을 세계 처음 상용화했기 때문이다. 유럽 호주 등에서 시판허가를 받은 메디웨일은 이달 초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장벽도 넘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 세계 최대 시장에 진출하는 게 목표다.

최태근 메디웨일 대표(사진)는 23일 기자를 만나 “한국의 방대한 의료데이터 등을 활용해 다른 글로벌 기업보다 빠르게 닥터눈 개발에 성공했다”며 “홀터 심전도기기를 무선으로 전환한 아이리듬처럼 세상을 바꾸는 기업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메디웨일은 망막 등 안저 사진으로 질병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AI 기업이다.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를 졸업한 최 대표가 안과 의사 출신인 임형택 최고의학책임자(CMO) 등과 함께 2016년 창업했다.

심혈관 질환은 서서히 진행되다가 갑자기 생명을 앗아간다. 위험도를 파악해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한 검사는 관상동맥 컴퓨터단층촬영(CT)이다. 하지만 CT를 찍으면 방사선에 노출된다. 예방 목적 검사로 폭넓게 사용하긴 어렵다. 대체 검사는 경동맥 초음파다. 방사선 노출은 없지만 정확도가 낮다. 후속 검사 수요가 높았던 이유다.

닥터눈은 이를 망막 검사로 대체했다. 눈에는 말초혈관이 집중된 데다 안동맥도 지나간다. 혈관 건강을 파악하는 데 효과적이다. 문제는 예측력이다. 혈관이 어떤 모습을 보여야 질환 위험도가 높은지 파악하는 툴이 없었다. 최 대표는 딥러닝 AI로 이런 한계를 극복했다. 한국 영국 등 6만9000명의 망막 사진 14만 장을 AI가 학습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관상동맥 CT와 동등하게 심혈관 질환 위험도를 평가하는 닥터눈을 개발했다.

닥터눈을 활용하면 심혈관 건강을 파악하기 위해 눈 사진만 찍으면 된다. 촬영 후 평가까지 1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최 대표는 “동네 의원에선 심장 질환 예측을 위해 CT보다 경동맥 초음파를 많이 본다”며 “닥터눈은 정확도가 CT와 비슷한 데다 사진 촬영 방법도 쉬워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